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사진=한수원 제공
[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원자력과 수력을 기반으로 국내 전력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친환경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태양광·풍력·연료전지를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사업과 해외원전 수주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 출고차 대기 주차장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설치한 지붕 형태의 태양광 패널 모습. 사진=한수원 제공
◇공공기관 최초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ESS 사업 착수

한수원은 지난해 울산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출고차 대기 주차장에 지붕 형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태양광 패널은 전력생산 뿐 아니라 차량을 햇빛과 비로부터 보호하는 차양 역할을 하며, 환경훼손은 물론, 민원이 없어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과 현대차는 출고차 대기 주차장과 주행시험장 등 약 23만㎡ 부지에 올해까지 추가로 9㎿급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한수원은 2021년까지 총 27㎿ 규모의 발전단지가 완공되면 연간 1만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3500만㎾h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현대차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기차에서 사용한 배터리를 회수, 성능평가를 통해 배터리를 선별해 ESS 용도로 재활용하는 ‘친환경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기차 폐배터리 성능진단기술을 통해 70~80% 이상의 동일 등급만으로 ESS시스템을 구축하고, 성능미달 배터리는 니켈, 망간 등 경제적 가치를 지닌 금속을 회수해 재활용할 방침이다.

한수원과 현대차는 양사가 공동 추진중인 울산 현대차 태양광사업과 연계, 2㎿h ESS에 대한 실증 분석과 사업성을 검증한다.

이후 10㎿h 상업용모델로 확대, 한수원이 추진하는 대규모 재생에너지사업과 연계해 2030년까지 약 3GWh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ESS를 보급할 계획이다.

삼랑진양수 육상 태양광 전경. 사진=한수원 제공
◇ 신재생에너지 보급 이끌어

한수원은 수력, 태양광 등 기존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해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신규 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300㎿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을 새만금개발청, 전라북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추진하고 있고, 신안군 비금도 염전부지를 활용한 200㎿ 태양광 사업을 지역주민과 협업해 나가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안 비금주민태양광발전사업은 소금 가격 하락에 따라 염전부지에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으로 시작한 국내 최초의 주민주도형 대규모 태양광사업”이라며 “이를 통해 주민 소득증대 및 신규 일자리 창출로 사업 수익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11월 한수원 최초 대규모 풍력발전단지인 청송노래산풍력 상업운전을 계기로 육상 및 해상풍력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청송노래산풍력은 청송 노래산 인근 해발 약 700m 지점에 3.2㎿급 발전기 6기를 설치해 총 설비용량 19.2㎿규모의 설비를 갖췄고, 연간 약 3만7000㎿h의 전력을 생산한다. 한수원은 안마도에 220㎿ 해상풍력, 영덕에 100㎿ 해상풍력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의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운영하는 한수원은 경기(경기 화성, 60㎿), 노을(서울 마포, 20㎿), 부산(부산 해운대, 30㎿) 연료전지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한수원은 그간 축적된 사업경험과 정부 정책지원을 바탕으로 인천연료전지(인천 동구, 39.6㎿), 고덕청정에너지(서울 강동, 19.8㎿), 암사연료전지(서울 강동, 19.8㎿) 등 2023년까지 총 80㎿ 용량의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1.85GW 규모의 신규 양수발전소를 건설한다.

양수발전소는 남는 전력으로 펌프를 가동해 상부댐으로 물을 올려놓은 후 전력이 필요한 시기에 물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로, 전력이 부족할 때 긴급 투입이 가능해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지원한다.

한수원은 지역사회 자율유치 공모 방식을 통해 부지를 선정하고 영동군 500㎿, 홍천군 600㎿, 포천시 750㎿ 규모의 양수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2030년까지 총 사업비 약 20조원(직접투자비 7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8.4GW로 확충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명실상부한 종합에너지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밝혔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맨 왼쪽)이 원전 특사 자격으로 체코 현지를 방문해 미팅을 가지고 있다; 사진=한수원 제공
◇해외원전 수주 '속도'

뿐만 아니라 한수원은 해외 원전 수주를 위한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체코 신규원전 사업에 대한 한수원의 확고한 참여 의지를 체코 정부와 발주사에 표명하기 위해 9월 초 체코를 방문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체코에서 지난 7월 신규원전사업 공급모델을 확정하고 올해 말까지 입찰안내서를 발급하기로 함에 따라 강력한 사업참여 의지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상호협력을 통한 우호 관계 유지를 위해 체코를 찾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체코 신규원전사업 총괄책임자인 야로슬라브 밀 원전특사 및 체코전력공사(CEZ) 경영진을 만나 신규원전사업을 포함한 한·체코 원전분야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체코 의회를 방문, 원자력상임위원회 소속 의원 및 한·체코 의원친선협회 회장에게 한국의 우수한 원전기술 및 안전성을 알리며 체코사업 참여 의지를 피력했다.

또, 정 사장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현지화에 대한 열망이 매우 높은 체코의 특성에 맞춰 현지 원전 관련 기업인 누비아, 아이앤씨 에너지오(I&C Energo), 테스(TES), 미코(MICO) 4개 회사의 대표를 만나 원전 전주기 협력 체계 구축 및 현지화 협력의 일환으로 원전 운영 및 정비, 연구개발(R&D) 등에 관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지화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체코 현지 원전 기업인 누비아와 한국수력원자력 간 미팅 모습. 사진=한수원 제공
◇원전 전주기 사업 진출

한수원은 주력산업인 중·대형 상업원전 건설에 힘쓰는 한편 운영, 정비 및 해체에 이르는 원전 전주기 사업으로의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체르나보다 1,2호기가 상업운전 중이고, 1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대형 설비개선 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들 원전에서 운영정비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이외에도 향후 루마니아 원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비해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해 루마니아를 직접 방문해 정부 고위급 인사 및 원자력 공사 사장을 만나 한수원의 루마니아 원전사업 참여의지를 표현했다.

이에 더해 한수원은 수십년간의 운영정비 경험을 활용해 가동원전의 엔지니어링과 설비개선 분야 해외시장 창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국제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노내핵계측 기자재 공급(리얼게인) 및 루마니아 방폐물저장고 타당성평가 용역을 수주했고, 슬로베니아 복수기 자성이물질 공급사업(대동피아이) 수주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러한 성과들은 국내 중소기업과 한수원이 협업해 개발한 기술로 이뤄낸 쾌거로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국내에서는 안전한 원전 운영에 힘쓰고, 해외에서는 전략적 수주활동을 통해 세계적으로 우호적인 원전수주 여건을 조성해나가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과 함께 세계로 진출해 원전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고, 세계 최고의 원자력발전 기술을 보유한 종합에너지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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