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오너가 3세들의 그룹 내 영향력이 확대되는 분위기입니다. 차기 총수의 지배력 강화입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의 예고편인 셈입니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오너 3세들은 대부분 1980년생들입니다. 이는 양날의 검입니다. 일찍 임원 자리에 오른 만큼 경영 능력을 그룹 안팎에 입증해야 합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큰 주목을 받는 오너 3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악화한 2014년 이후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해왔지만 마지막 방점을 찍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장으로의 승진입니다. 2012년 12월 이후 10년째 부회장직을 유지 중입니다.

업계에선 지난 광복절 사면으로 자신을 옥죄고 있던 취업제한 족쇄를 벗어던진 이 부회장이 올해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봅니다. 승진 날짜도 구체적으로 언급됩니다.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11월1일, 부친이 회장직에 올랐던 12월1일, 사장단 정기 인사 시즌인 12월 등입니다.

최근의 ‘스킨십 경영’은 이 부회장이 ‘회장 취임’으로 가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그는 복권 이후 2주 동안 공식 일정만 4개나 소화했습니다. △8월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R&D(연구개발)단지 기공식 참석 △24일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 방문 △26일엔 경기 수원사업장 방문 △30일 삼성SDS 본사 방문 등입니다.

그간 재계에선 삼성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와 이 부회장의 재판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향후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안지는 모습에서 벗어난 ‘책임경영’이 예상됩니다.

한화그룹에는 1983년생 김동관 부회장 시대가 막이 올랐습니다. 지난달 29일 승진한 김 부회장이 결제 받을 사람은 이제 아버지인 김승연 회장밖에 없습니다. 설왕설래가 이어졌던 한화의 후계자가 김 부회장으로 정리된 것입니다.

한화의 사업재편도 김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이뤄졌습니다. 계열사 3곳에 분산돼 있던 방산사업은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됐습니다.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과 (주)한화 전략부문도 함께 맡습니다. 한화의 핵심 대표 직함 3개를 싹쓸이한 것입니다.

김 부회장은 김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의 팀장도 맡고 있어 방산에 주력해온 그룹의 사업 방향 개편에도 주목됩니다. 에너지·소재·장비·인프라 등 미래 사업이 유력합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사장 체제로 가속화되는 모습입니다. 1982년생인 정 사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입니다. 이미 2013년에 회사에 합류해 공개 활동을 최소화하며 경영 수업에 매진해 왔습니다.

지난 7월 SD사업부 출범은 정 사장 체제에 힘을 싣는 전략적인 행보로 읽힙니다. SD사업부는 탈탄소로 대표되는 선박용 친환경 기자재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취지로 신설됐됐습니다. 정 사장이 대외적으로 제시한 그룹 신사업의 핵심 키워드가 바로 수소입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기술 중심의 엔지니어링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며 미래 먹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도 있습니다.

롯데그룹에도 오너 3세를 위한 경영수업이 본격화됐습니다. 주인공은 1986년생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입니다. 신 상무는 지난달 31일 부친인 신동빈 회장의 베트남 출장에 동행했습니다. 신 회장은 신 상무를 해외 주요 인사들에게 소개하며 얼굴 알리기에 나섰습니다. 베트남은 롯데의 ‘제3 거점국가’로 꼽히는 최대 시장입니다.

신 상무는 올해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에 합류했습니다. 이는 신 회장의 경영 승계 수순 그대로입니다. 신 회장 역시 일본 롯데 근무를 거쳐 롯데케미칼에서 일했습니다. 다만 신 상무의 그룹 내 지분은 없는 만큼 경영권 승계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기엔 시기적으로 이른 측면은 있습니다.

농심그룹 오너 3세들의 경영 보폭 확대도 주목됩니다. 11명 중 5명이 현재 계열회사 임원입니다. 올해 임원 명단에 오른 이들만 해도 4명입니다.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의 장남인 신시열씨와 장녀 신은선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의 장남 신승렬씨,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의 장녀인 박혜성씨 등입니다.

각 계열사의 최대 주주인 신동윤·동익·현주 3남매의 자녀가 회사 성장을 일정 책임지게 된 것입니다. 농심은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습니다. 계열사별 역랑 키우는 과제가 오너 3세들에게 맡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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