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해외 현장경영’ 시계가 빠르게 돌아갑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으로 발걸음이 동치서주(東馳西走)합니다. 글로벌 경영의 중요성을 어느 때보다 크게 인식한 모습입니다.

총수들이 해외 현장경영 전면에 나선 이유는 ‘격변의 시대’를 맞은 글로벌 경영 환경의 영향입니다. 지난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그 피해가 전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공급망 불안과 인플레이션이 기업의 각자도생을 야기합니다. 또 미국발 유례없는 금리인상과 환율급등으로 재계는 그야말로 ‘복합위기’ 상황에 처했습니다.

최근 총수들의 해외활동에서는 이 같은 비상 경영상황을 타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투자‧고용 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한편 직원들을 격려하며 사기 진작에 힘쓰는 모습은 미래를 준비하고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습니다.

2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2주에 걸쳐 멕시코·파나마·캐나다·영국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6월 올해 첫 해외 출장으로 유럽을 다녀온 지 석 달만입니다. 이 부회장은 각국 현지 사업장을 점검하며 사업 현황과 전략을 파악했습니다. 멕시코·파나마 대통령에겐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당부했습니다.

직원 숙소를 깜짝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장기 출장자와 다자녀 직원들에겐 굴비세트 및 최신 모바일 기기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난 21일 귀국하면서 “이번 출장은 오지(奧地)의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회사를 위해 근무하는 임직원들 격려가 주목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미국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지난 3일 약 2주간의 미국 출장 후 귀국한 지 3주도 채 되지 않아 다시 LA로 향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예민합니다. 현대차가 미국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11월 중간선거 전엔 IRA 수정이 어려워 보이는 만큼, 현 단계에서의 미국 판매 전략 마련이 시급해보입니다.

정 회장은 당분간 미국을 자주 찾을 전망입니다. 현대차 입장에선 미국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큽니다. 미국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배터리와 반도체 같은 첨단 제조업의 부활을 노리고 있습니다. 미중(美中) 공급망 분리도 추진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앞서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일본 주요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였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비즈니스 카운슬(ABC) 추계 포럼’에 참석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 회장 등을 만났습니다.

미국에선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그룹의 미래 신산업 관련 동향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 21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미국 정재계 인사 300여 명을 초청해 ‘SK의 밤’ 행사를 열고 SK의 대미 투자를 포함한 양국 간 파트너십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부산엑스포 유치의 필요성도 역설했습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유럽을 공략합니다. 다음 달 초 폴란드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 회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폴란드는 LG의 주요 생산 기지이기도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최대(70GWh)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입니다. LG전자는 TV를, LG이노텍은 전자 부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구 회장은 이들 기업의 공급망과 사업 현장을 점검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시선은 동남아에 가 있습니다. 롯데는 중국 시장 완전 철수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이후 신 회장은 동남아 시장 확대를 진두지휘 중입니다. 지난 2일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와 함께 베트남 호찌민시에 건설하는 스마트시티 착공식에 참석했습니다. 당시 ‘은둔의 후계자’가 공식 석상에 첫 등판했다는 이유로 롯데의 3세 경영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신 회장은 해외에서 중소기업과의 상생 활동에도 공을 들입니다. 롯데는 이달 독일 베를린과 미국 뉴욕에서 잇달아 ‘롯데-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를 열고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 판로개척을 지원했습니다. 일부 계열사에서 한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그룹 차원의 상생 활동으로 확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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