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대외의존도..'매력 있고 존경 받는 나라' 브랜드 구축해야

산업화 노하우 전수할 대규모 인력 해외 파견해 '돈 버는 법' 알려줘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선진화시민행동이 주최한 통일한국 아카데미의 초청 강사로 나서 ‘국가 브랜드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지수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편집자 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2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국가 브랜드 전략을 주제로 ‘매력 있는 나라, 존경받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초청 강연을 했습니다. 데일리한국은 오 전 시장의 강연 요지를 칼럼 형식으로 게재합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선진화시민행동(상임대표 서경석)이 주최한 강연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정책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기 위해 오 전 시장은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정보통신 기술)와 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을 이끌어야 한다”면서 "또 개발도상국에 산업화 노하우를 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데일리한국= 오세훈 전 서울시장 특강 요지/정리= 황혜진 기자]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강점과 약점을 고루 갖고 있다. 똑같은 제품을 내놓아도 어느 나라 제품이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르게 매겨진다.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면 매력적인 나라가 되어야 하는데, 이는 디자인과 문화의 발전을 통해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대외의존도…수출 위해 국가 브랜드 전략이 중요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국하면 떠오르는 첫인상에 대해 물었을 때(중복 응답) 1위는 경제성장으로 15.3%의 응답을 얻었다. 기술력은 14.9%로 2위를 차지했다. 최하위인 17위는 국제사회 기여(1.1%)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가 잘 하고 있는 것과 못하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의외로 현대문화(9위, 4.4%)와 디자인(11위, 3.4%)은 중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산다. 대외의존도가 세계에서 제일 높다. 내수만으로는 시장을 컨트롤할 수 없고 그래서 모든 정권이 수출에 목을 매는 것이다. 5개국의 동일한 제품을 놓고 한국 제품 가격을 100 달러로 산정했을 때 외국인들은 독일 제품은 137.1달러, 미국 제품은 133.4달러, 일본은 121달러로 가격을 인식했다. 제일 낮은 중국은 72.3달러였으니 우리나라의 제품의 가치가 선진국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한국의 첫인상을 국제사회 기여, 디자인, 현대문화 등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은 한국 제품의 가격을 비교적 높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 기여는 '존경'이란 단어로, 디자인과 현대문화는 '매력'이라는 단어로 전환할 수 있다.

'매력 있는 나라'…디자인·문화 선진화로 창조경제 이뤄내야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 중 문화가 약한 나라는 없다. 문화와 디자인은 내용과 형식의 관계와도 같다.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정보통신 기술)와 문화 콘텐츠, 이 두 가지가 융합됐을 때 알짜배기 창조경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별 디자인 역량 순위(2010-2013년)는 11위다. 각종 국제 디자인 대회에서 수상한 실적의 평균치로 따진 것이다. 우리의 디자인 실력은 좋은 편이다. 그런데 국가 브랜드에서는 디자인 부분이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능력은 있는데 브랜드가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21세기형 감성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사회기반 시설)로서의 랜드마크가 브랜드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 도시 브랜드가 국가 브랜드를 끌어올려 매력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존경받는 나라'…산업화 노하우 원조로 '고기 잡는 법' 알려줘야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주는 국가가 됐다. 우리가 어려웠던 당시 원조를 통해 살아남았는데 우리가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며 원조를 점점 늘리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왕따 당하기 쉽다. 국내 복지 문제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데, 답답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돈을 들이지 않고도 국제사회에서 사랑받는 존재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가난한 나라를 돕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방법이 더 중요하다.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법을 알려줘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이뤄낸 세대가 아직 살아 있다. 이들의 경험과 지혜를 나눠주는 것은 엄청난 원조다. 작년에 4500명이 해외로 나갔다. 해외 원조를 위한 파견 인력에서 우리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미국은 작년 한 해 7천명을 내보냈는데 이를 앞지를 예산이 충분히 있다. 노하우 전수를 통한 해외 원조는 국가 브랜드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는 데도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우리나라의 산업화 노하우를 개발도상국에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페루에서 6개월, 르완다에서 6개월 간 지내고 지난 6월 귀국했다. 퇴역군인이나 은퇴한 CEO(최고경영자) 등이 개도국에 농사짓는 법을 가르치기도 하고, 고등학교만 졸업한 청년이 자동차 정비 기술을 전파하기도 했다. 한국의 새마을팀은 한 마을에 5년 동안 머무른 뒤 철수한다. 이 때 가지고 들어간 돈을 모두 회수해서 돌아간다.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한 마을이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가짐이 바뀐다는 것이다. 근면·자조·협동의 마음가짐을 넣어주러 가는 셈이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 프로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6년 7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서울시장을 지냈다. 고려대에서 법학학사·법학석사·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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