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뜨거운 여름이 가기 전 수의를 벗고 서울구치소 문을 나설 수 있을까. 운명의 8월이다.

4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올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법정 구속돼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은 현재 법무부의 8·15광복절 가석방 심사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가석방은 심사위원회가 대상자의 적격 여부를 결정한 뒤 법무부 장관이 최종 승인하면 확정된다.

올해 광복절은 주말이어서 평일인 13일 가석방 대상자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출소일(2022년 7월)보다 11개월 빠르게 사회로 복귀하게 된다.

물론 재계에서 원하는 사면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사면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가석방 확정 열흘 전인 2일까지도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가석방에 비해 경영활동에 제약이 없는 사면이 필요하다”며 초조한 심경을 드러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에 따른 취업제한 대상자인 이 부회장의 경영권 행사에 애로가 큰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다만 재계는 광복절이 임박한 시점에서는 정부에 모든 것을 맡긴 듯한 모습이다. 이 부회장 사면론 중심에 선 경제5단체장이 사면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 6월이 마지막이다. 지난 4월부터 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등 행정부 최고위층을 잇달아 만나며 거리를 부쩍 좁혀온 것과는 다른 행보다.

지난 6월14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경총 회장단 회의에서 사면론을 언급하며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시기에 이 부회장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한 뒤, 일체의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면서 “(사면이나 가석방) 결정권자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총수 부재 상태인 삼성 역시 이 부회장의 사면과 가석방 문제에 대해 어떤 짧은 말도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삼성은 투자와 인수합병(M&A) 안건에 대한 이 부회장의 최종 사인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은 미국 파운드리 공장에 약속한 170억 달러(약 19조5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확정해야 하고, 2016년 11월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2000억 원)에 인수한 이후 맥이 끊긴 M&A도 시급하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에서 면회를 이용해 삼성 현안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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