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남북, 연락채널 복원 이어 정상회담 추진 중"

靑 일축에도 남북 화상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에 무게

박수현 "목표는 北비핵화…진전된 대화수단으로 논의"

2018년 4월 27일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처음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되면서 관계 개선의 발판이 마련됐다. 청와대는 선을 그었지만,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열렸다. 연락 채널 복원이 남북관계 회복의 신호탄 역할을 하기도 했던 만큼,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한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청와대는 양 정상이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관계 회복을 위한 것으로 정상회담 역시 이같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열 달도 남지 않은 상황 속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교착상태에 놓였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전환 국면을 맞은 셈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에 이어 궁극적으로 항구적 평화체제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이다.

관심은 정상회담 개최 여부다. 문재인정부 들어 남북 정상은 지금까지 세 차례(2018년 4월27일, 5월26일, 9월18~20일) 만났다. 2019년 6월30일 남북미 정상회동까지 더하면 네 차례에 이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지난 6월 말 미국 주간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임기 내 김 위원장과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화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는 4억원의 예산을 들여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영상회의실을 구축, 지난 4월 화상회담 시연회를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하기 시작했던 시점부터 화상 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이다. 전날 남북 연락 채널 복원과 함께 제기된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에도 정상 간 대면접촉이나 화상 회담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도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반박,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남북 간 통신선의 복원은 곧 소통의 재개를 의미하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다시 시동이 걸리면 문 대통령은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현상)’에서 자유로워지면서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더불어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no deal)’ 이후 교착상태에 접어든 북미 관계에도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

민경태 국립통일교육원 교수는 “북한도 담화문을 통해 관계를 어느 정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 방향성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속단하긴 어렵다”며 “통신연결선 복원을 시작으로 남북관계가 실질적으로 진전된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경제난, 특히 식량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식량과 비료 같은 인도주의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관계 복원에 있어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변수는 당장 다음달 진행될 한미연합 군사훈련이다. 그동안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남북관계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며 중단을 요구해왔다. 청와대는 통신연락선 복원과 한미연합훈련을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이미 나왔어야 할 훈련계획 등이 나오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물밑에서 개최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변수가 많아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수 있을진 지켜봐야 한다”면서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만큼 양 정상이 직접적으로 만나기보단 축소되고 제한된 형태로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가장 낮은 단계의 조치”라고 평가하며 “이제 출발선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대통령 임기 내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되면 좋겠다. 최종 목표는 비핵화다. 합의가 가능한 징검다리를 놓아가겠다”며 “남북 정상회담도 하나의 징검다리로, 암초를 제거해 북한이 발표한 대로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길 조심스럽게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에는 “남북이 풀어야 할 현안으로, 복원된 채널과 진전된 대화 수단을 통해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통신선 복원만으로는 충분한 대화와 협상의 수단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남북 간 각급 실무협의 접촉을 해나가게 될 만큼,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을 구상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