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아파트' 매수세 쏠림 심화...취득세·양도세 중과 회피 투기수요 몰려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이연진 기자] 최근 정부가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저가 주택에 대해 조사하고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경기도 및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법인과 외지인이 1억원 이하 아파트를 집중 매수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실태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미 1년 넘게 이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공시가격이 오르기 전에 계약이 대부분 이뤄진 만큼 뒷북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다주택자와 법인을 집중 조사하더라도 매물 유도 효과 등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9월까지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 전체 거래량은 24만6000건을 기록했다. 이중 법인 6700여개가 2만1000건(8.7%), 외지인 5만9000여명이 8만건(32.7%)을 매수했다. 전체의 40% 정도를 사들인 셈이다.

다른 민간통계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직방에 따르면 이번 달 1~9일 사이 전국의 실거래가 기준 1억원 이하 아파트의 매수 비중은 34.1%로 올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달만 해도 19.3%였는데 한 달 새 15%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각 시·도 중 실거래가 1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충북(55.6%)이었고, 이어 △경북(53.6%) △전북(45.4%) △전남(43.2%) △강원(40.6%)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매수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거래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저가 아파트를 매수할 때 이뤄지는 편법거래·명의신탁 등을 적발한다. 특히 국토부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에도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런 정책 변화가 감지되자 매수가 일부 움츠려 들었다. 하지만 이미 작년부터 1억원 이하의 '서민 아파트'에 매수세 쏠림이 심화돼 왔던 만큼 뒤늦게 조사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또한 정부의 의도대로 1억 이하 주택에 취득세 및 양도세가 강화될 지도 미지수다. 이미 문재인 정부가 세금을 강화해 주택거래가 위축된 만큼 거래절벽을 더 심화시킬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하는 매물 유도 효과는 적을 것으0로 전망하고 있다. 저가 주택에 대한 매수세가 지금보다 줄어들 수는 있지만 매도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저가 아파트 거래가 다수 이뤄진 충북 천안시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부터 정부가 세금을 올리면서 서울, 수도권에서 매수하기 어려워진 다주택자와 법인이 1억 이하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며 "거래가 많이 이뤄지긴 했지만, 사실 불법이 아니고 정상적인 거래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부에서 규제 강화에 나선 데다 대출 제한도 있어서 매수세가 확실히 줄어들기는 했다"며 "하지만 양도세가 워낙 높아서 집을 팔려는 사람은 없고 거래만 안 되고 있다. 가격은 안 떨어졌고 거래하면 여전히 신고가를 찍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에 자금이 몰린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세금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7·10 대책에서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올렸지만, 공시가 1억원 미만 주택은 보유한 수에 상관없이 기본 취득세율 1.1%만 적용했다.

또한 비수도권이나 수도권 읍·면 지역에선 양도소득세 중과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게다가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자 투자 수요가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에 쏠리면서 전국의 중소 도시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가 저가 아파트까지 규제하면 서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투기성 자금이 몰린 것으로 의심되는 투자 수요를 억제할 수는 있지만,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까지 같이 덩달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실태 조사를 시작하더라도 외지인·법인들의 투자를 불법으로 단정하기도 어렵고 처벌은 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전국에 있는 공시가격 1억 이하를 무조건 규제하기 보다는 투기와 실수요를 명확하게 구분 지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박합수 전문위원 역시 "지방 저가 아파트 시장은 수도권과 달리 수급 상황이나 시장 경기에 더 예민하기 때문에 환금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며 "실수요자의 영역으로 봐야지, 투기 목적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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