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총선에서 '베이비붐 세대(50대)'를 공략하는 세 가지 필승 카드

유권자 수 많고 투표율 높은 50대, 2012년 총선·대선 등 승부를 갈라

50대 성향은 보수화 속 진보 시각 공존… 50대 '러브콜' 위한 이슈 필요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칼럼] 미국 대통령 열기가 뜨겁다. 당장 내년 2월이면 코커스이든 오픈프라이머리이든 대통령 후보자들의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난다. 미국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의 각축전이 치열하다. 공화당의 경우 정작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초반전은 트럼프와 카슨, 피오리나의 독설 대결이 흥미롭다. 태평양 건너 미국의 대통령선거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새로 당선되는 대통령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재벌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한 강연장에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안보를 공짜로 제공 받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여 홍역을 치렀다. 당분간 한국 국민들의 공적이 될 운명이다. 미국 유력 대선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우선 상당한 고령자들이다. 불혹의 나이에 출사표를 던진 케네디와 1992년 혜성처럼 등장한 빌 클린턴과 비교하면 노장 후보들 일색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힐러리 클린턴은 1947년 생으로 68세이다. 만약 당선된다면 첫 임기를 70세에 시작한다. 버니 샌더스를 아주 고령으로 보는 이들이 많은데, 힐러리와 고작 6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1941년 생으로 74세이다. 연일 독설을 뿜어내는 요상한 헤어스타일의 트럼프는 힐러리보다 1살 많은 69세이다. 대기업 CEO출신으로 공화당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칼리 피오리나가 햇병아리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이제 겨우 61세(1954년 생)로 막내 후보 대열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열정과 대통령 당선의 의지는 강렬하다 못해 넘치기까지 한다.

미국 대선과 '베이비붐 세대'의 위력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오승근의 유행가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미국 후보들의 높은 연령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바로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보다 더 빨리 만들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1946년(도널드 트럼프의 출생과 같은 해)부터 1964년까지 급격히 미국 인구는 증가했다. 앞서 언급한 후보 중에서 베이비붐 세대와 맥을 같이하지 않는 인물은 버니 샌더스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샌더스 후보는 무소속으로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것도 이채롭지만 정치적 스탠스는 진보적이어서 베이비붐 세대와 몇 살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신선하게 느껴지는 인물이다. 사실상 모두 베이비붐 세대에 포함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60대 미국 베이비붐 세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다음의 미국을 이끌고나갈 지도자가 된다. 60대 동년배의 표심을 잡아야 당선되더라도 성공적인 안착이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 중 60대 대부분은 미국 은퇴자협회(AARP)에 가입돼 있다. 미국 은퇴자협회는 미국 최대의 NGO 단체이고 선거나 정부 정책 입안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 줄 인물이 자연스럽게 선거에 출마하고 선거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미국의 지도자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유권자수가 많을 뿐 아니라 투표율도 다른 연령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한국 총선·대선의 '핵'은 50대 베이비붐 세대

한국은 어떤가. 다음 총선(제20대 국회의원 선거, 2016년 4월 13일)을 150여일 앞두고 후보자들은 누구를 공략해야 하는지 궁금해진다. 미국이 60대 베이비붐 세대의 문을 두드린다면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50대이다. 한국에서 베이비붐세대는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로 정리된다. 끝나는 연령은 미국과 비슷하지만 한국전쟁으로 인해 시작 연도는 미국보다 10여년 정도 늦다. 즉 미국이 대체로 60대라면 한국은 10년 늦은 50대가 된다. 1954년과 55년은 불과 1년 차이밖에 안 나지만 출생아는 10만명 이상 1년 새 더 늘어났다. 56년생은 87만여명에 달했고 1960년생은 유사 이래 처음으로 90만명을 돌파했다(통계 자료에 따르면 아직까지 한해 100만명 이상 출생기록은 없음). 베이비붐 세대가 수적으로 1인 1표의 유권자 시대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는 50대의 압도적 지원을 받아 당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50대 득표율 출구조사 기준. 박근혜 62.5% 대 문재인 37.4%).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2002년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50대 득표 차보다 더 큰 차이가 벌어졌다(50대 득표율 출구조사 기준. 노무현 40.1% 대 이회창 57.9%).

지난 대선에서 50대가 박 후보 당선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하여 50대를 보수적 집단으로 단정지을 순 없다. 이념적으로는 매우 보수적이지만 기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이성적 판단력이 작동된다. 당장 교과서 문제만 하더라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 의견이 높지만 60세 이상 유권자층과 비교하면 반대 의견이 두 배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실시한 조사(전국1010명 휴대폰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물어본 결과 60세 이상에서는 반대 의견이 17%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50대에서는 박 대통령과 생각이 다른 ‘국정화 반대’ 의견이 31%로 60세 이상의 반응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평가 역시 60대와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60세 이상에서는 10명 중 7명이 넘는 75%가 긍정 평가였다. 하지만 50대에서는 58%로 거의 20%포인트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같은 50대라도 50대 전반과 후반은 다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념성향 분석을 해보면 50년대생인 50대 후반은 좀 더 보수적이고 60년대생인 50대 전반은 좀 덜 보수적이다. 미국 대통령후보자들이 베이비붐 표심을 잡아야 하듯이 150여일 남은 대한민국 총선에서도 50대 베이비붐 세대가 선거의 핵(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들도 다수가 50대(국회의원 당선자 평균 나이 19대 53.1세, 18대 53.5세)이므로 제20대 국회의원선거는 말그대로 ‘베이비붐 세대의, 베이비붐 세대에 의한,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선거’가 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는 50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진보 성향 후보자일지라도 50대 득표 전쟁에서 최소한의 격차를 허용해야 경쟁이 가능해진다. 50대 유권자의 특성은 무엇이고, 3대 공략카드는 무엇일까.

