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 기.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삼성이 총수의 사법리스크로 위기에 직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앞으로 복역할 기간(1년6개월)은 삼성을 둘러싼 굵직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힘든 암흑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에게 확정된 형은 징역 2년6개월, 이미 2017년 2월부터 약 1년간(353일) 복역했기 때문에 1년6개월 가량의 형이 남았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8개월 정도의 형기를 마치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한다.

사면의 경우는 현실성이 낮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언급하며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은 데다, 취임하면서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범죄 사범에 대해서는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도 있다.

가석방을 기대한다고 해도 최소 8개월 가량의 총수 공백은 불가피한 삼성인 셈이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삼성 불법승계’ 혐의로 또 다른 재판을 받고 있어, 가석방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형량을 다 채워 내년 7월에 출소할 수밖에 없다.

석방 이후 이 부회장이 삼성에 복귀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에 따르면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석방된 날로부터 5년 동안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취업 제한을 관리하는 법무부가 이 부회장을 관련 대상자로 판단한다면 삼성전자 이사회에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실형을 살게 된 이 부회장이 옥중 경영조차 쉽지 않은 셈이다. 이 부회장이 옥중 메시지에서 ‘투자’를 거듭 강조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2017년 그룹 해체 이후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해오고 있는 삼성이지만, 대규모 투자와 같은 중요한 사안은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이후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이 하루 10분으로 제한된 삼성 경영진과의 면회 시간을 통해 발등에 떨어진 불인 '미국 오스틴 반도체공장 위탁생산 라인 증설'이나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 P3라인 조성' 등의 투자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두 사업은 각각 10조원과 30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한된 보고와 정보만으로 결정해야 할 옥중경영의 한계로 최적의 투자 시점을 놓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이 부회장의 구속 기간이었던 지난 2017년 2월부터 1년 동안 삼성의 대규모 투자는 이뤄지지 못했다. 삼성의 공격적인 투자는 이 부회장이 복귀한 뒤에야(2018년 8월 180조 투자 계획·2019년 4월 133조 투자 계획) 가능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수감된 시기가 좋지 않다”면서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과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새로운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발생한 총수 공백은 삼성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세간의 우려를 의식한 듯 이 부회장은 26일 투자와 고용 확대를 당부하는 내용의 옥중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삼성의 임직원들을 향해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 충실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 25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한 재상고를 포기한 것은 역설적으로 삼성 경영에 가능한 빨리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대법원은 이미 유·무죄 판단을 끝낸 상태였기 때문에 형 확정 후 가석방이나 특별사면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복역 기간 줄이기에 유리할 수도 있다.

허윤 변호사는 “국가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이 많다는 점을 어필하면서 삼일절 특사를 노리거나 형기의 3분의2를 채우면 올해 안에 가석방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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