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산천 사진=한국철도 제공
[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한국철도(코레일)은 올해부터 국내 기술로 만든 최초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을 운행하기 시작했다. 이 열차는 한국 지형과 특성에 맞게 개발, 최고시속 260㎞로 달릴수 있는 한국형 차세대 고속열차다.

이번에 새롭게 개발된 고속열차의 등장은 2004년 KTX, 2010년 KTX-산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최초 도입된 KTX는 프랑스 TGV를 기본으로 국내에 맞게 개량하고 편성 조정 등의 기능을 추가한 차량이었다. 이후 KTX-산천부터 국산 기술이 대거 도입됐으나, 동력분산식으로 제작된 KTX-이음은 설계부터 제작까지 완전한 국내 기술력으로 탄생하게 됐다.

손병석 한국철도 사장은 “중부내륙에 운행되는 새로운 고속열차는 명실상부한 ‘전국 KTX 생활권’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철저한 안전과 내실 있는 서비스로 열차 이용객을 맞이하겠다”고 강조했다.

2004년 세계 5번째로 고속열차 운영국이 된 한국은 현재 설계부터 제작까지 완전한 국내 기술력으로 고속열차를 만들어 운영하는 철도 강국으로 올라섰다.

1899년 국내 첫 증기기관차 모가1호. 사진=한국철도 제공
◇ 근·현대사와 함께 한 한국철도

한국철도의 역사는 1894년 6월 28일 대한제국 시절 공무아문 철도국이 설치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국내에 열차가 달리기 시작한 시기는 이보다 5년이 지난 1899년이었다. 당시 대한제국은 자발적으로 철도를 건설하려 했으나 자금 등의 이유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고, 결국 식민지배의 야심을 가지고 있던 일본에 의해 개통되게 됐다.

첫 운행 시 사용된 열차는 경인철도주식회사에서 수입한 증기기관차다. 이 시기의 열차들은 지금은 옛날 영화에서나 볼 법한 증기기관차가 견인하며 운행됐다. 당시 철도 운행은 증기기관차 4대로 노량진~제물포(33.2㎞)를 1일 2회 왕복했다.

이후 일제강점기인 1905년 경부선, 1906년 경의선, 1914년 호남선과 경원선, 1931년 장항선, 1942년 중앙선 등이 추가 개통되면서 철도망을 넓혀 나갔다. 이 기간 한국철도는 통감부 철도관리국에서 교통국 등으로 개편되며 관리됐다.

광복 이후 정부가 수립되자 한국철도는 교통국을 운수국으로 개편하고 철도 운행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발발하며 국내 철도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후 전후 복구와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부활하게 된다.

1954년에는 미국이 한국에 2000호 SW-8 디젤기관차를 기증하며 우리나라에도 디젤기관차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한국철도는 1959년에는 처음으로 국산객차를 제작하며 본격적인 철도 활성화에 나섰다. 정부도 1963년 9월 1일부터 한국철도를 좀더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자 교통부 외청으로 철도청을 발족시켰다.

1967년 8월 31일, 마지막 증기기관차가 퇴역하며 디젤기관차 시대가 본격 열리게 된다. 디젤기관차는 증기기관차에 비해 힘과 속력이 월등히 높아 철도의 비약적 발전에 큰 축을 담당했다. 디젤기관차는 철도노선이 전철화되면서 전기동력차가 주로 사용되는 현재도 무궁화 호 등 일부구간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후 1970년대 철도는 대량수송의 시대, 산업화의 대동맥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1970년대 철도 여객수송은 25%대를 유지했고, 화물수송의 52%를 철도가 분담했다. 현재도 귀에 익은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등도 차례차례로 등장했다. 이시기 열차들은 속도를 높이고 주행시간도 단축하기 시작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KTX. 사진=한국철도 제공
◇ 고속철도시대 개막과 코레일 창사

1972년 6월 처음으로 전기동력차가 도입되며 디젤기관차와 같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1974년에는 수도권 전철이 개통됐으며, 서울시내 지하철도 그때 나왔다. 고속철도 논의는 1980년대에 접어들자마자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89년 고속전철 건설계획이 수립됐다.

