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비준 서둘러야 두 차례 관세 인하 효과… 연내 발효 안 되면 1조5,000억원 피해 예상

18일 구성되는 여야정협의체, 발전적 논의 통해 FTA 실리 극대화·피해 최소화 방안 찾아야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데일리한국=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칼럼] 지난 6월 1일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정식 서명 절차를 마친 후 국회의 비준동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인구 13억 명의 거대한 중국 시장 빗장이 열리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의 대립으로 한중 FTA 비준은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한중 FTA 비준 서둘러야 두 차례 관세 인하…중국 시장 선점 효과

한중 FTA의 연내 비준을 서둘러야하는 이유는 막대한 관세 절감 효과 때문이다. 한중 FTA 협정문에 따르면 FTA 발효 즉시 958개의 한국 수출품 관세가 철폐된다. 향후 수년에 걸쳐 철폐되는 품목의 경우는 발효일에 1차년도 관세 인하가 적용되고, 이듬해 1월에 한 차례 더 인하되어 약 1개월이라는 기간을 두고 두 차례 관세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국회 비준을 통과하고 나서 실제 발효까지는 시행령 개정 등의 절차를 거치므로 약 한 달여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한중 FTA를 연내 발효시키기 위한 골든타임은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는 지난달 30일 협의체를 개시해 비준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로 하였으나 국정 교과서 이슈, 야당의 비준안 통과 조건 미충족 등으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한중 FTA가 연내 발효되면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내수시장 선점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달에도 수출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도 감소하고 있어서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9월 대중국 수출은 102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8% 줄어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안에 FTA 발효되지 못하면 1조5,000억원 피해 예상

이러한 하락세의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의 경기 둔화 장기화이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대중국 수출 구조에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하락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2014년 말 기준으로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의 비중은 73%에 달하고 소비재의 비중은 7%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 FTA 연내 발효는 중간재 중심의 대중국 수출 구조를 서비스재 위주로 일찍이 개편할 수 있는 계기가 되므로 중국 수출의 활로 개척 뿐 아니라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협정 발효 후 2년 내에 시작하기로 한 서비스시장 후속 개방 협상도 앞당겨져 한류를 기반으로 꾸준한 인지도를 얻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장 진출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법률·건설·환경·유통 등의 서비스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올해 안으로 발효하지 못하면 1차 관세 인하 시기가 내년으로 넘어가 1조 5,0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예상된다. 이와함께 산업연구원이 한중 FTA의 1년차 수출 증가액을 추산한 결과에 의하면 발효 시점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40억원의 수출 증가 기회를 놓친다.

여당 "조속한 비준으로 효과 거둬야"…야당 "피해산업 지원 등 조건 충족돼야"

여당은 이같은 경제적 효과를 내세우면서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고 있으나 야당은 비준안 통과 조건을 제시하면서 서로 대치하는 바람에 여야정 협의체 출범이 늦어져 왔다. 야당이 내건 비준안 통과 조건으로는 FTA 무역이득의 일부를 피해 산업에게 지원하는 무역이득공유제, 농수산물 분야 보호 대책, 미세먼지 대책, 식품안전 검역주권 확보, 불법어로 방지, 지적재산권 보호 대책 등이 있다.

이처럼 한중 FTA 비준안을 두고 여야의 견해 차가 여전하지만 협상의 필요성과 빠른 비준의 효과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다. 또한 야당이 제시하는 미세먼지, 불법조업 등의 문제는 한중 FTA가 아니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따라서 정부는 하루빨리 공방전을 끝내고 관련 후속 협상 추진을 책임감 있게 약속하고 비준 처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야 모두가 정치적 대립이 아닌 발전적 논의를 통해 FTA의 실리를 극대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다행히 여야 원내대표가 17일 만나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를 18일 출범시켜 논의에 돌입하자'고 합의함으로써 정치권의 발전적 논의가 기대된다.

또한 향후 한중 FTA로 인해 영향을 받을 국내 산업구조의 변화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 제품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 이론에 따르면 제조업의 핵심 역량은 서서히 중국 등 해외 후발국으로 이전되고 있어서 국내의 지속적인 제조업 발전, 관련 산업의 일자리 창출 등이 서서히 약해질 것이다. 따라서 제조업 혁신,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등 현실적인 대비책을 준비하여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해야 한다.

무역 자유화는 국제적 추세이다. 최근 메가 무역협정의 서막을 알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타결되었고, 중국은 이에 대응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을 서두르고 있다. 가치사슬(value chain)의 개념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G2의 무역·금융·정치 패권 다툼으로 세계가 동북아 지역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동북아 지역의 경제통합 추세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메가 FTA 추세에 적절히 대응하고, 현재 공방중인 한중 FTA 연내 발효를 위해 이른 시일 내에 비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석사)-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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