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낙연 넘어 차기 대선 주자로 '우뚝'

서울시장 野 단일후보 오세훈, 尹에 도움 요청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지지율은 어느새 40%를 넘나들고 있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지율을 합쳐도 윤 전 총장을 넘지 못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의 이목은 윤 전 총장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총장직 사퇴 이후 ‘반문(反文)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만큼, 다음달 치러질 4·7재보궐선거에서 야권 주자를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윤석열, 대선 주자 선호도 40% 첫 돌파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지난 20~21일 서울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1007명에게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 윤 전 총장은 40.8%로 선두를 차지했다. 윤 전 총장은 40%대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사는 16.7%, 이 위원장은 11.0%로 집계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9~20일 전국 18세 이상 1007명에게 대선 후보 적합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물어본 결과 윤 전 총장이 39.1%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지사는 21.7%로 2위를 기록했다. 이 위원장은 11.9%로 뒤를 이었다.

이 지사와 이 위원장의 지지율을 합쳐도 윤 전 총장을 뛰어 넘을 수 없다는 조사결과에 민주당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평가절하하던 과거와 달리 윤 전 총장을 의식하는 듯한 가시돋힌 발언을 잇따라 내뱉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23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회견장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공동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윤 전 총장이) 아직 정치에 입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좀 더 지켜보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윤 전 총장이 차기 대선에 출마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같은 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장관으로 지명받아 들어보니 검찰 내 특수수사 인맥이 윤 전 총장 중심으로 ‘윤 사단’을 구축했다고 하던데, 그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며 "과거 군대의 하나회를 연상시킨다”며 “언론이 윤 전 총장의 행태에 비판적 시각은 배제하고 신비주의에 가깝게 끼워준 면이 크다”고 비판했다.

하나회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포함된 일부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비밀리에 만든 군사조직이다. 이들은 12·12 군사 반란과 5·17 쿠데타를 주도했고, 5·18 광주항쟁 탄압 과정에 참여했다. 이후 조직의 핵심 인사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 국민의힘, 윤석열 등장에 '반색'

유력 대권 주자 부재 상태였던 국민의힘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윤 전 총장을 향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별의 순간은 독일어로 ‘운명의 순간, 결정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지난 9일에는 성일종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사람이 바르고 국가를 경영할만한 원칙과 소신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왔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도 야권 단일 후보로 결정된 이날 직접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당내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오가진 않았지만, 결단력 있는 이미지 등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입당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오 후보를 지원사격하고 야권의 승리를 견인한다면 차기 대권가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연인’인 윤 전 총장이 재보선에서 야권 승리를 위해 잠행을 깨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차기 대선에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의 등장만으로도 보수 우파 유권자들이 결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지금 당장 야권의 대선 후보로 정치 전면에 나서기보단 재보선 이후 적당한 시점을 고려, 유권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기는 방식으로 다가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