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편향된 뉴스를 편식하다 보면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조차 상실한다"

"내가 하지 않은 말을 컴퓨터가 조작해 음성파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멋대로 동영상 편집하는 기술까지 등장해"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주로 자신이 경험한 느낌이나 사실들을 남에게 전달하며 공감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가미하거나 각색한 이야기 즉, 허위사실들을 유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류 역사서는 어쩌면 수많은 허위사실들로 장식돼 있을지도 모른다. 역사가들은 지나간 사건들을 서술할 때 양심에 입각해 진실된 내용만을 간추렸다고 주장하겠지만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왜곡되고 편집돼 왔다는 것이 후세 학자들의 또다른 주장이다.

이 같은 결과는 역사가의 양심문제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사실을 가르는 시대적 기준과 문명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관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사람들은 같은 사건을 다르게 볼 수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는 자신의 경험에 부합하고 이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주장하게 마련이다. 사건의 진실과 허위를 가르는 기준이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얘기다.

소설과 영화는 인류가 발명해 낸 위대한 가공물이다. 신화는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상상물이다. 작가나 예술가들은 대중을 자신의 생각과 상상세계로 이끌어 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사람들은 이런 가공된 이야기들에 마음을 빼앗겨 감동하고 가치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작가들은 역사서를 재해석하기도 하고 다가오는 미래를 미리 상상해 보기도 한다. 이런 해석이 공감을 받을수록 사람들의 마음이 모아지고 사회적 가치기준으로 정립되기도 한다. 가공된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시대적 상징 인물일 수도 있다.

이런 가짜 이야기에 대해 법은 징벌하지 않고 탓하지도 않는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이지만 의도적으로 남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한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는다. 국내 형법에는 공연히 허위사실을 유포해도 사람의 명예를 훼손시킬 위험이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다. ‘허위사실유포죄’라는 죄목이 아예 없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이 죄가 되는 경우는 헌법 제307조(명예훼손)를 위반하는 경우이지만 이 조차도 판례에 의하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는 처벌하지 않으며 단지 사람을 비방할 목적의 경우에만 처벌한다'고 명시돼 있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도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어서 법적인 다툼의 소지가 있다. 다시 정리하면 허위사실을 유포한다 해도 법적인 책임이 없으며 의도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게 아니라면 문제도 안 된다. 많은 정치인들은 사실을 왜곡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나 예술가는 역사서를 아무리 뒤집어서 해석해도 또 앞으로 벌어질 세상 이야기를 아무리 허황되게 주장해도 죄가 안 된다. 오로지 판단의 자유는 독자와 시청자의 몫이다. 그래서 지구 종말 설을 퍼트리거나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이비종교를 법적으로는 제재하지 못한다.

정당이 선거공약을 아무리 허황되게 내놓아도 죄가 안 된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너무나도 잘 안다. 선거공약은 지키려고 있는 게 아니라고 뻔뻔하게 주장하는 파렴치한 정치인도 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모두가 최소 임금을 1만 원 이상으로 상향시키겠다고 주장했지만 지금에 와서야 오리발을 내밀어도 할 말이 없다. 정치는 그런 것이다.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영화산업도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다. 영화촬영 세트장이 별도로 필요없을 정도다. 연기자들은 파란 장막 앞에서 그럴듯한 연기만 하고 배경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채워준다. 영화 배경이 우주공간이 될 수도 있고 역사 속 천년 고도일수도 있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몰라도 수많은 엑스트라들은 이제 컴퓨터 그래픽 가공인물들로 채워진다.

최근에는 컴퓨터에 의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개성있는 인물들이 줄줄이 탄생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됐다. 컴퓨터 채팅을 하면 컴퓨터가 만든 가상인물이 화면에 등장해 말상대를 해준다. 표정이나 어투가 실존 인물이라 착각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하다. 영화 주인공들도 컴퓨터 가상인물로 대신할 수 있다. 가상인물이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는 유명인사가 될 날도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이미 컴퓨터 기술은 가상인물의 표정변화는 물론이고 피부 속 솜털까지도 자연스럽게 재현해 내는 단계에 이르렀다.

가짜 뉴스는 신문이나 방송 또는 온라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나 가짜 정보를 전파하는 황색저널리즘 또는 선전의 한 유형이다. 원래는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목적으로 거짓정보를 퍼트려 투자자를 유인하는 술수의 하나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젠 정치판에서 상대를 모함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목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 팩트체크(Fact Check) 사이트나 방송 프로그램이 등장했지만 한번 퍼뜨려진 거짓 소문은 되돌려 담기 힘들다. 법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조치도 우리나라엔 없다.

광고 내용도 마찬가지다. 허위광고인지 과대광고인지 불분명하다. 인터넷 광고가 발달하면서는 미끼성 기사들이 즐비하다. 언론의 입장에선 정론을 펴서 구독자의 신뢰를 높이는 일보다 웹페이지 방문자 수를 늘려 광고수익을 올리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런 언론 비즈니스의 속성을 가짜뉴스들이 파고든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과 함께 세인의 주목을 끌만한 뉴스거리를 생산해야만 한다.

