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태 법무법인 동민 대표 변호사 "개개인의 마음가짐과 정부당국의 엄정한 대처가 '줄탁동시' 처럼 박자 맞아야"

'마약 청정국' 지위 되찾아야 …'마약수사청'과 같은 특별수사기구를 만들어 일원적 수사 펼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이건태 법무법인 동민 대표 변호사
[전문가칼럼 =이건태 법무법인 동민 대표 변호사]최근 유명인들의 마약 사건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사회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마약류 범죄가 이미 위험수위로 치닫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마저 드는 상황이다. 어느덧 한국도 ‘마약 대중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양그룹 창업주 외손녀 황모씨가 최근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됐다.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씨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것도 눈길을 끈다. 현대그룹 총수일가 3세 정모씨와 SK그룹 총수일가 3세 최모씨가 대마 흡입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최모씨는 이미 구속된 상태다.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 직원이 마약 혐의로 구속되자 여러 의혹이 번지고 있다. 경찰이 클럽 내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유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버닝썬 클럽’을 계기로 2019년 2월 25일부터 한달여간 마약류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를 보면 우려가 괜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경찰은 불과 5주라는 기간동안 마약사범 994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368명을 구속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를 흔히 '마약 청정국'이라고 부른다. 외국간 마약 거래에서 도착지 국가의 세관을 쉽게 통과하기 위해 일부러 마약문제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한국을 거쳐 가는 경우가 있을 정도였다. UN은 인구 10만 명 당 연간 마약류 사범 20명 미만을 기준으로 ‘마약 청정국’을 분류한다고 한다. 수사 실무자들은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 명으로 잡고 마약류 사범이 1만 명을 넘으면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1만 명 밑으로 끌어내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마약류 사범 수는 1999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었고 2002년까지 4년 연속 1만 명을 상회했다. 하지만 2002년도에 강력한 단속으로 공급조직 10개 파 224명이 적발되는 등 공급선이 차단되면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 간 7,000명 선으로 줄어들었다. 그후 다시 2007년에 1만649명으로 1만명을 넘어선 뒤 2009년 1만1875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2010년부터 2014년까지는 1만 명 밑으로 유지돼온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15년에 전년 대비 19.4% 증가해 1만1916명이 됐고, 2016년에 전년 대비 19.3% 다시 늘어 1만4,214명으로 증가하게 됐다는 점이다. 2017년에 1만4,123명, 2018년 1만2,613명으로 주춤하게 되지만 2015년과 2016년에 매년 약 20%씩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다행히 2018년에 전년 대비 10.7% 감소하였으나 앞으로 1만 명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녹녹치 않아 보인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잃은 지 이미 4년이 지났다.

마약류 사범의 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마약류 압수량이다. 마약류 압수량은 2015년 185.1㎏, 2016년 244.5㎏, 2017년 258.9㎏, 2018년 517.2㎏로 계속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8년에는 마약류 사범의 수는 줄었지만 압수량은 전년 대비 99.8%나 증가했다. 자칫 마약의 침투가 생활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닫지나 않을 지 우려된다.

이처럼 마약류 사범이 1만 명을 넘어서고 마약류 압수량이 많아진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인터넷과 SNS를 이용한 마약류 거래가 늘어난 것이 첫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약 전과가 있는 마약류 사범뿐 아니라 전혀 경험이 없는 일반인도 마약류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됐다. 4차 산업혁명의 확장성이 마약류 범죄를 재촉하는 촉매제로 변질된 셈이다.

외국인 마약류 사범이 900명을 상회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2015년 640명, 2016년 957명, 2017명 932명, 2018년 948명이었다. 3년전부터 외국인 마약류 사범이 1,000명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최근 외국인 마약류 사범이 증가한 원인은 외국과의 교류 증가로 외국인 근로자 또는 관광이나 취업 목적으로 위장해 입국한 불법체류자의 국내 유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검찰은 2017년 마약류범죄백서에서 외국인 마약류사범은 중국인과 태국인, 미국인이 다수를 차지했고,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중국동포 등 일용직노동자) 및 미국, 캐나다 등 영어권(강사, 학생)과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권(공장 근로자 등) 국적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마약 공급루트도 기존에 중국 위주에서 이제는 중국, 대만,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 멕시코,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스페인 등으로 국가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다변화됐다. 인터넷, SNS 등을 이용해 국제우편물, 특송화물로 밀수입하는 경로가 활용되면서 마약류 밀수사범이 2017년에 481명으로 전년 대비 25.6%나 증가했다.

