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X 회장.
구본준 LX 회장.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한반도 중남부에서 삼국지가 재현될 조짐입니다. ‘반도체 삼국지’로 부를 만합니다. 삼성과 SK가 쟁투를 벌이고 있는 국내 반도체 시장에 LX그룹이 새롭게 참전했습니다. LG 품을 떠난 LX는 불과 출범 1년 만에 디스플레이와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매그나칩의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OLED용 디스플레이 구동 집적회로(DDI) 세계 시장점유율 2위 업체를 겨냥한 LX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요.

구본준 LX 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은 한(恨)으로 남아 있습니다. 구 회장이 LX로 독립하기 전인 지난 1999년, LG가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사업을 현대로 넘겼기 때문입니다. 당시 구 회장은 LG반도체 대표이사를 맡는 등 회사의 주동적인 위치에 있었음에도 정부 주도로 진행된 빅딜정책을 눈뜨고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쓸쓸한 기억을 안고 있습니다.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합병으로 생긴 회사는 현재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입니다. 구 회장은 매그나칩을 인수한 뒤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반도체 패권을 다투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사업을 정리하며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기 위해 23년 만에 이른바 ‘반도체 삼분지계’ 그림을 그린 모양새입니다.

실제 구 회장은 지난해 5월 LX그룹을 설립하며 홀로서기를 시도할 때도 시스템 반도체 회사인 실리콘웍스(현 LX세미콘)를 데리고 나가며 반도체 꿈을 버리지 않았음을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

22일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구 회장은 LG와의 계열 분리 이후 일주일에 한 번은 LX세미콘으로 정기 출근할 정도로 반도체에 애정을 보인다고 합니다. 구 회장이 지주사인 LX홀딩스 외에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회사도 6개 계열사 가운데 LX세미콘이 유일합니다.

LX세미콘은 구 회장이 흘린 땀방울만큼 성장했습니다. LX세미콘의 지난해 영업이익(연결기준)은 369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하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올 1분기 영업이익도 12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9% 늘어나는 등 LX세미콘은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주력 수익원)로 떠올랐습니다.

구 회장이 매그나칩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DDI의 설계와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매그나칩은 역시 DDI에 집중하는 LX세미콘의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매물입니다. 한국유리공업 인수 등 한창 그룹의 몸집을 공격적으로 불리고 있는 구 회장은 자신의 M&A(인수합병) 레이더망에 포착된 매그나칩 인수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고작 3% 남짓이라는 점에서 LX세미콘의 사업 경쟁력 강화는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만 잘하는 ‘반쪽짜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가 국가적으로 환영할 만한 일인 것입니다. 세계의 반도체 패권 다툼이 한창인 가운데 삼성과 SK 외에 경쟁력 있는 새로운 반도체 기업의 탄생은 업계의 박수칠 만한 흐름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인수위 시절부터 ‘반도체 초강국 건설’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반도체 동맹’에 합의했습니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관심이 많은 구 회장의 앞에 훌륭한 요리 재료가 생긴 셈입니다. 마침 구 회장의 ‘반도체 삼분지계’가 한창 그려지고 있습니다. 과연 그의 플랜은 국내 반도체 시장 판도를 ‘양강’에서 ‘트로이카’로 재편할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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