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공약으로 전국민 월 65만원 지급 약속

"소수에게 집중된 부, 과감하게 재분배해야"

단일화 계획 일축…"대선 완주는 기본값"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대선취재팀]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한 기본소득을 내걸고 제20대 대선에 도전한 이가 있다. 기본소득당의 오준호 후보다. 그는 시민들이 공원에 아름다운 꽃을 앞다퉈 심고, 그 꽃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런 바람의 기저에는 기본소득이 있다. 1호 공약도 ‘월 65만원 전 국민 기본소득 실시’다. 재산이나 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지급해 소수에게 집중된 부(富)를 과감하게 재분배해 든든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오 후보는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된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을 통해 든든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 사람들이 노동과 소비보다는 공동체에 참여해 호혜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여가를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전 국민에게 65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선 임기 내 390조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민 대다수가 순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기본 소득 목적세를 신설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재(공유부)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토지에는 토지세를, 생태환경에는 탄소세를, 지식문화에는 시민세를 도입해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2026년 기준 예상 세수는 탄소세 50조원, 토지세 40조원, 시민세 140조원이다.

단 오 후보는 기본소득을 실현하는 데 있어 국민 인식 개선과 공론화 과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이 안정적인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선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지부진한 지지율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오 후보는 완주를 목표로 끝까지 달리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기본소득을 통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알리고,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것이 제 역할”이라면서 “대선 완주는 기본값이다. 계획을 수정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 후보와 일문일답.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요즘 어떻게 지내나? 공약, 정견 발표를 큰 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기본소득 관련 활동을 하신 분들도 만나고, 여러 시민사회 단체들도 만나고 있다.

▶ 대선에 도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기본소득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선 당내 대선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당의 대표 정치인인 용혜인 의원과 신지혜 대표가 있지만, 연령 제한(만 40세 이상)으로 출마가 어려워 요청이 왔다. 당의 대표주자로 기본소득을 알리고, 득표라는 결과를 받아봐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있었지만, 사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대선에 도전하게 됐다.

▶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기본소득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재명 후보가 생각하는 기본소득 개념과는 크게 두 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기본소득의 목표 금액이다. 이재명 후보는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골목 경제를 살리는 소비 진작책 정도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충분하게 지급돼야만 장점과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 2026년까지 전 국민에게 1인당 기본소득 65만원을 지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본소득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도 다르다. 기본소득이 충분하면 소수에게 집중된 부(富)를 과감하게 재분배해 어떠한 위험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회 안전망을 만들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주장하는 수준의 기본소득으로는 불가능하다. 물론 액수를 인상할 수도 있지만, 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다. 기본소득을 정의로운 복지사회와 녹색 사회로 대전환하는 수단으로 봐야지 소득주도 성장의 보완책 수준으로 사고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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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다고 보는가? 충분하다. 현재의 정치 국면에선 '과감한 분배 정책이 필요하다'는 공감이 형성됐다고 본다. 다만 안정적인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사회적 공감 수준을 높이는 합의가 필요하다. 1년여에 걸쳐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론을 진행해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기본소득에 대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가? 2026년에 65만원씩 지급하려면 390조원 정도가 든다. 국민 대다수가 순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기본 소득 목적세를 신설하고자 한다. 경제활동은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만이 아닌 우리 사회가 가진 공유부를 활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환경을 이용했으면 탄소세를, 공유부인 토지를 이용했으면 토지세를, 지식 문화를 이용했다면 시민세를 내면 된다. 세를 설정하고 기본소득을 지급해 2026년 기준 탄소세 50조원, 토지세 40조원, 시민세 140조원을 거둘 생각이다. 또한 아동수당 생계 급여 같은 기존의 현금성 복지도 기본소득 재원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가가 산업에 투자하고, 이에 대한 지분을 획득해 배당금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식도 도입할 계획이다.

▶ 이번 대선의 핵심 아젠다(의제) 역시 기본소득인가? 기본소득이 맞지만, 시대정신이라 말하고 싶다. 이제는 성장주의에서 벗어나 국민 개개인의 삶에 주목하는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 성장에서 성숙의 시기로 가야 하는 것이다. 부가 충분히 쌓였고, 생산성도 높아졌다. 이젠 모든 국민이 고르게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핵심에 기본 소득이 있다.

