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대표로서 자금력·방향성·공정성 갖춰야…슈퍼셀이 롤모델"

홈런 클래시로 사업권에 오른 해긴, 구성원·게이머들 행복한 회사 추구

"중국 게임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서비스할 때 판호와 같은 허가 받아야"

이영일 해긴 대표. 사진=황대영 기자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대한민국 IT 스타트업은 현재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오죽하면 창업 후 3년간 망하지 않으면 성공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게임산업에서도 그런 스타트업은 특정 트렌드에 따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일이 반복돼왔다. 기업의 리더이자 살림꾼인 스타트업 대표들의 양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게임업계 상장사 창업자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돌아온 인물이 있다. 바로 이영일 '해긴' 대표다. 그는 배우자인 박지영 전 컴투스 대표와 함께 컴투스를 설립해 국내를 대표하는 모바일 게임사로 키운 1등 공신이다. 이영일 대표는 박지영 전 대표와 함께 지난 2016년 홀연 컴투스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게임업계를 떠났다가 3년 반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 대표가 2017년 설립한 '해긴'은 순 우리말이다. 권선징악을 담은 동화책에서 자주 에필로그로 나오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를 의미하는 해긴은 단지 돈을 많이 버는 회사가 아닌, 유저에게 게임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회사 구성원들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회사다. 해긴 구성원은 벌써 8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다시 창업했을 때 게임업계에서 18년간 산전수전 다 겪은 박지영 전 대표가 반대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에 "박지영 전 대표는 가장 든든한 지원자로 큰 응원을 해주었으며, 지금도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의견을 주고 있다"고 웃음지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 과거의 성취 과정을 잊지 못해 3년 반 만에 '해긴' 대표로 게임업계 복귀

이영일 해긴 대표. 사진=황대영 기자
이영일 대표가 다시 게임업계로 돌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이 대표는 3년 6개월 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가정에 충실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그의 가슴 속에 무언가 하나가 빠진듯한 허전함이 있었다고 한다. 전 회사에서 새로운 목표점을 설정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달성해나가는 과정을 다시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 초기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인 자금 부분도 쉽게 해결했다.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자마자 불과 1주일 만에 클로즈됐다. 또 창업 초기 인력 구성은 18년간 게임업계에서 쌓은 인맥으로 다시 함께 힘을 합쳤다. 다만 스타트업으로 인식돼 주니어급 인력 채용 부분에서 시간이 꽤 소모됐다.

해긴으로 2막을 연 이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로서 세 가지 조건 필수적으로 꼽았다. 이는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 회사가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성', 페어플레이 '공정성' 등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공정성 부분은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더불어 개인 삶의 질적 향상을 이끌 수 있어 더욱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해긴은 '순이익의 15%'를 직원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있다. 그 외에도 매년 스톡옵션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 대표가 보유한 개인지분을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증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독특한 부분은 인센티브 지급에서 팀에게 지급되는 비용 중 10%를 전체 직원들에게 공평하게 다시 나눈다.

이 대표는 "열심히 노력하면 개개인들에게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해긴은 전직원이 주주다. 말로만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져라가 아닌, 정말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복지를 점차 확대하려고 한다. 해긴은 성장에 기여한 사람이 보상에 누락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 해긴, 매출 80% 해외…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에 초점

해긴 구성원들과 회의를 진행하는 이영일 대표. 사진=해긴 제공
대형화, 고도화를 거치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중국 게임사들의 무차별 공습으로 이제 대형 게임사들도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긴 역시 국내 시장보다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해긴은 매출액 80%를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해긴은 모바일 게임 '홈런 클래시'를 지난 1월 3일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간단하면서도 조작 플레이가 필요한 이 게임은 구글피쳐드를 3번이나 받으며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욱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홈런 클래시는 매일 평균 1만명 이상의 신규 유저들이 유입되고 있으며, 출시 이후 지속적인 DAU 및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야구를 소재로한 이 게임은 한국·미국·일본·대만 등 4개국에 출시 후 초반 높은 순위를 유지했다. 북미 시장에서는 초기 이용자가 나머지 국가보다 가장 낮았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가장 많은 매출과 이용자를 확보했다.