심지어 기사 내용과 무관한 과장된 표현을 기사제목으로 뽑기도 한다. 주목받기 위해 선의로 사실을 풍자할 수도 있겠지만 대중의 관심을 일으킬 목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각색하기도 한다. 기자와 작가의 경계선이 허물어지는 셈이다.

사람들은 문자 정보보다 이미지 정보를 더욱 신뢰한다. 문장으로 서술된 기사에 만족하지 않고 동영상과 이미지를 곁들인 기사를 더욱 신뢰한다. 신문이나 라디오 방송보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동영상을 배경으로 삼는 유튜브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이젠 웬만한 라디오 방송은 동영상이 없더라도 유튜브로 실황 중계하고 신문방송의 시사프로그램 대신에 유튜브로 직접 제작되는 사설 시사프로그램이 주류 언론매체처럼 비중이 커져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주류 언론사 정보를 믿지 않고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각종 사설미디어들의 해설을 더 신뢰하려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동영상으로 제작된 정보나 해설은 구독자들의 신뢰를 쌓는다.

가짜뉴스는 풍자와 패러디 수준을 넘어서 사실을 오도하고자 콘텐츠를 가공하기도 하고 실제로 비쳐지는 영상물을 다른 각도로 해설하는 방식으로 퍼져 나간다. 정치판에선 선거전이 과열되면 댓글 조작은 물론이고 영상물 조작까지도 일삼는다. 이미지 가공은 이미 상식이 되었고 동영상도 교묘하게 조작해서 의도된 가짜뉴스를 퍼뜨린다. 가짜뉴스를 식별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 팁들이 주어지지만 독자나 시청자들은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 그저 가짜 뉴스에 파묻혀 점점 더 세뇌될 뿐이다.

카톡 방들을 통해 폐쇄적으로 퍼져가는 뉴스들은 심각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한 정보로 가득하다. 특히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뉴스들만을 신뢰하기 때문에 지인들이 모여 있는 카톡방에서 전파되고 있는 가짜뉴스들에 몰입하는 경향이 높다. 편향된 뉴스를 편식하다 보면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조차 상실해 간다.

후진국 경제에서 어렵게 성장한 노년층과 중진국 경제에서 활기차게 성장한 장년층 그리고 선진국 경제 속에서 부족함이 없이 성장한 청년층은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판단 기준이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관이 서로 사뭇 다르다. 이들 세대별로 분화된 정보들이 폐쇄회로를 통해 공급되면서 균형감을 잃은 정치적 주장들이 세대 간 위화감으로 크게 작용하게 된다. 서로 대화가 단절돼 있으며 정치적 견해가 다른 세력 간에도 타협이 없이 극한투쟁을 일삼기도 한다.

최근에 발달한 소프트웨어기술은 전문지식이 없이도 동영상을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게 됐으며 심지어 동영상 속의 인물을 교체하거나 기존 영상물 속에 다른 장면의 영상물을 삽입시켜 주는 기술까지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 주목받는 GAN기법은 영상물 속의 주인공을 다른 인물로 손쉽게 바꿔치기 할 수 있으며, 음성도 다른 인물 것으로 바꿔치기해줄 수 있다. 누구든지 1분 정도의 음성녹음 분량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서 학습시키면 음색이나 어투를 컴퓨터가 똑같이 재현해서 다른 문장을 읽어낼 수 있게 해준다. 내가 하지 않은 말을 컴퓨터가 조작해서 음성파일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더욱이 영상물 속의 배경은 그대로 놓은 채 주인공의 행위 장면을 다른 장면으로 교체해주는 기술까지도 가능해 졌다. 동영상이나 음성파일이 법정에서 범죄의 법적 증거로 채택되어 왔다면 앞으론 범죄현장을 담은 디지털 파일이 사건의 법적 증거로 채택되어선 절대로 안 될 정도로 동영상 위조기술이 정밀해 졌다.

즉, 컴퓨터 인공지능 기술발달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디지털 영상물을 의도하는 대로 가공하고 편집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만약 나쁜 의도로 실존인물이 등장하는 영상물을 조작해서 유포시키면 대중은 100% 조작된 영상물을 믿을 수밖에 없다. 흔적이 없기 때문에 영상물이 사실인지 조작인지 여부를 가릴 수도 없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쉽게 영상물을 왜곡시키는 작업을 해낼 수 있다. 사건의 진실과 허위를 가르는 기준이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되지 않고 동영상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진짜 정보보다 가짜 정보가 더 범람하는 무서운 세상이 우리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 공포로 다가올 뿐이다.

■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서울대학교 재료공학과 객원교수, 포항공과대학 겸직교수. 포항산업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 등을 역임했다.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요즘은 미래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과학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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