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자유, 현실 세계에 직접 해악을 주지는 않는다”

미국 할리우드에 설치된 넷플릭스 코미디쇼 '더 클로저' 광고판/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강영임 기자]넷플릭스가 ‘트랜스젠더 혐오’ 논란을 일으킨 코미디쇼 때문에 곤경에 빠졌다.

2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AP 통신 등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넷플릭스 스튜디오 단지에서 코미디쇼 ‘더 클로저’의 트랜스젠더 혐오 표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더 클로저’는 미국 코미디언 데이브 셔펠이 진행하는 스탠드업 쇼로 이달 5일 넷플릭스에 공개됐고 미국 인기 콘텐츠 10위권에 들었다.

하지만 셔펠이 트랜스젠더 여성을 경멸하고 조롱하는 내용을 코미디 소재로 삼은 것이 문제가 됐다. 결국 넷플릭스 직원 30명과 성 소수자 단체 회원들이 모여 “트랜스젠더 목숨도 소중하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했다.

이들은 ‘더 클로저’가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트랜스젠더 권리를 짓밟고 혐오 콘텐츠로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내부에서 ‘더 클로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공동 최고경영자(CEO) 테드 서랜도스는 지난주 직원들에게 내부 이메일을 보내 “예술적 자유”를 강조하면서 ‘더 클로저’가 “현실 세계에 직접 해악을 주지는 않는다”고 방어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사내 트랜스젠더 직원을 대변하며 파업 계획을 이끌었던 직원 한 명에게 회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사유를 적용해 해고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클로저’ 논란을 공개 비판했던 직원 3명은 일시 정직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회사의 강공으로 오히려 논란이 더 확산하자 서랜도스 CEO는 대응이 미숙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서랜도스 CEO는 “내가 일을 망쳐버렸다. 우리가 내린 사업적 결정에 직원들이 고통과 상처를 받았다는 점을 알았어야 했다”며 “콘텐츠가 현실 세계에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CE0가 자성의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할리우드의 트랜스젠더 배우 엘리엇 페이지와 영화감독 릴리 워쇼스키 등은 넷플릭스 직원의 파업과 항의 시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속속 발표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