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에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실적 희비

언택트 쇼핑에 물류 늘며 특수 누린 택배업계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합병 잇달아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올해 유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외출과 대면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 전통적인 유통업체인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위상은 줄어들었다. 반면 온라인 기반의 이커머스 업체들의 영향력은 더 커지며 유통 지도를 빠른 속도로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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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대형마트, 코로나에 휴점 또 휴점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유통 3사는 코로나19라는 악재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백화점, 아울렛, 대형마트 등은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이 확인될 때마다 임시휴업을 해야 했다. 이로 인한 매출 타격과 함께 강화된 방역 수칙에 따른 비용도 적지 않았다.

백화점은 명품으로 매출을 지탱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여행이 줄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에 대한 이른바 ‘보복소비’가 등장하며 올해 백화점 명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증가했다.

대형마트는 정부가 지난 5월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배제되면서 상반기 부진한 성적을 나타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사용이 끝난 여름부터는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반등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식료품 수요 증가와 추석 선물세트 판매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몸집 줄이기도 한몫했다. 롯데쇼핑은 올해만 99개 매장을 폐점했다. 백화점 1개, 마트 12개, 슈퍼 63개, 롭스 23개 등을 정리했다. 고정비 절감을 위해 수익성이 안좋은 점포 위주들에 대해 과감히 폐점하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홈플러스도 점포를 잇달아 매각했다. 홈플러스는 안산점을 비롯해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 대구점 등 4개 매장을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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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펜데믹이 심각해지면서 국내외 관광객이 줄어든 탓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한 SM면세점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아예 공항면세점에서 철수했으며, 롯데·신라 등 대기업 면세점도 정부의 지원책으로 버텼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입찰에는 나서는 면세사업자가 없어 세 번이나 유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 이커머스·홈쇼핑, 주문 몰리며 조기 마감 속출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누린 곳도 있다. 언택트 채널인 이커머스와 홈쇼핑 업계다.

쿠팡과 마켓컬리는 로켓배송, 새벽배송 등을 앞세워 코로나19 확산세에 거리두기가 상향될 때마다 주문이 몰리면서 모든 상품이 소진돼 물건을 살수 없거나 주문이 조기 마감되는 등 수요가 급증하며 빠르게 영향력을 키웠다.

롯데와 신세계도 급변하는 유통 시장 변화에 맞춰 그룹사 차원의 통합 온라인몰에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롯데는 지난 4월 롯데 7개 쇼핑몰을 통합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 출범시키고,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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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은 코로나19에 힘입어 성장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SSG닷컴의 총매출은 지난해 4분기 8429억원에서 올해 1분기 9170억원, 2분기 9137억원, 3분기 9803억원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3분기 영업적자는 31억원으로, 지난 2분기(-137억원)보다 106억원, 지난해 3분기(-235억원)보다는 204억원 가량 줄었다.

홈쇼핑 업체도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GS, 현대, CJ, 롯데 등 주요 홈쇼핑 매출은 분기별로 적게는 8%에서 많게는 16%까지 성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콕이 일상화되면서 집에서 모바일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도 새로운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았다.

특히 네이버 쇼핑 라이브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폭풍 성장해 3월 대비 네이버 쇼핑 이용 판매자수가 10배, 쇼핑 라이브의 콘텐츠 수는 12배 증가했다.

◇ 택배업계, 물동량 증가 호황 속 과로사도 잇달아

언택트 쇼핑 증가에 따라 물류업계 또한 코로나19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택배 물동량은 지난해 대비 약 20% 성장했다. 코로나19 특수 등으로 연평균 성장치 10%를 훌쩍 넘어섰다.

급증한 물동량은 실적에 그대로 반영돼 CJ대한통운, 한진 등 주요 물류 업체는 올해 초부터 택배 사업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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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택배 시장 1위 CJ대한통운의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7조9399억원, 영업이익은 23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14% 증가했다.

한진도 올 3분기까지 누계 영업이익이 8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1% 상승했고 매출은 6.1% 늘어난 1조6178억원을 달성했다.

늘어난 양의 택배로 인한 택배기사들의 과로사도 잇달았다. 택배업계는 연이은 택배기사 과로사 이후 산재보험 가입, 분류인력 투입, 터미널 자동화로 분류작업 축소, 건강검진 등 택배기사 보호대책을 일제히 내놓았다.

하지만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택배기사가 올해로 16번째 과로사 추정되는 사망 사건이 일어나며, 업계와 기사 간 갈등은 계속되는 양상이다.

◇ 급변하는 시장 환경 맞춰 유통업계 합종연횡

유통업계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합병도 이어졌다.

11번가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 모회사인 SK텔레콤이 아마존과 협력을 추진하면서 11번가를 통해 아마존의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마존은 11번가의 지분 참여 약정도 체결했다. 구체적인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존이 11번가의 지분 약 30% 정도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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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은 GS홈쇼핑과의 흡수합병을 추진한다. 편의점과 홈쇼핑이 합쳐지면 자산 9조원, 취급고 15조원의 대형 유통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합병법인 GS리테일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 플랫폼'을 목표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합하고, 로얄고객 확보 및 상품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매출을 25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한화솔루션도 한화갤러리아를 흡수합병한다.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의 사업부문으로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화갤러리아의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신용도가 높아지면서 향후 투자를 위한 조달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플랫폼 사업자 네이버 역시 CJ그룹과 협력을 예고했다. CJ대한통운, CJ ENM, 스튜디오 드래곤과 지분을 맞교환 한 네이버는 물류, 미디어·콘텐츠 영역에서 제휴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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