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지역주의 논란 유감…원팀 정신으로 해나가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인 이낙연(왼쪽)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바짝 추격하면서 두 후보 간 신경전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과거사를 둘러싼 적통 논쟁이 끝나기도 전에 이 지사의 이른바 ‘백제(百濟) 발언’으로 지역주의 공방까지 벌어지면서 경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이 지역주의를 조장했다고 꼬집은 데 대해 “상식적인 반응”이라면서 “저뿐만이 아니라 당내에서도 여러분들, 또 다른 당에 소속된 정치인들도 똑같이 비판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위 백제, 호남이 주체가 돼 한반도를 통합한 적이 없었다”며 “현실적으로 제일 중요한 게 확장력이고,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 받을 수 있는 후보는 나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 구도에는 훨씬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은 중대한 실언”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극단적인 네거티브라고 비판, 이 전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문제를 제기한 대변인을 문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전 대표의 고향은 전남 영광이고, 이 지사는 경북 안동 출신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는 “이런 것에 대해 시시콜콜 따지고 꼬리를 물고 싸우는 게 기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후보를 지역과 연계지어 선거를 풀이하는 접근법이 낡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와 이 지사는 그동안 여러 주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 전 대표는 경기도 산하기관 임원이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서 자신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 네거티브를 벌여왔다는 것을 조직적 여론 조작으로 규정하며 이 지사를 압박했다.

이 지사는 노 전 대통령 탄핵사태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또한 이 전 대표가 동아일보 기자 시절 쓴 칼럼을 두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빠르게 반등, 1위인 이 지사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은 예상보다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대권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이 가세하면서 경선은 ‘호남 대 영남’ 구도로 점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는 전북 진안, 김 의원은 경남 남해가 고향이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를 향해 "경선판을 어디까지 진흙탕으로 몰고 가는 것인가"라며 "가볍고 천박하며 부도덕하기까지 한 보수 지역 이기주의 역사인식"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 의원은 이 지사의 발언을 두둔했다. "이 지사의 인터뷰는 그런(지역주의 조장) 의도가 아닌 게 분명하다"며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를 향해 "지역주의를 불러내지 말라. 이건 '군필원팀' 사진보다 더 심한 악마의 편집"이라고 지적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들 간 지역주의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시기를 거치며 지역주의의 강을 건넜다. 모두 함께 원팀 정신으로 해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정권 교체에 압도적이던 분위기가 반전 중”이라면서 “국민께서 뚜벅뚜벅 민생을 위해 열심히 하는 문재인정부와 당 지도부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다. 다시 국민의 신임을 얻어 국정 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도록 온 힘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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