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자영업자 인건비 부담 줄이기 위해 카드수수료 인하 대책 실시

카드사 실적 악화 고심하며 대형가맹점과 카드 수수료 인상 협상

윗돌빼서 아랫돌 괴는 상석하대(上石下臺)식의 정책운영이 문제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전문가 칼럼=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카드수수료에 관해 카드업계와 대형가맹점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카드회사에 떠넘긴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카드수수료 인하는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경감해주고자 정부가 내세운 정책적 카드였다.

특히 작년말 정부는 카드수수료 우대구간을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늘렸다. 그 이유는 연매출이 5억원을 초과하는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도 경기침체와 인건비 상승 그리고 비싼 임대료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만큼 카드수수료 인하 혜택을 통해 비용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조치가 소득증가와 일자리 확대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상황은 정부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첫째, 카드수수료 인하 혜택을 모든 영세자영업자들이 누리고 있지는 못하다. 편의점의 경우만 봐도 가맹점주와 위탁점주가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즉 개점 비용을 자신이 직접 부담하는 가맹점주와 다르게 가입비와 투자 보증금만 지불하고 편의점을 운영하는 위탁점주의 경우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적용을 받고 있어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두 번째, 신용카드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가맹점의 약 50%에 달하는 영세점포(연매출 5000만원 이하)의 1월 매출이 작년 동월 대비 약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매출액 100억~500억원인 대형점포는 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영세점포와 대형점포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오히려 더욱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카드수수료 인하로 인해 카드사가 실적 압박을 받으면서 카드업의 후방산업격인 부가통신업자(Van사)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는 것이다. Van사는 카드사와 가맹업체 간의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 카드전표 매입과 청구 대행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회사다. 이러한 Van사들 중에서 중소 업체들은 카드사의 Van수수료 인하 요구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결국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감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중소 Van사 업계는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로 올해 일자리 3만개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목표를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수 없다.

결국 카드업계는 영세 자영업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고자 대형가맹점에 대해 수수료 인상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대형 가맹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카드수수료 재협상을 요구함에 따라 카드업계는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고통분담을 원하는 카드사와 양보할 수 없는 대형가맹점의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카드수수료 인상 대상에 포함되는 대형가맹점은 자동차, 통신, 유통 및 항공업계까지 그 범위가 넓어 자칫하면 카드수수료 대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기도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카드업계는 자동차업계에 대해서는 현행 1.8%인 수수료를 1.9%로 통신사에는 현행 1.8~1.9%인 것을 2.0~2.1%, 대형마트에는 1.9~2.0%인 것을 2.1~2.2%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가맹점은 0.1%만 올라도 부담해야할 수수료가 급증하는 만큼 카드업계의 요구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있다.

특히 최근 A자동차 회사는 카드사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가맹점 계약해지라는 협상카드를 꺼내 들며 카드사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카드사로서는 자동차를 구매할 때 대부분의 고객이 현금이 아닌 카드로 구매하는 만큼 자동차 회사와의 가맹점 계약이 해지된다면 매출뿐 아니라 시장점유율에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협상테이블에 들어선 카드사는 당초보다 한발 물러서며 기존에 제시한 수수료 인상안에 비해 완화된 인상안으로 A자동차 회사와 가까스로 합의가 이뤄지게 됐다.

하지만 이 합의가 나비효과처럼 번지면서 최근 B자동차회사도 카드사에 가맹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실상 A자동차 회사의 선례를 통해 카드사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동차업계에만 그치지 않고 대형 유통업체에도 퍼지면서 카드업계는 그야말로 사방에서 공격받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카드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다.

물론 기존에 일부 카드사들이 과도한 카드수수료를 받아 왔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카드사들은 다른 카드사와의 경쟁에서 밀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만드는 것이 이른바 시장논리다. 즉 그것이 자연스러운 순리라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의 카드수수료 논란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줄이려고 영세자영업자 카드수수료를 인하한 것에서 문제가 비롯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주도하는 카드수수료 인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카드업계 역시 이윤을 창출하는 곳이기 때문에 만약 카드업계가 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 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일반 소비자들에게 그 피해를 전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연회비를 인상하거나 무이자혜택을 줄이고 영화관이나 쇼핑센터 등을 이용할 때 받을 수 있는 각종 할인혜택과 부가서비스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결국 카드수수료 인하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는 일반 소비자가 떠안게 될 것이다.

이처럼 최저임금이 작년과 올해 2년 연속으로 두 자리 수 인상되면서 생긴 후유증의 여파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논란이 되었던 소득주도성장을 단지 포용적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바꿨을 뿐 기존의 경제정책 기조를 변화시키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영세자영업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각종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그 정책 역시 카드수수료 대란에서 살펴본 것처럼 시장논리에 맞지 않아 각종 잡음을 양산하고 있다.

지금처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완화하고자 다른 곳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현 정부가 집권 3년차에 들어선 만큼 책임감 있는 자세로 기존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과감히 인정하고 그 근원적인 원인인 최저임금에 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작년과 올해 각각 16.4%, 10.9%로 인상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지양돼야 한다. 향후 최저임금의 상승이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을 넘어서면 그것은 영세 기업의 원가상승 및 경영악화 부담으로 작용하고 결국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됨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데 사용하거나 또는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데 사용하거나 모두 어리석은 임시변통에 불과할 뿐이다. 정부는 결코 상석하대 (上石下臺)식 정책운영에 현혹되서는 안된다. 처음부터 잘못 꿰맨 단추는 빨리 풀고 적절한 위치를 찾아 단추를 다시 매는 것이 늦더라도 훨씬 지혜로운 선택이다. 개인에게 문제가 생기면 최악의 경우라도 집안이 망하는데 그치지만 정부가 그릇된 정책을 밀어붙이면 나라가 결딴나고 국민이 피폐해진다.

■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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