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짧은 외출을 마쳤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충수염 응급수술을 받은 지 27일 만에 삼성서울병원에서 서울구치소로 복귀했다. 그러나 구치소가 아닌 사회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분야의 패권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경영을 이끄는 이 부회장 공백은 한국 경제로선 치명타라는 지적이다.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구속된 이 부회장은 사면이나 가석방 등 절차가 없다면 형기가 끝나는 내년 7월 말까지 수감생활을 해야하는 처지다. 이 부회장의 공백으로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촉발된 상황에서 신중한 행보가 필요한 삼성전자의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경영 일선에서 인식하고 있는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처음으로 나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4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이 반도체산업을 키우겠다고 나서고 있어 한국이 언제 ‘반도체 강국’ 자리를 뺏길지 모르는 게 현실”이라면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이 부회장이 하루빨리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 회장은 “조만간 정부에 사면을 공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사면 시기에 대해선 늦어도 광복절(8월15일)에는 이뤄져야 한다며 구체적인 시점까지 언급했다. 향후 4개월을 놓치면 반도체 패권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사면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경제계와의 소통을 늘리고 있다. 특히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경총 등 경제단체와의 만남을 줄줄이 진행한 상황이다. 포스트 코로나 정책을 준비하는 문 대통령의 경제 전략에 시기적으로 발맞춰 손 회장이 사면 목소리를 낸 것이다.

삼성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투자 압박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대책 화상회의에 삼성전자를 초청해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투자 결정권을 가진 이 부회장의 부재로 글로벌 인수합병(M&A) 등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정치권도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영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을 보며 이 부회장을 떠올린다”면서 “세계의 반도체 전쟁에 우리만 장수의 발을 묶는 격”이라며 이 부회장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지난 2월에 이어 15일 또 다시 이 부회장 사면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문 대통령에게 보냈다. 앞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올해 초 “지금 우리 경제의 현실이 너무 심각하다”면서 “사면의 절차가 까다로우면 우선 가석방을 하고, 아니면 즉각 보석이라도 실시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사면론에 불붙는 배경을 “이 부회장의 수감 당시 나왔던 삼성 경영 차원의 내부 불안이 점차 국가적 산업 차원의 외부 불안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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