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희 변호사(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객원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장서희 변호사] 코로나19에다 때이른 무더위로 인해 지쳐가는 가운데 모처럼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국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인 유흥식 라자로(70) 주교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교황청 장관 탄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장관 임명과 동시에 유흥식 주교에게 대주교 칭호를 부여했다. 유 대주교는 지난 4월 17일 교황청을 방문했을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성직자성 장관직을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성직자성 장관직은 8월부터 수행하게 된다.

유흥식 대주교가 재임할 교황청 성직자성은 교황청의 9개 성(省) 중의 하나로 전세계 사제들과 부제들의 직무와 생활 전반을 심의한다. 성직자성이 속한 교황청은 가톨릭 전체를 총괄하고 대변하는 곳이다. 가톨릭의 모든 방침을 정하며 각 지방 교구와 성당들은 교황청이 정한 방침을 따라야 한다. 교황청이 위치한 바티칸 시국은 이탈리아와 엄연히 구별되는 국제법상의 독립국이다. 별도의 여권이 있으며 이탈리아에서 바티칸으로 입국할 때에는 당연히 입국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에 유흥식 대주교는 대한민국 국적자인 외국인으로서 바티칸 시국의 장관으로 재임하는 것이다.

그러나 추기경으로 서임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추기경은 세계 어디에 거주하든지 간에 바티칸 시국의 국적을 자동으로 부여받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교황청 9개 성 장관들은 추기경 직책으로 분류됨에 따라 유 대주교 역시 추기경에 서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역대 교황청 성직자성의 장관들은 모두 추기경직으로 임기를 마쳤다고 한다.

국적법 제1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그 외국 국적을 취득한 때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조 제1항 전단의 해석상 자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 조항은 적용할 여지가 없게 된다. 또한 법률은 그 외의 외국 국적 취득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그 동안 김수환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 염수정 추기경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추기경으로 서임되면서 바티칸 시국으로부터 국적을 부여받아 후천적으로 복수 국적을 취득한 바 있다. 정부는 이러한 경우를 자진해 외국 국적으로 취득한 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이에 국적법상의 국적 상실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추기경의 바티칸 시국 국적을 복수 국적으로 인정해 왔다. 이에 유흥식 대주교 역시 추기경으로 서임되더라도 복수 국적의 문제가 불거질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완수하기 어려운 임무를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이단을 비롯한 IMF 요원들의 활약상을 보여준다.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그들의 임무가 IMF 본부와 같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침투가 불가능해 보이는 곳을 주 무대로 한다는 점이다.

‘미션 임파서블 3’에서 톰 크루즈가 악당 필립 시모어 호프먼을 납치하기 위해 잠입해 들어간 곳 역시 철옹성으로 둘러싸인 침투 불가의 어딘가였다. 그 곳은 바로 교황청이 위치한 바티칸 시국이었다. 영화는 그만큼 바티칸이 전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로 접근이 어려운 특별한 공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종심(從心)의 나이 칠순에 철옹성벽으로 둘러싸인 그 곳 교황청에 장관으로 입성한 유흥식 대주교가 앞으로 건강한 활약상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그가 종횡무진할 교황청은 이제껏 어떠한 상업 영화에도 촬영 허가를 내준 적이 없다고 한다. 이에 비록 세트로 촬영되었을 테지만 영화 ‘미션 임파서블 3’ ‘천사와 악마’ ‘두 교황’ 등과 같이 교황청을 배경으로 하는 흥미로운 영화들을 통해서라도 대한민국 대주교가 재임할 교황청을 떠올려 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상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장서희 변호사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를 졸업한 뒤 중앙대 영화학과에서 학사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법률사무소 이헌의 대표 변호사다. 영화를 전공한 법률가로, 저서로는 '필름 느와르 리더'와 '할리우드 독점전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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