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터빈공장 탐방기…"가스터빈 국산화 경험이 밑바탕"
중형차 한대 가격의 철편 480개로 회전날개 제작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발전용 가스터빈.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발전용 가스터빈.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창원=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수소는 화염이 천연가스보다 8배나 빠릅니다. 터빈 내에서 화염이 역화하지 않을 뿐더러 꺼지지 않도록 방지해야 하는데 이를 연구하는 수소팀이 예산을 가장 많이 씁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에서 지난 15일 만난 황현상 상무(파워서비스BG TM생산 담당)는 수소전소터빈 개발 경험을 소개했다. 연료로서 수소의 특성은 천연가스와 다르지만, 수소터빈은 기본적으로 가스터빈이 밑바탕이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가스터빈은 우수한 맨파워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상언 상무(파워서비스BG GT Center 담당)는 “가스터빈의 회전 속도는 3600rpm인데 이는 시속 2000km에 해당하는 속도”라며 “발전효율이 63%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험할 수도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 두산에너빌리티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상무에 따르면 회전날개에 박힌 기왓장(Shingled) 모양의 터빈 철편은 총 480개에 이른다. 철편의 수명은 총 5만 시간이다.

철편은 터빈 내부의 고온·고압 환경을 견디며 고속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코팅을 한번 하는데 8시간이 걸리고 설계수명은 2만5000시간이다. 요컨데 2만5000시간 가동 후엔 코팅을 해야 하고, 또 2만5000시간이 지나면 철편 자체를 교체한다.

칼날같이 날카로운 철편의 1개 가격은 중형차 한대 값이라고 황 상무는 전했다. 황 상무는 “가스터빈 하나를 수출하면 480개의 철편이 달려 있으므로 가스터빈 하나를 수출하면 중형차 480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손바닥에 올려 놓을 수 있는 가스터빈 회전날개 철편 하나의 값이 1억 원 전후라는 점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한발 더 나아가 수출선적을 위해 부두를 가득 메운 자동차 대신 가스터빈 몇 개 수출로 같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니 가스터빈이 기계공업의 총아라고 불리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원리가 유사한 항공용 가스엔진 탐구가 필수적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 내부에 가스터빈의 축소모형으로 여겨지는 장치가 곳곳에 있었는데 알고 보니 항공용 가스엔진이었다. 

이 상무에 따르면 발전용 가스터빈이 항공용 가스엔진보다 구현하기 힘들다. 발전용 가스터빈이 항공엔진보다 4~5배 크기도 하지만, 전기를 끊임없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중단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자료=두산에너빌리티
자료=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 국산화를 위해 확보한 기술은 ▲항공·조선 산업에 이용되는 차세대 소재와 부품 기술 ▲최첨단 가공과 코팅 기술 ▲가스터빈 효율 향상을 목적으로 개발된 AM 설계·제작 기술 등이다. 여기에 수소 연소 기술을 더하면 가스터빈은 수소전소터빈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황 상무에 따르면 S1 모델 기준으로 수소를 50% 혼소시 연간 약 2만여 톤의 수소를 소모하며, 수소전소터빈은 수소 9만여 톤을 소비한다. 수소는 무탄소 연료로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석탄발전의 절반 수준이긴 하지만 LNG발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kWh당 340g임을 감안하면 수소혼소와 전소터빈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바를 가늠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05년에 이미 5MW급 소형 모델을 개발하고, 2020년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했다. 올해 5월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국산 가스터빈을 설치해 실증하고 있다. 자체 보유한 복합화력 가스터빈과 수소터빈 설비용량은 5MW, 270MW, 380MW 등이다. 설비용량은 계속 커질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7년 수소터빈 사업화 준비를 완료하고 2029년 수소전소터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상언 상무는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설계 국산화율은 100%에 이르고 제작 국산화율은 90%”라며 “국내 서플라이 체인에서 가스터빈 부품을 공급받아 부품을 안정적으로 수급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사업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에 참여해 성장할 기회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협력사와 지역 경제는 물론, 한국 기계공업산업에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자료=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자료=두산에너빌리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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