이 대표는 한국에 처음 iOS 앱스토어가 나왔을 당시 등급분류 때문에 게임 카테고리가 없었던 점을 언급하며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수익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은 장기적인 회사 성장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해긴은 홈런 클래시에 서비스를 유지하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작 프로젝트 4개를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 열렸을 때부터 국가라는 장벽이 없어졌다고 봤다. 하지만 한국이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전체적인 비중은 낮은 편이다"라며 "한국에서 최고매출 5위는 힘들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50~100위는 가능성을 높게 봤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먹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 규제…스타트업에도 영향

해긴 이영일 대표. 사진=해긴 제공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집단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반발에 이 대표 역시 뜻을 동조했다. 게임은 하나의 놀이문화이지 질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시각은 없어져야 한다"라며 "어렸을 적부터 함께한 하나의 놀이문화인 게임이 질병으로 취급되는 것에 게임업계 종사자로서가 아닌 그 경험을 갖고 자란 일반인으로서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게임 스타트업들이 점차 성장할 때 고역을 치르는 부분이 바로 중국이다. 물량공세로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산 양산형 게임에 자본이 약한 스타트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고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해외산 게임에 대해 판호로 보호무역을 펼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국 게임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서비스할 때 판호와 같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국가간 상호작용이 굉장히 중요하고 관련 법까지 위반하는 중국산 게임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웹게임 시장이 99.9% 중국산 게임에 장악된 것처럼 모바일 게임도 점차 중국산 게임이 잠식하는 마당에, 보다 공평한 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국 게임이 중국에 출시하려면 판호가 필요하다면 중국 게임도 한국에 출시하려면 판호를 받아야 한다"라며 "무분별한 중국 게임들이 국내 시장에서 관련 법도 위반하면서 수익만 보고 쏟아지고 있다. 최소한의 같은 형태의 규제는 가해져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 해긴의 지향점, 구성원·게이머들이 행복한 회사

2018년 6월에 진행된 해긴 워크숍. 사진=해긴 제공
해긴의 최종 목표는 조금 특이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후 대부분 몇 년안에 상장 또는 성장에 초점을 맞춘 목표가 있기 마련인데, 해긴은 구성원들과 게이머들의 행복을 추구했다. 성장과 성공에만 초점을 맞춘게 아닌 게임업계의 이정표와 같은 회사가 되겠다는 뜻이다.

해긴 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해 이 대표는 개인이 보유한 지분의 5~6% 정도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스톡옵션까지 포함시 직원들이 보유한 지분은 약 10% 가량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분율이 낮아지는 대주주들의 이견도 있지만, 최대주주인 이 대표의 뜻을 꺾지는 못 했다.

또 해긴은 프로젝트에 대한 목표치도 이 대표의 노하우가 녹아있다. 해긴은 프로젝트에 최고매출 1위, 양대마켓 인기 1위 등이 목표가 아니다. 해외에서 매출 중위권을 유지하는 게임을 내는 것이 목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20년간 게임업계에 있으면서 대박을 노리고 시도한 프로젝트가 대박이 난 사례가 많지 않았다"며 털어놨다.

해긴의 롤모델이 되는 회사는 핀란드의 슈퍼셀이다. 이 방향에 맞춰 해긴은 내부적으로 상당히 수평적인 체계를 갖췄다. 신입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스스럼 없이 의견을 낼 수 있으며, 사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가끔 수평적인 문화 덕분에 의견충돌이 발생하지 않아, 의아할 때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는 "전 회사에서 아내인 박지영 대표와 함께 운영할 때 사훈이 '착하게 살자'였다. 이기적이고 자기 이익에 너무 치중하는 사람보다, 구성원과 잘 어울리고 선량한 사람이 걸맞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며 "해긴은 돈 잘버는 회사, 큰 회사가 아닌 사명에 담긴 뜻을 온전히 실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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