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산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고 눈물 흘리는 선수들의 인터뷰에서 “회장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자신들을 묵묵히 뒷바라지 하는 기업 총수들을 향한 감사의 표현이다. 회장님은 오늘도 제2의 ‘태극전사’로 활약 중이다.

지난달 30일 개인전에서 우승하며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는 시상식을 마친 뒤 관중석에서 자신을 응원한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정 회장은 “다리 뻗고 자 오늘은”이라면서 “너무 고생 많았다”며 어깨를 토닥였다. 그는 경기 전엔 전화로 “믿고 있으니 경기를 잘 치러달라”고 격려했다. 안 선수는 “회장님의 격려 말씀 덕에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장에 올 수 있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5일 한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지주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 총수를 맡아온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양궁협회를 대 이어 37년째 후원하며 한국 양궁이 세계무대를 호령하는 데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협회 후원 기간 중 가장 긴 이 시간 동안 현대차가 양궁 인재 발굴, 첨단장비 개발, 인구 저변 확대 등에 투자한 금액은 5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감동 스토리가 담긴 한국 핸드볼의 저력을 설명하려면 SK그룹의 뒷바라지를 빼놓을 수 없다.

최태원 회장은 2008년 12월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이래 13년 동안 핸드볼 전용경기장 건립, 아카데미 설립 등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대표팀을 세계적인 전력으로 키워냈다. 최 회장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 1명 당 1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메달 포상금을 내걸며 동기 부여를 확실히 하기도 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5개(금1, 은1, 동3)를 수확하며 역대 2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둔 한국 펜싱의 영광은 SK텔레콤의 헌신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SK텔레콤은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장사를 맡아 총 242억 원 넘게 후원해 국제대회 출전, 대표팀 전담팀 구성 등을 지원하며 우리나라 펜싱을 세계 정상급으로 도약시켰다.

현재 대한펜싱협회장을 맡고 있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경기장과 똑같은 조건의 시설을 지어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사상 최고 성적(금1, 동1)을 거둔 한국 체조의 성장에는 포스코그룹의 든든한 후원이 한몫했다. 포스코는 1985년부터 대한체조협회 회장사를 맡아 37년간 약 210억 원을 지원했다. 매년 4억~8억 원을 지원하던 지원금 규모를 2019년부터는 9억 원으로 늘리며 선수들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체조협회를 이끄는 포스코건설 한성희 사장은 최정우 그룹 회장과 상의해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신재환·여서정 선수에게 당초 계획한 포상금보다 2배 높여 지급하는 결단을 내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사격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고 있는 한화그룹은 200억 원대의 사격발전기금을 지원하며 사격 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현재 대한사격연맹회장을 맡고 있는 김은수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대표는 도쿄를 찾아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대표팀은 김민정 선수가 여자 권총 25m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값진 성과를 일궜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자전거 대부’로 통한다. 2002년 유럽 알프스산맥의 650km 구간을 6박7일간 완주하는 ‘트랜스 알프스 챌린지’를 동양인 최초로 완주한 이가 구 회장이다.

4선 연임을 통해 13년째 대한자전거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구 회장은 ‘사이클 강국’을 꿈꾸고 있다. 그는 사비를 동원해 메달 획득 여부나 색깔과 관계없이 최소 5000만 원을 올림픽 출전 선수와 코치진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배구단과 탁구단을 수십 년간 운영하며 스포츠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현재 한국배구연맹 총재이며, 그의 부친인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이 2008년부터 2019년 별세 전까지 대한탁구협회 회장을 맡는 등 대한항공의 구기 종목 사랑은 대를 이어 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탁구 천재’ 신유빈 선수를 영입하며 한국 여자탁구의 든든한 버팀목을 자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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