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메르스 사태, "재난 예방·대비·대응 실패"… 안전 분야 노동 비정규직화 문제

"위기관리 시스템 개혁 위해 사회 전반 구조적 혁신 필요"… 부정부패 척결, 현장 점검 등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2015 국가위기관리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재은 한국정책포럼 회장이 첫 번째 발제를 맡았다. 사진=김소희 기자

[데일리한국 김소희 기자] 이재은 한국정책포럼 회장은 11일 위기관리 시스템 개혁 방안에 대해 “현재와 같은 ‘보고’ 중심의 재난 관리 방식이 큰 문제"라면서 “국가위기관리 시스템 개혁을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구조적 혁신이 없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5 국가위기관리 정책 토론회'에서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우리나라 최대의 국가위기로 꼽으면서 “국가 대응 방식의 문제점과 쟁점을 구조적 불안전성(structural insecurity)에서 찾고, 이에 대한 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현재 국제위기관리학회(ISCEM) 공동회장과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를 맡고 있는 이 회장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의 공통적 문제점에 대해 “재난 예방·대비 조치와 재난 대응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안전을 위협하는 규제 완화의 문제점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한 뒤 안전 분야 노동의 비정규직화 문제도 거론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어떤 재난은 성공적으로 다루면서도 어떤 경우에는 실패하게 되는 것을 두고 “재난의 규모와 정부의 재난 구호 지출 비용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며 “대신 위기 대응의 성공과 실패는 재난 피해자의 집단행동과 공무원의 관료적 절차 사이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격차의 크기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2014년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위기관리에 실패했다는 사회적 비판에 직면한 정부가 올해 발생한 메르스 사태에서도 동일한 지적을 받은 이유가 구조적 불안정성에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위험이나 위기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는 구조적 불안전성이란 무엇인가? 이 회장은 구조적 불안전성에 대해 “위험, 위기관리, 안전 등의 주제라는 맥락에서 다양한 사회 구성 요소들이 맺고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호관계”라고 정의했다. 이에 대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전체 사회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있고, 사회의 어느 한 부분이나 기능은 다른 부분이나 전체 기능과의 관계 속에서만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안전점검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부족해 안전 분야에서 노동의 비정규직화라는 문제점을 초래했다”며 “현재와 같은 보고 중심의 재난 관리 방식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는 초동 대처·사전 준비, 적절한 경보와 정보 제공, 정부 부처 간 협력, 정부 대응 등에 대한 신뢰 저하라는 공통적인 쟁점을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2015 국가위기관리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김성호 재단법인 행복세상 이사장이 축사를 맡았다. 사진=김소희 기자

이 회장은 위기관리의 문제점과 쟁점들을 분석한 뒤 11가지의 다양한 교훈을 도출하고, 제도적 개혁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국가위기관리 시스템 개혁 방안에 대해 “정부 부문을 중심으로 한 부정부패를 제거하는 것이 시급하고, 군사적 위기관리를 위한 방위사업 추진이나 새로운 국제안보 전략 등을 위한 가치 정립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구 구성,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인사 시스템을 제도화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시민과 시민단체가 수행하는 재난안전교육 사업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담당 공무원들이 시민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문제를 확인하고 점검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정확한 정보의 신속한 공개가 구조적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관리의 실효성 확보 방안을 예방-대비-대응-복구 단계별로 마련해야 한다”며 “전반에 걸친 위기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현장지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위기관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며 “위기관리 매뉴얼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발제를 맡은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는 위기관리를 위해 인문학적 지혜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국가안보는 국민의 천부 인권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라며 "인문학적 지혜가 없는 국가안보는 지위 유지를 위한 속보이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사건 자체는 결코 위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수많은 위기가 발생하지 않느냐"며 "결국 인간이 대처하는 대응 방식이 위기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5 국가위기관리 정책토론회'는 국가위기관리학회, 산업정책연구원, 재단법인 행복세상, 한국정책포럼 공동 주최로 진행됐다. 종합발제는 이재은 한국정책포럼 회장,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이 맡았다. 종합토론에는 안광찬 단국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소장, 이정재 서울대 명예교수, 이수갑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이윤철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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