▶ '토지 공유부' 주장은 토지 사유화를 반대하는 것인가 일단 원칙과 제도상의 운용을 구분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토지는 개인이 창출한 것이 아니다. 공유부 또는 공동의 소유여야 한다고 본다. 원천적으로는 사유화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 헌법에는 재산권 보호가 있다. 토지에 대한 점유를 부정할 순 없다. 다만 토지가 공공의 것인 만큼, 점유 시 그만큼의 비용을 내야 한다.

▶ 오 후보의 부동산정책이 시행 시 부동산값이 안정될 수 있다고 보는가? 지난 50년 동안 짜장면 가격이 50배 정도 올랐는데, 서울의 집값은 1만 배 가까이 올랐다. '근로소득으로 미래를 계획한다'는 사람이 바보가 돼 버리는 상황이 됐다. 토지 불로소득을 차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 이를 막기 위한 핵심 정책이 바로 토지 보유세 정책이다. 부동산이라는 재화를 소유했을 때 어느 정도의 부담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

▶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몇 가지 문제의식에는 단편적으로 옳았으나 결과가 실패했고 아직까지도 그 원인을 모른다는 점에서는 한 3점 이하가 되지 않겠나 싶다.

▶ 미중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 우리가 어떤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가? 실리적인 균형을 맞춰야 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패권의 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누구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리석은 일이다. 미·중 양대 패권 외각에 지렛대를 행사할 수 있는 중견국과 연합, 이를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패권 국가들의 지형을 결정할 순 없더라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발언권과 협상력을 높일 순 있다고 본다.

▶ 최근 우경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 계획인가? 경제분야에서의 충돌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은 군사 강국화를 계속하고 있고, 여러 과거사 문제에서도 고집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먼저 불필요한 양보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 현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대해 평가해달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상이 있다면? 큰 틀에선 문재인정부의 접근 방식에 동의한다. 대화를 지속하고 시민 사회 교류를 이어가면서 비핵화로 나아가야 한다. 상당 기간 내에는 두 체제가 서로를 인정하고 어느 정도 수준에선 경제적인 통합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상호 신뢰를 회복이 중요하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경우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면서도 국방력 강화에 상당한 힘을 기울였다. 무익하다고 평가할 순 없으나 지금 우리의 국방력 수준은 세계 6위다. 국방력에 대한 강화 기조와 또 그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는 북한에 일정한 경계감을 더 키워줄 수 있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 있는가? 힘든 질문이다. 언론 보도가 거대 양당에 집중돼 있어 어떤 활동을 해도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같은 돈을 내고 선거에 참여하지만, 기본적인 토론의 기회조차 주요 후보들에게만 제공된다. 여러 불리한 조건이 있지만, 가만히 있을 순 없어 뉴미디어에 맞춘 선거운동을 하려 한다. 콘텐츠를 쌓아나가다 보면 국민들께 저를 부각해서 보여드릴 기회도 오리라 생각한다.

▶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거나, 단일화 계획은 없나? 완주는 기본값이다.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이라는 것을 국민께 말씀드리고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완주 계획을 지금 수정할 이유는 없다.

▶ 당선 시 가장 시급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공약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무래도 임기 첫해에는 코로나 대응 조치를 취해야 된다고 본다. 국채를 좀 발행하더라도 100조원 규모 이상의 코로나 회복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 이상의 재난 기본 소득을 지급해야 한다. 소상공인 피해에 대한 전면적인 보상과 공공의료의 확충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지방 정부에 쌓인 세제 잉여금을 손실 보상금으로 활용하자 제안을 하기도 했다.

▶ 오 후보가 꿈꾸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지금까지는 더 많이 성장하고, 생산하고, 소비하고, 소유하는 것이 삶의 목표인 것처럼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가 축적됐고, 생산성이 높아졌다. 기술이 인간에게 봉사할 수도 있다. 기본소득과 같은 든든한 분배와 사회 안전망이 만들어지고, 노동 시간을 줄이고, 사람들이 노동과 소비보다는 공동체에 참여해 호혜적인 관계를 만들고,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사회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가장 필요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공원에 자발적으로 나가서 아름다운 꽃을 서로 다투어 심는 사회, 그래서 그 꽃을 심고 모두가 그 꽃을 보고 즐기며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내 삶에 정말 도움이 되는 정책을 가진 그러한 정당들을 발굴해내고 그러한 후보들을 찾아내서 지지해 힘을 보태준다면 대안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 유권자들 자신의 힘을 믿고, 그 힘에 가하는 선택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 기본소득이라는 대안을 가진 저 역시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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