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열흘만에 '중폭' 개각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신임 국무총리 후보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했다. 사진은 2018년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전 차담회에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얘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새 국무총리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했다.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용노동부·해양수산부 등 5개 부처 개각도 단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지 열흘 만으로 국면전환용 '중폭' 개각이다. ‘낮은 자세’와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문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비롯한 악재를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 세번째 총리에 TK출신 김부겸 지명

문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의 후임에 김 전 행안부 장관을 지명했다고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김 내정자는 경북 상주 출신으로 대구초, 대구중, 경북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8년 한겨레민주당 창당에 참여하며 정계에 입문한 뒤 16·17·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대 총선에서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키면서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으로 대변됐다.

김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초대 행안부 장관에 발탁돼 국무위원으로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21대 총선에서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5선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지난해 8월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당권 주자로 출사표를 던졌으나, 이낙연 후보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유 실장은 김 후보자를 지명한 배경에 대해 “정치와 사회 현장에서 공정과 상생을 실천해 온 4선 국회의원 출신의 통합형 정치인"이라며 "지역주의 극복과 사회개혁, 국민 화합을 위해 헌신해 왔고 행안부 장관 출신으로 재난 상황에서 국민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이날 마지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이임식을 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 총리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유 실장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제2대 국무총리로 국정 전반을 포괄하고, 내각을 안정적으로 이끈 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동안 정 총리께서 보여주셨던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방역지침 마련하고 방역 현장에 달려가 불철주야 땀 흘린 모습은 현장 중심 행정의 모범”이라고 밝혔다.

또 “내각 떠나는 것 매우 아쉽지만 이제 자신의 길 갈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면서 “언제 어디서든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 주길 믿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등 5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왼쪽부터 국토부 장관에 내정된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 산자부 장관에 내정된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 과기부 장관에 내정된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노동부 장관에 내정된 안경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해수부 장관에 내정된 박준영 현 차관. 사진=청와대 제공
◇ 국토부 등 5개 부처 장관 교체…변창흠 후임에 노형욱 전 국조실장

문 대통령은 경제부처의 장관 5명도 교체했다. LH 사태로 사의를 밝혔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후임에는 관료 출신인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을 내정했다. 노 전 실장은 1962년생으로 광주 제일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에서 국제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30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공공혁신기획관, 사회예산심의관, 행정예산심의관, 재정관리관 등을 역임했다.

유 실장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해 국토부는 물론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혁신적이고 과감한 정책조정과 추진능력으로 다양한 국가적 현안에 긴밀히 대처했다"며 "최근 부동산 부패 청산이라는 국민적, 시대적 정신을 구현하고 국토부와 LH에 환골탈태 수준의 혁신을 이뤄내며 국토 균형 발전 등 당면과제를 속도감 있게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산자부 장관에는 문승욱 국조실 2차장을 승진, 이동시켰다. 문 차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 성동고, 연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학 석사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행시 33회 출신으로 방위사업청 차장, 산자부 산업혁신성장실장, 경상남도 경제부지사 등을 지냈다.

유 실장은 "산업부에서 무역, 에너지 분야 보직을 두루 역임한 실물경제 전문가"라며 "코로나19 시대 산업구조 변화와 무역질서 재편, 탄소 중립, 에너지 전환 등 산업통상 주요 현안에 대처해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사업 강국을 실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과기부 장관에는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을 내정했다.

임 이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 송곡여고,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 석사를,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캠퍼스)에서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 휴렛팩커드, 미국 벨 연구소, 미국 시스코 시스템즈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대한전자공학회 회장, 이화여대 공과대학 학장 등을 역임했다.

유 실장은 "초고속 통신망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실적을 쌓아온 공학자"라며 "여성 최초로 대한전자공학회회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을 지내면서 여성공학자로서 새 길을 개척했다"며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탄소 중립, 디지털뉴딜 추진 등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장관에는 노동부 관료 출신인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안경덕 상임위원을 선임했다. 안 상임위원은 1963년생으로 강원 춘천고,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33회 출신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유 실장은 “안 후보자가 고용보험 확대, 청년고용 활성화 등 당면 현안을 성공적 해결하는 한편 노사와 소통도 강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박준영 현 차관을 발탁됐다. 박 차관은 1967년생으로 경기 수성고,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35회 출신으로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관, 주영국대한민국대사관 공사참사관, 해수부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유 실장은 "해양, 수산, 물류 분야를 두루 거치며 굵직한 정책 수립을 주도해 왔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해 수산물 안전관리를 강화해 나가는 한편, 해운산업 재건과 해양수산 분야의 국정과제를 수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애초 교체가 예상됐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에 이어 경제부총리까지 한 번에 교체하면 국정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홍 부총리는 후임 총리의 인사청문 과정이 끝날 때까지 총리 권한대행 역할을 맡는다.

유 실장은 "이번 개각은 일선에서 정책을 추진해오던 전문가들을 각 부처 장관으로 임명했다"며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던 국정과제 마무리 동력을 마련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적 성과를 이뤄나가기 위해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의 정부에 대한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또 심기일전해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수석 및 비서관 일부 인사를 단행했다. 왼쪽부터 정무수석에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회수석에 이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 대변인에 박경미 교육비서관, 법무비서관에 서상범 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신설한 방역기획관에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에 윤창렬 청와대 사회수석. 사진=청와대 제공
◇ 靑 참모진도 '인적쇄신'…정무수석에 이철희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및 비서관급 정무직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는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했다. 강 대변인은 “제20대 국회의원과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했다”며 “정치·사회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 복잡한 현안에 대안을 제시하는 데 뛰어나다. 원활한 여야 상생 협치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회수석비서관에는 이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가 발탁됐다. 강 대변인은 "보건·의료·사회·복지 등 다양한 사회 정책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쌓은 전문가로 정책 능력과 업무능력, 열정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라며 "코로나19 극복과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보건·복지·교육·여성·사회복지 등 핵심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에는 윤창렬 사회수석비서관이 내정됐다. 강 대변인은 국정 전반에 균형감을 가졌고 뛰어난 정책기획 조정 능력을 겸비했다"라며 "코로나19 대응과 사회·문화 과제에 빈틈없이 대응하고 한국판 뉴딜 정책을 차질없이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대변인도 교체됐다. 박경미 교육비서관이다. 강 대변인은 "제20대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소통능력으로 청와대와 언론의 가교 역할을 잘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무비서관에는 서상범 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내정됐다. 강 대변인은 "2018년부터 법무비서관실에서 근무해 업무를 잘 파악하고 법리 해석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신설된 방역기획관엔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가 발탁됐다. 강 대변은은 “예방의학 전문가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드라이브 스루 등 방역 대책에 기여했다"라며 "방역 조치 전담 직책을 신설하고 첫 비서관으로서 역할의 성공적인 완수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