경부고속전철 건설계획은 곧바로 1990년에 발표됐다. 이어 1992년 6월 30일 ‘천안아산역’ 예정지에서 경부고속철도 기공식을 갖고 착공에 들어갔다. 한국도 21세기 수송혁명의 상징인 고속철도시대에 접어드는 시작점이었다.

그러나 경부고속철도는 외환위기와 부실공사 논란이 겹치며 1998년 완공을 예정했던 공사기간을 6년이나 넘겨 2004년에 들어서야 개통됐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반나절이면 다녀오게 되는 고속철도 시대에 세계 5번째로 합류하게 된 것을 의미했다.

코레일(한국철도)는 경부고속철도 개통 이듬해인 2005년 새롭게 공기업으로 창사, 대한민국의 철도를 책임지게 됐다. 당시 한국철도공사는 제2의 창업의지를 가지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함께 업무프로세스 개선, 부대사업의 활성화, 서비스의 획기적 개선 등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종합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공표했다.

한국철도가 KTX 열차를 방역하고 있다. 사진=한국철도 제공
◇ 국민과 함께하는 한국철도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전국민이 힘겨운 시기를 겪었다. 코레일은 코로나19로 이용객이 급감한 항공, 버스 업계가 노선을 대폭 감축할 때도 국민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지키기 위해 주중 모든 열차를 정상 운행했다.

특히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견고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며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중순부터 국내 여행.운송업계에 대한 선제적 지원을 시행하고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영세 소상공인의 고통분담에 앞장서왔다. 역사 내 매장 임대인의 임대료 등을 20% 인하하고, 한시 휴업을 결정한 매장은 휴업기간 동안의 영업료를 전액 면제했다.

의료 봉사자에게 KTX 등 모든 열차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해외 입국자 감염사례가 증가한 지난해 3월말 이후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입국자들의 안전한 귀가를 지원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광명역 간 해외입국자 전용버스와 각 지역으로 향하는 KTX 전용칸을 운영중이다.

철도로 인해 코로나19 확산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방역도 펼치고 있다. 코레일 측은 “한국철도는 집단사업장이자 전국 사업자로 코로나19에 대해 과하다 할 정도로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며 “선제적 대응이 고객은 물론 직원을 보호하는 최고이자 유일한 백신이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열차는 운행 전후 등 2회(KTX 4.5회)이상, 모든 철도역을 매일 2회 방역하고 있으며, 이용객 동선을 따라 수시 소독하고 자주 접촉하는 부분에 항균필름을 부착했다. 매표창구에는 ‘투명칸막이’를 설치해 접촉을 최소화하고 열차에서는 ‘승객 간 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좌석을 창측만 발매하고 자유석 객실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한국철도 본사 전경. 사진=한국철도 제공
◇ 올해 변화의 시기, 전화위복으로 새로운 한국철도 거듭날 것

손병석 한국철도 사장은 이달 4일 방역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국민이 안심하는 철도를 만들자는 내용의 2021년도 경영목표를 발표했다.

손 사장은 사내방송으로 전한 영상 신년사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역과 열차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고 안전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먼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위기단계별 승차권 발매시스템과 고객안내 등 방역을 체계화하는 한편, 사고의 원인이 되는 노후 차량과 부품의 적기 교체, 시설 개량을 적극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비상경영을 통한 위기 극복 △태양광사업 등 한국철도형 뉴딜 추진 △상생경영과 공공철도 강화 △혁신적 고객서비스 개선 △투명하고 건강한 조직문화 확립 등의 경영방침을 밝혔다.

손 사장은 “올해 우리는 갈림길에 서있다. 변혁의 시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새로운 한국철도를 만들어 가야한다”면서 “(임직원의) 한걸음, 한걸음이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는 원동력이 될 것이며 국민의 신뢰를 쌓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철도는 이달 5일 새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의 중앙선(청량리~안동) 운행을 시작하며, 국내 철도 역사를 다시 썼다. 그동안 청량리에서 안동까지 최장 3시간 54분 걸렸으나, 이번 개통으로 2시간으로 단축돼 중부내륙과 수도권이 한층 가까워졌다.

KTX-이음은 6칸 1대로, 특실 46석, 일반실 335석, 총 381석으로 구성됐다. 앞서 KTX-산천과 KTX는 동력집중식으로 동력차 2대가 포함되어 있는데 반해 KTX-이음은 동력분산식으로 열차 전체에 동력이 분산돼 많은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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