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주호영의 당 상임고문 제안 사양

국민의힘, 대선 앞두고 '김종인매직' 요청 봇물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퇴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야권에 4·7 재보궐선거 승리를 안기고 떠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평가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중도층을 흡수, 외연 확장을 위한 전략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당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을 재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차기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김 전 위원장의 정치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은 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어제 김 전 위원장을 당 상임고문으로 모시기로 했다”면서 “김 전 위원장은 사양했지만, 저희가 ‘그렇게 모시겠다’하고 박수쳤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퇴임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난파된 국민의힘에 탑승, 조타수 역할을 맡은 지 10개월 만이었다. 취임 초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당내 반발도 적지않았지만, 과감한 외연 확장으로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며 정치력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김 전 위원장이 써낸 ‘반전 드라마’에 당내 안팎에서는 호평이 쏟아졌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진석, 하태경 의원 등은 “김종인 매직이 통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동안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날 선 반응을 보였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홍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의 복귀를 기대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냈으나 지난해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아직 복당하지 못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0월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열린 호남동행국회의원 발대식에서 동행지역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전 위원장은 당분간 가족과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그의 잠행이 길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 대선까지 계속해서 적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별도의 직을 맡을지에 대해선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지만, 당 대표는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 전 위원장은 중도적 이미지에 호남에서도 거부감이 없는 인물인 데다 당내 혼란한 상황을 정리하는 능력과 정치적 감각도 뛰어나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두는 데 굉장히 큰 기여를 했다”면서 “국민의힘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 전 위원장을 추대해야 다시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에 복귀하는 시점은 아직 미지수다. 복귀시점과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대선 주자로 눈여겨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본격적인 정치 활동이 시작되는 때로 예상하고 있다.

황태순 평론가는 “지금으로선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에 잡혀 있을 이유가 없다. 앞으로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등을 통해 ‘싸움판’이 될 것이고, 상황 정리가 필요하다고 여겨질 때 김 전 위원장에게 다시 한번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면서 “정세 판단에 굉장히 능하기 때문에 당 밖에서 윤 전 총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윤 전 총장이 대권에 도전할 때 김 전 위원장도 복귀할 것 같다"예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이 당 시스템을 정비하고,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을 이뤄낸 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나설 때 당 지도부가 김 전 위원장에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며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뒤 너무 빨리 복귀한다면 대선 국면에서 할 역할이 없기 때문에 이르면 오는 7월, 늦으면 9~10월 당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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