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그동안 비싸서 못샀던 황제주 접근성 확대 기대

내년부터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1주당 수십만원에 달하는 우량주를 소액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소수점 거래가 허용된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내년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0.1주’씩 살 수 있다. 삼성전자 주식은 현재 주당 7만5300원(10일 종가 기준)이다. 주식을 사려면 최소 7만5300원은 넣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주식을 소수 단위로 쪼개 살 수 있는 길이 열려 0.1주씩도 매수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매수에 드는 비용의 10분의 1인 7530원으로 0.1주를 살 수 있다.

내년부터 투자자들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1주당 수십만원에 달하는 우량주를 소액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주식에 대한 소수 단위 매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다음 달부터 서비스 제공을 희망하는 증권사의 신청을 받아 관련 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소수 단위 매매가 가능해진다는 것은 ‘주식 수’가 아니라 ‘금액’ 단위로 매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령 3000∼5000원으로도 1주당 100만원이 넘는 LG생활건강의 주식을 사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비싸서 못샀던 황제주들도 수수점 거래로 매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외주식의 소수단위 거래는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이 시장에 내놨다. 두 증권사를 통해 거래된 규모는 올 6월 말 기준 10억2000만달러(약 1조1700억원)로 당국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금융위는 “국내에서 소수 단위 주식 거래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면서 “업계 등 의견을 감안해 일정 기간 해당 서비스를 먼저 운영하면서 관련 법령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수점 매매를 위해서는 투자자의 소수 단위 주식 주문을 합산, 부족분은 증권사가 스스로 메우는 방식으로 온주(온전한 주식 1주)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주식은 상법상 주식 불가분의 원칙과 증권거래와 예탁결제 인프라 간 불일치 때문에 소수 단위 거래가 불가능했다.

이에 당국은 주식 권리 분할이 용이한 신탁제도(수익증권발행신탁)를 활용할 방침이다. 증권사는 투자자의 소수 단위 주식 주문을 취합해 온주를 만들어 한국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하고, 예탁결제원은 이 주식을 신탁 받아 수익증권을 발행하면 투자자는 수익증권을 취득할 수 있다.

투자자는 수익증권 보유자로서 주식 배당금을 받을 수 있지만, 소수지분의 의결권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예탁결제원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해외주식의 경우 투자자의 소수 단위 지분을 증권사 계좌부에 직접 기재하고, 예탁결제원은 이 소수 단위 주식 총량을 전용계좌에 별도로 관리한다.

당국은 이런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자본시장법령 개정을 추후 검토할 예정이다. 해외주식의 소수단위 주식 매매는 올해 신청을 받아 서비스 제공 증권사를 더 늘릴 계획이다.

금융위는 “소수단위 거래 허용에 따라 고가 주식에 대한 투자자의 접근성이 확대되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위험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 “증권회사는 금액 단위로 투자자들에게 맞춤형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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