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탄소중립'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 화두다. 탄소중립은 기후변화뿐 아니라 기후위기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의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개념이다. 정부가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데 이어 이달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도 출범했다.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커지는 가운데, 데일리한국은 5월 본지 창간을 맞아 주요 에너지·조선업체들의 친환경 전략과 탄소저감 기술개발 현황을 살펴봤다.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올해 1월 "'탄소를 줄이고 친환경으로 전환한다(Less Carbon, More Green)'는 방향성을 갖고 근본적인 변화(딥체인지·Deep Change)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춰 SK에너지의 핵심 생산거점인 SK 울산콤플렉스(울산CLX)가 SK이노베이션 계열 전사가 추진하는 '그린 밸런스(Green Balance) 2030' 방침 아래 친환경 ESG 현장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린밸런스 2030 전략은 기존 사업의 환경 부정 영향을 축소하고, 친환경 사업 모델 개발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환경부정영향을 '0'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울산CL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 50년 공장 돌린 벙커C 보일러 친환경 LNG로 교체

지난 1962년에 완공된 국내 최초 석유 제품 생산 공장인 울산CLX에서 석유정제 시설 가동에 필수 역할을 한 마지막 벙커씨(C) 보일러가 지난 2월 가동을 멈췄다. 약 50여년간 운영되며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와 석유산업 수출의 숨은 일등공신 역할을 한 벙커씨 보일러가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ESG 경영 방향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는 '생산 공정에는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SK이노베이션의 의지가 반영됐다. 마지막 벙커씨 보일러 개선이 완료되는 오는 7월에는 울산CLX의 8기 동력보일러가 친환경 연료인 LNG만을 사용하게 되면서 그린 컴플렉스(Green Complex)의 ESG 현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동력보일러는 울산CLX의 전체 공정 가동을 위해 시간당 500~1000톤의 스팀을 생산·공급한다. 엔진 연소를 통해 자동차가 주행하는 것과 같이, 동력보일러는 울산CLX 전 공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가능케 하는 매우 중요한 설비다.

그간 사용돼 온 벙커씨 보일러도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개선으로 환경 기준에 전혀 저촉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대기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벙커씨 보일러의 연료를 LNG로 전면 전환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를 위해 2019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울산CLX 내 총 8기의 벙커씨 보일러에 690억원을 투자, 가스 버너 교체, 보일러 LNG 공급 라인 개선, 방지시설 설치 등 LNG로의 연료 전환 및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탈질설비 신설 작업을 진행했다. 기존 벙커씨를 사용하도록 설계된 연소설비들을 전면 교체하고, LNG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연소 공기 부족, 보일러 튜브 온도 상승 등의 제약 요소를 해소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했다.

SK에너지는 앞으로 친환경 LNG로 연료 전환에 따라 기존 벙커씨 사용 대비 동력보일러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등이 대폭 감소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이산화탄소(CO₂) 16만톤, 질소산화물(NOx) 858톤 규모로 기존 배출량 대비 각각 약 25%, 약 72%를 줄일 수 있다.

또한 LNG는 황이 포함되지 않아 기존에 발생하던 황산화물(SOx) 1010톤 및 미세먼지(PM10) 12톤은 100% 저감이 가능하다. 특히 이산화탄소 16만톤을 저감하면서 매년 6만4000여그루 나무를 심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CCS 프로젝트.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 유럽연합 '탈탄소화' 연구 협력에 동참

SK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유럽연합(EU)의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을 위한 연구 협력에 참여하며 탈탄소화 실현에 한 걸음 내딛었다. 지난 2월 양사는 노르웨이 국책연구소(SINTEF) 주관으로 진행 중인 700만 유로(한화 약 93억원) 규모의 EU REALISE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공동개발 합의(Collaboration Agreement) 계약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정유 산업에서 CCS에 대한 검증, 경제성 평가 툴·이산화탄소 액상 흡수제 기술 개발 협력을 목표로 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는 2023년 4월까지 EU 14개 산학연과 중국 2개 기관들과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CCS는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방지해 실질적인 탄소배출 절감이 가능하게 한다. 정유사업 특성상 온실 가스 감축이 가능한 유일한 방안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SK에너지는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CCS 연구 결과와 글로벌 인사이트를 확보하고 해외 CCS의 비즈니스 시장 진출 기회를 탐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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