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김동관 당시 한화큐셀 전무(오른쪽 두번째)가 미국 Honeywell사의 데이브 코티 회장(왼쪽)을 현지에 마련한 한화사무실에서 만나 인수합병(M&A)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2017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김동관 당시 한화큐셀 전무(오른쪽 두번째)가 미국 Honeywell사의 데이브 코티 회장(왼쪽)을 현지에 마련한 한화사무실에서 만나 인수합병(M&A)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회사를 운영하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기업 간의 결혼인 인수합병이 잘 어울리는 기업들이 있고, 왜 하는지 의문이 드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인수합병은 기업이 자신의 지속성에 도움이 되는 파트너를 찾는 일입니다. 견제와 감시가 상시적인 상대 회사의 경영권을 가져오는 투자 행위가 성공률이 높을 리 만무합니다. 조화로운 만남인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면 인수합병이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크게 3가지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선 3개 회사(㈜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임팩트)에 분산됐던 그룹의 방산 사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모입니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도 흡수합니다. 한화임팩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파워시스템을 인수합니다. 시너지와 신사업을 모두 잡겠다는 포부가 엿보입니다.

일각에선 이번 한화의 인수합병을 두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한 진정한 의미의 결혼이라는 평가를 내립니다.

방산부문 통합의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력사업인 항공기엔진의 생산 및 납품은 산업 특성상 투자금과 연구개발(R&D)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이익으로 돌아오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화디펜스의 주력사업인 장갑차·자주포는 생산 즉시 판매가 가능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합니다. 산업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다른 계열사를 합병해 전체적으로 성과의 안정화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습니다. 지주사이면서도 주가가 낮게 평가돼온 ㈜한화는 한화정밀기계 인수를 통해 반도체‧이차전지 기업으로의 확장성을 넓혀 성장 동력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자산 6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회사이자 김승연 회장이 애착을 갖고 있는 한화건설도 직접 경영하며 수주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전망입니다. 합병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고 브랜드 파워를 키워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는 전략적 결정입니다.

미래 먹거리인 수소 등 친환경 사업에도 탄력을 붙입니다. 수소혼소 발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화임팩트는 산업용 공기·가스압축기 등 에너지장비 전문기업인 한화파워시스템과의 기술협력으로 전문성을 강화하게 됐습니다. 이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모색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한화임팩트의 가스터빈 제품은 북미를, 한화파워시스템의 압축기 제품은 아시아 지역을 각각 집중 공략해왔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그룹 내에서 연관 사업을 합치는 결혼 전략은 최근 재계의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 SK㈜와 SK머티리얼즈의 합병이 업계에 충격파를 던진 가운데 올들어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너지,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 등 굵직한 거래들이 잇달아 추진 중입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불투명한 경영환경 속에서 그룹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회사들이 자원을 한 데 모아 체질을 개편하는 기조입니다. 때론 ‘정략결혼’도 서슴지 않습니다.

포화 상태에 다다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업체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인터넷TV(IPTV) 시장 라이벌인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최근 총 3000억원을 콘텐츠 개발에 공동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으로 대박을 친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의기투합한 것입니다. KT는 자사 OTT 플랫폼인 시즌(seezn)을 CJ ENM의 티빙(Tving)과 합병하기로도 결정하는 등 인수합병의 ‘큰손’으로 떠올랐습니다.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위해선 서로 다른 조직 문화와 급여 체계 등에서 나오는 위화감을 미리 감지하고 제때 해소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다시 분할의 단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분할은 인수합병보다도 빈번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후유증은 불가피합니다.

자식이 겪을 상처와 자신의 홀로서기 두려움 때문에 이혼을 망설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서로를 잘 알고 결혼해야 행복한 것처럼 어떤 기업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명확한 계획과 확신이 있어야 인수합병의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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