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입양 관리와 지원 활성화 취지" 해명

아동단체 "입양 아동 및 가족 모두에게 상처"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재판이 끝난 뒤 한 시민이 법원 청사 앞에 놓인 정인 양의 사진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입양 아동 대책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입양 아동에 대한 이해와 공감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동단체들을 비롯한 국민의힘 등 야권은 문 대통령의 발언 철회와 함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이날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사전위탁보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해명이 나왔는데, 이는 무작정 입양을 하기보다는 적응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입양은 내 입맛에 맞는 아이를 쇼핑하는 것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입양 아동과 입양 가족 등 모두에게 상처가 됐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입양 아동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꼬집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입양이라는 것은 아이를 사고 맘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고 환불하는 것이 아니다”며 “대통령마저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그 양부모를 저런 취급하면 그 아이들은 대체 누구의 보호를 받아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사진=나경원 페이스북 캡처
정치권 안팎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입양 아동을 마치 물건 취급하는 듯한 대통령의 발언이 너무나 끔찍하게 들렸다”며 "입양 아동에게 가장 큰 상처와 시련은 바로 입양 부모조차 자신을 떠났을 때다. 대통령이 '개선책'으로 내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놀랍지 못해 참담하다. 귀를 의심하기까지 했다. 아동학대가 문제의 핵심이고 이에 대한 대책이 무엇인지가 궁금한데 왜 사전위탁보호제를 운운하며 입양 문제를 거론하는 것인가”라며 “문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입장표명을 하고, 입양 가족에게 큰 상처를 준 것에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인권 변호사였다는 대통령 말씀 그 어디에도 공감과 인권, 인간의 존엄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양금희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의 인권 의식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 부모의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내에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와 맞지 않는다고 할 때 입양 아동을 바꾸는 등 여러 가지 방향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입양 아동을 ‘물건’에 빗대 표현했다는 논란이 확산하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대통령 발언의 취지는 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제도를 보완하자는 것”으로 “현재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하에 관례로 활용하는 사전위탁보호제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다. 프랑스, 영국, 스웨덴에서는 법으로 사전위탁보호제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전위탁보호제와 관련해 “바로 입양을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입양 전 5∼6개월간 사전 위탁을 통해 아이와 예비 부모 간 관계 형성을 준비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아이를 위한 제도”라면서 "우리나라는 양부모 동의하에 관례적으로만 허용하는데 특례법으로 법제화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입양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불행한 사고를 막으려면 입양의 사전 사후 관리를 강화하고 입양 가정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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