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계 및 이용고객 불만…소비자 선택권 박탈하는 위반 사안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장례식장. 사진=안양시청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장례식장 자체 후불제 상조를 이용하지 않으시려면 다른 장례식장를 이용하세요”

최근 경기 안양시에 위치한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장례식장을 이용하기 위해 상담을 받았던 한 고객은 이같은 장례식장 관계자의 말에 다른 장례식장으로 서둘러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장례를 편하게 치르기 위해 유명상조 상품에 가입했던 것이 오히려 우선순위에 뒀던 장례식장을 이용하는데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한림대 성심병원 장례식장은 안양에 위치한 유일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이지만, 상조업계에선 외부 상조회사 거부 장례식장으로 통하고 있다. 외부 상조에 가입해 있으면 이용이 불가능하고,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후불식 상조를 이용해야 한다고 안내 중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장례식장이 다른 상조회사 이용을 거부하는 이유는 장례식장 이용객의 상조상품 이용이 장례식장 수익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요 상조회사들은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과 전문성을 무기로, 가입자를 큰 폭으로 늘리는 등 상조시장을 확대해 왔다.

과거 장례식장은 관, 꽃제단, 수의 등의 장례용품 판매와 장례지도사를 통한 장례진행까지 도맡아 하면서 수익을 내왔다. 그러나 최근 상조회사가 대거 시장에 진입하게 되자, 빈소 등 시설이용료로만 수익을 낼 수 밖에 없게 돼 상조회사의 장례식장 진입부터 막아선 것.

한림대 성심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과거 상조업계에서 대기업인 B상조와 갈등이 생기는 등 상조회사와 마찰이 이어지자 자체적으로 후불식 상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외부상조와 자체상조의 상품을 선택하도록 안내를 하는 것이지, 외부 상조 이용을 강제로 막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자체상조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시설이용 등의 혜택을 먼저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외부상조 가입자가 장례식장을 이용할 수 있는지 사실 확인차 상담을 받아봤다. 답변은 “외부상조 이용 고객은 장례식장을 이용할 수 없다”였다.

한림대 성심병원 장례식장 시설. 사진=병원 홈페이지 캡쳐
문제는 장례식장이 외부상조 이용을 막고 자체 상조 및 장례물품 사용을 유도하는 것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위반사항이라는 점이다.

‘장사법 29조 5항 2호’에는 장례식장 영업자는 ‘장례용품의 구매 또는 사용을 강요하는 것’을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32조에는 이를 위반할 시 시정명령을 받고 이를 고치지 않으면 최대 6개월까지 영업이 정지된다. 또 영업정지처분기간에 영업을 계속할 경우 장례식장 폐쇄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미 오래 전부터 장례식장의 강매에 대해 불공정거래행위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2002년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을 비롯해 2003년 충남대병원 장례식장, 2004년 대우의료재단 장례식장 등도 모두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특히 장례식장의 외부 상조 거부 사례는 이들 장례식장 뿐만이 아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역시 외부 상조상품 사용을 막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공헌하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 및 유족 등 보훈 가족은 물론, 일반인도 이용이 가능한 시설이다.

한 상조회사 측은 “고객의 중앙보훈병원 취소 사유를 조사해본 결과, 해당 병원 측은 ‘상조가 무엇을 해주느냐’면서 외부 상조 이용을 막고, 다양한 방법으로 상조회사 상품을 폄하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었다”고 전해왔다.

이에 외부 상조를 이용할 경우 장례비용이 얼마나 나오는지 본지가 중앙보훈병원에 직접 상담을 해본 결과, ‘외부 상조 이용은 안된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용을 할 수 없는 이유를 묻자 “국가유공자를 위한 시설이기에 외부상조를 이용할 경우 국가유공자 이용객에 피해가 갈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부상조를 가입한 국가유공자의 경우에도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측은 외부상조 이용이 안된다고 안내했다.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측은 "보훈가족의 이용편의 제공을 위해 일반 상조회사 가입자들을 막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직영과 함께 새로 도입된 보훈가족의 감면혜택으로 일반 상조회의 가입이 불필요하다"라는 입장이다.

특히 한정된 빈소를 두고 상조회사 미가입 이용객과 상조회 가입 이용객이 경쟁하게 돼 상조회사에 미가입된 국가유공자가 빈소를 이용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중앙보훈병원 측은 주장했다.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사진=중앙보훈병원 홈페이지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주 이용자인 국가 유공자에게 적당한 금액으로 장례물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외부 상조 이용자들이 밀려오면 국가유공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본 장례식장은 국가유공자 등을 위한 시설인 만큼 일반장례식장과 같은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장사법과 공정거래법 등의 위법 여부를 묻자, 이 관계자는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한 시설인 만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문제가 안된다’라는 답을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 측에 관련사항을 문의해본 결과, 공정거래법상 어느 한 시설만 예외로 두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라고 답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장사법 등 공정거래법 외 위반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문제가 안된다’ 등의 의견을 낼 수 없다”면서 “공정거래법에서도 법체계상 특정산업에 대해 따로 예외를 둔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상조업계는 장례식장과 상조회사간의 다툼에서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라고 우려했다. 고객이 상조회사 상품에 가입해 정당하게 상조 서비스를 받기만 하면 되는데, 장례식장과 상조업계 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불필요하게 받을 수 밖에 없어서다.

조영신 대한상조산업협회 전문위원은 "장례식장이 고객들의 선택을 제한하면서 영업을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경우"라면서 "장사법에도 장례식장은 물품 강매 등을 하지 말라고 명시돼 있는데, 장례식장이 고객들의 상조회사 이용 자체를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전문위원은 "협회 차원에서도 회원사들의 불만 접수 사례를 취합하고 있으며, 법적인 조치까지 생각하고 있다"면서 "각각의 상조회사 등은 이미 소송까지 했지만,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고 있어 상조회사와 가입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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