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위안화 SDR 편입으로 20년 내로 '금융대국'아닌 '금융강국' 된다

"한국 경제엔 기회이자 도전… 긍정 영향 확대하고 부정 영향 최소화해야

대(對)중국 수출 상승, 외환 위험 분산은 장점… 중국발 위기 전염은 부담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데일리한국=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칼럼]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1월 말에 중국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의 구성통화로 편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SDR(Special Drawing Right)은 미국 달러화, 금 등의 기존 기축통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가상 통화이자 국제준비자산이다.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일본 엔화에 이어 다섯 번째로 SDR의 통화바스켓에 포함됨으로써 내년 10월 1일부터 미국 달러화(41.7%), 유로화(30.9%)에 이어 10.9%로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통화가 된다. 엔화와 파운드의 비중은 각각 8.3%, 8.1%다.

SDR 구성통화는 지난 5년 간의 수출 규모와 외환보유액, 국제채무증권, 은행부문 부채, 외환거래량 등의 양적 지표와 몇 가지 보완적 지표를 기준으로 선정되며 5년 간 유효하다. 중국 위안화의 SDR 편입은 2010년에도 이미 논의되었으나 통화의 ‘자유로운 사용'(freely usable)에서 기준 미달로 좌절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은 꾸준히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해온 결과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그 결실을 맺었다. 중국은 수출 규모 기준에서는 이미 세계 3위 수출국으로 기준을 만족했으며, 그 비중도 2004년~09년 8%에서 최근 2010년~14년에는 11%로 확대되었다. 나머지 항목에서는 아직까지도 미진한 점이 있으나, 국제 금융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그 점유율을 확대해나가며 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다.

중국, 위안화 SDR 편입에 열을 올린 까닭

중국은 위안화의 SDR 편입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결국 그 결실을 맺었지만, 최근 7월까지도 IMF 실무진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았고 IMF가 제시하는 기준을 만족시키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였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토록 위안화 SDR 편입에 열을 올린 것일까.

첫째, 중국 경제의 위상에 맞는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나 위안화는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큰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만 영향력을 발휘할 뿐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SDR 통화바스켓 편입은 위안화가 국제통화로서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중국에게는 중요한 이정표적 의미를 지닌다. 또 자금조달 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기축통화 발행에 따른 시뇨리지(seigniorage) 효과(국제통화를 보유한 나라가 누리는 경제적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이므로 중국 경제가 성장할수록 미국 달러 자산의 보유액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 자산을 일부 매각할 경우에는 세계적인 달러 가치의 하락이 예상되므로 중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달러 함정(dollar trap)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포함됨으로써 미국 달러 보유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딜레마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다.

위안화 자산에 대한 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중국의 자본시장이 개방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단기적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위안화 자본시장이 크게 발전하면서 중국으로의 자본유입 규모도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경제에는 '양날의 칼' 효과… "10년 간 기회이자 도전"

국내에서는 중국 위안화가 세계 3대 주요 통화로 부상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위안화의 SDR 편입이 단기적으로는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중 간 실물경제의 동조화(coupling)가 큰 편이므로 여러 가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교역량의 25%가 대(對)중국 수출이다. 따라서 위안화의 기축통화 편입으로 중국 경제가 활기를 띄게 된다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중국과 교역 시에 위안화 거래가 늘어나면 현재 80% 이상 차지하는 달러화 결제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수출입 결제의 다변화도 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점차 달러화 사용의 비중이 줄어들면 외환보유고 관리에 있어서도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결제 통화가 다양해지면 환 변동의 위험을 축소하는 이점을 지니지만 여러 가지 환율을 동시에 모니터링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또한 최근 중국 경기 침체의 여파와 같이 중국과의 연계가 강화될수록 중국발 위기의 전염 효과가 더 커질 것이다. 특히 대규모 자본의 유출입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국내 통화정책의 효과도 떨어뜨릴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 존재한다.

위와 같이 중국 위안화의 SDR 편입은 다양한 경로로 우리나라의 경제에 영향을 준다. 이미 위안화의 SDR 편입이 확정되었으므로 효과를 발휘하는 내년 10월 전까지 이로 인한 긍정적 영향을 확대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도 원/위안 직거래시장 개설과 청산결제은행의 지정 등 위안화 허브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위안화 SDR 편입이 당장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자금의 유출·유입 규모가 커질 것이며 위안화 자산에 대한 투자도 증가할 것이다. 이는 저성장·저금리에 직면한 국내 투자업계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향후 위안화 시장 활성화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위안화 관련 금융상품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대국 중국이 자본시장을 열었다. 앞으로 20년 내로 ‘금융대국’이 아닌 ‘금융강국’ 중국이 다가올 것이다. 향후 10년이 한국에게는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석사)-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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