2017년 대마사범이 1,727명으로 전년 대비 20.3% 증가한 이유는 마약을 접한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 해외직구 등을 통해 아편계 제품류와 대마계 제품류를 밀수하는 경우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외국에서 유학을 한 부유층들이 대마를 흡입하는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오레곤, 콜로라도 등 10개 주(州)에서 대마가 오락용으로 합법화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부추겼을 법 하다. 미국 유학시절 자연스레 접했던 대마를 귀국해서도 별다른 죄의식 없이 흡입하는 사례늘고 있다는 얘기다.

검찰과 경찰은 2015년부터 다시 발호하기 시작한 마약류 사범을 줄이기 위하여 2016년 4월에 전국 14개 지역에 ‘검·경 마약수사 합동수사반’을 설치해 중점 단속을 펼치고 있다.

검찰은 인터넷과 SNS를 통한 거래를 차단하기 위하여 2016년 12월부터 마약 관련 불법 사이트 및 게시물을 자동 검색하는 ‘인터넷 모니터링시스템’을 개발해 24시간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적발된 판매글, 사이트 스크린샷 등 불법 정보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보내 차단을 요청하고 있다. ‘인터넷 모니터링시스템’이 가동된 이후에 예전에 2~3년 걸리던 양을 2, 3개월 안에 검색해 낼 정도로 단속 실적이 개선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17년 6월 3일부터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불법적으로 마약류 판매 등에 대해 광고하거나 제조방법을 게시하는 행위자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개정 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마약류 판매 정보를 게시하더라도 실제로 판매하지 않으면 정보를 삭제하고 차단할 수는 있어도 광고나 정보 게시 자체를 처벌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광고나 정보 게시 자체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약류 범죄가 국제화되고 있으므로 이를 효과적으로 단속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마약류 사범에 대처하는 중요한 국제기구나 국제회의체들인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마약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 아태마약정보조정센터(APICC)와의 협조가 긴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7년 9월 제주에서 대검찰청이 제27차 마약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를 개최했고, 이 회의에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세계관세기구(WCO), 아태마약정보조정센터(APICC)와 미국, 중국, 태국, 베트남 등 20개국 대표, 검찰청, 경찰청, 관세청, 국가정보원 등 국내 10개 기관 대표들이 참여해 국제 마약류 동향에 관한 정보를 교류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마약류 범죄는 독버섯처럼 끈질기게 우리 사회를 위협할 것이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단속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의 마약류 범죄 대응체제는 검찰과 경찰, 세관이 각자 대응하는 체제여셔 사안별로 협력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시적인 정보와 수사협력, 일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개선돼야 마땅하다.

검찰, 경찰, 세관이 합동수사반을 만드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외국처럼 마약수사청과 같은 특별수사기구를 만드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할 시점이다.

마약류 범죄 문제는 지금 이순간이 바로 위기상황임이 명확해졌다. 마약류 범죄는 바야흐로 인테넷과 SNS 세상을 만나 급증하고 있고, 국내 체류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국제화, 다변화되는 추세다.

지금 불길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 '마약 오염국' 낙인이 찍힐지도 모른다. 마약은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한 번 제방이 무너지면 통제하기 어렵다.

다만 과거에도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었다가 강력한 단속을 실시해 다시 그 지위를 되찾았듯이 2015년부터 불붙은 마약류 범죄를 다시 엄단해 이번에는 확고부동하게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되찾아야 한다. 개개인의 단호한 마음가짐과 정부당국의 엄정한 대처가 병아리와 닭이 안팎에서 알을 쪼아 새 생명이 탄생하듯이 '줄탁동시' 수준으로 박자가 맞아야 비로소 마약의 위협과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건태 법무법인 동민 대표 변호사 프로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고시(29회)에 합격해 사법연수원(19기)을 수료했다. 1993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초임 검사로 첫발을 내디딘후 법무부 법무심의관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형사제2부장검사, 인천지검 제1차장검사,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동민 대표변호사로 활동중이다. 강직하면서도 겸손해 인맥이 두터운 편이다. 법·제도를 통한 민생(民生) 개선이 관심사이며,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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