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적자 기록하자 모임통장 카드 꺼내
수익성 개선 위한 다양한 포트폴리오 마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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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대비한 비용 증가로 인해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저축은행 업계가 부실채권 매각·모임통장 출시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 새로운 수익 창구를 찾아 제2의 저축은행 사태 우려에서 벗어나겠다는 각오다.

다만 일각에선 이러한 방안들도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자본 확충 등을 통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연체 채권을 정리하는 등 지속적으로 건전성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9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 통합 금융 앱 'SB톡톡플러스' 경쟁력 제고 등 IT 역량 강화 방안 중 하나로 연내 모임통장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모임통장 등 특화된 수신 상품으로 젊은 고객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이 선보인 바 있는 모임통장은 친구·동아리·동호회 등 각종 모임의 회비를 모으고 비용을 관리할 수 있는 통장으로 특히 이용자 간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

모임통장 서비스를 통해 저축은행들은 예·적금 상품보다 낮은 이자를 주면서도 고객이 맡기는 돈을 확보할 수 있고 모임통장 특성상 한 번에 다수를 고객으로 유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모임통장 서비스가 중앙회 차원으로 시작되는 데 다른 저축은행들 역시 시스템 마련에 돌입했다"며 "수익성을 개선하고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저축은행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부실채권(NPL) 매각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NPL 매각을 통해 연체율이 감소하면 그동안 부실채권에 대비한 충당금을 저축은행의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외에 저축은행 NPL을 매입할 유동화전문회사 5곳(우리금융F&I·하나F&I·대신F&I·키움F&I·유암코)을 선정했고 저축은행중앙회도 6개월 이상 연체된 PF대출을 3개월 단위로 경·공매를 실시해 부실채권을 정기적으로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또 수신 규모가 감소한 만큼 기업, 부동산 등 여신 특수상품을 육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최근 SBI저축은행은 서울 여의도와 강남에 금융센터를 개설하면서 리테일 상품에 한정한 일반 지점과는 달리 부동산, 기업 여신 등 특수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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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상황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 모색

저축은행중앙회는 물론 저축은행들이 수익성 개선에 적극적인 이유는 지난해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올해 역시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제2의 저축은행 사태 발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저축은행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먹거리 마련에 나선 것.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 당기순이익은 5559억원 손실로 전년(1조5622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저축은행 업권은 2022년 말 1조562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1년 만에 2조원이 넘는 순익이 증발했다.

이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발생했던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 저축은행 업계는 2014년 상반기 결산연도 기준(2013년 7월~2014년 6월) 505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 규모가 커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2022년부터 고금리 수신 유치에 따라 지난해 이자비용이 커졌고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지난해 3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3000억원 급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자비용은 2022년 2조9177억원에서 지난해 5조3508억원으로 2조4331억원 확대됐다. 같은 기간 이자수익이 1조92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해 이자비용 증가 규모가 월등히 컸다.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2023년 저축은행 결산결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부동산PF 관련해 거의 모든 것이 멈춰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여전히 어렵지만 부동산 경기가 현재 기준 더 나빠질 것 같지는 않다"며 "다행히 올해부터는 금리 하락 가능성이 높은 것은 실적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들도 채권 매각과 관련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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