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 비어 있는 상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국내 자영업자 절반 이상이 현재 최저임금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로 전국 자영업자 525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조사결과 자영업자의 53.1%는 시간당 8720원인 현재의 최저임금으로 경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72.2%로 집계됐다.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폐업을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현재도 한계 상황’이라는 답변이 32.2%로 가장 많았다. ‘15~20% 미만이 오르면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26.7%로 뒤를 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따라 신규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53.9%가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을 5~10% 또는 10!15% 인상하면 각각 11.8%가 ‘신규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영업자의 27.2%는 ‘최저임금이 1~5% 미만으로만 올라도 가격가격 인상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23.6%는 ‘이미 판매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경연은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피해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아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최저 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앞서 해결돼야 할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경기회복(33.4%)’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코로나19 종식(31.5%)’, ‘정부 자영업자 지원 확대(19.6%)’, ‘최저임금제도 개선(14.7%)’ 등이 뒤를 이었다.

내년 최저임금 적정 수준에 대해서는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45.7%로 가장 많았다. ‘인하해야 한다’는 응답은 16.2%였다. ‘1~5% 미만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22.5%였다.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는 자영업자 가운데는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의 비중이 높았다.

현행 최저임금 제도의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는 ‘최저임금 환산에 적용하는 노동시간에서 주휴 시간을 제외해 산정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지역별·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음으로 많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이 버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영세·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