50대, 유권자 수 많고 투표율·정치참여율 높아

우선 50대 유권자는 다른 세대와 비교할 때 유권자 수와 투표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점차 낮아지는 것과는 달리 50대 투표율은 재보궐선거에서도 크게 낮아지지 않는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50대 투표율은 74.8%로 모든 연령에서 가장 높았다. 2008년과 2012년 총선에서도 50대 투표율은 각각 60.3%와 62.4%로 60세 이상에 필적할 정도로 높았다. 지난 대통령선거는 초방빅 접전 상황에서 50대 투표율은 89.9%(출구조사 기준)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그림1).

물론 최종 중앙선관위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10명 중 9명 가까이 투표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박빙의 승부가 벌어질수록 50대 투표율이 매우 높아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연령대별로 가장 많은 유권자인 50대는 투표율까지 감안하면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투표자 4명 또는 5명 중의 한 사람은 50대였다. 50대 베이비붐 세대에서 60%이상의 득표를 얻는다면 매우 유리한 환경이 된다. 반대로 50대 유권자층에서 30%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한다면 아주 불리한 싸움이 되어버린다. 과거 선거의 투표율 추세를 볼 때 그리고 노령연금 공약, 임금피크제 등 50대와 직결된 민감한 공약이 제시되는 내년 총선 환경을 볼 때 50대의 투표율은 2012년 총선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투표율을 예상하게 된다.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더 높아지지 않고 40대의 투표율 또한 정체되는 상황에서 50대 유권자의 표심은 선거 당락에 결정적인 변수이다.

정당의 당원이나 조직원으로 활동하는 인구도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에 비해 많은 편이다. 선거운동에도 적극적이어서 일종의 범람효과(Spillover Effect)로 60세 이상 유권자들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50대 파괴력은 선거를 180여일 정도 남겨두고 실시된 조사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MBN의 의뢰를 받아 지난 10월 10일~13일 실시한 조사(해당 지역구 500명 유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이 내용은 조사 시점의 선거 판세를 분석하는데 참고하는 자료이며 실제 선거 결과를 예측하지는 않음)에서 서울 종로구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새누리당 후보(박진, 오세훈, 이동관) 중 누구를 지지할지 물어본 결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가장 높았다. 40대에서는 박진 전 의원이 가장 높았지만 승부는 50대에서 엇갈렸다. 50대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41.2%의 지지를 받은 반면 박진 전 의원은 26.4%에 그쳤다. 40대에서 선전한 박 전 의원이 50대에서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판세가 드러났다. 한편 정세균 현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새누리당 후보)의 가상 대결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정 의원이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새정치연합의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보수성향이 강한 50대 전쟁에서 선전한 덕분이다. 50대에서 정 의원은 40.5%의 지지를 받았고 오 전 시장은 49.4%였다. 적어도 50대에서 40%에 가까운 지지를 얻어야 박빙 승부가 가능함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지역 내의 50대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각 투표소마다 50대 투표율이 어느 정도인지 반드시 챙겨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를 잡아야 당선이 보인다.

미묘한 50대 정치 성향… 보수화 속 진보 시각 공존

두 번째로 점검해야 할 이슈는 베이비붐 세대의 정치 성향이다. 정치적 이념을 말한다. 50대는 연령적으로 장년층에 접어들면서 보수화 성격이 강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년대 학생운동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진보적 시각이 공존한다. 무조건적으로 정치적 성향이 보수적일 것으로 단정한다면 오산이다. 지금의 50대가 40대였던 2002년 대선에서는 일상적인 생활은 보수적이었지만 인식은 상당히 진보적 색채를 띄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관련된 사고도 유연해졌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도 이념적 색깔론이 선거의 결정적 변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2004년 탄핵 정국에서는 ‘민주적 회귀 본능’으로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준 연령이 지금의 50대인 당시의 40대였다. 2004년 총선 이후 지난 10여년 간 시대적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 진보 정치 세력에 대한 불만이 50대에 투영된 것이지 급격한 보수화로만 해석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대 베이비붐 세대의 정치 성향은 보수 성향이 강한 쪽이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해 9월 2~4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유권자들의 이념 성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체 평균은 5.38점으로 나왔다(가장 진보적인 0점부터 가장 보수적인 10점까지 11점 척도로 나눔). 전체 유권자들은 다소 보수 쪽에 가까운 성향으로 분석된다. 20대는 4.75점으로 가장 진보적인 세대였고 60세 이상은 6.12점으로 가장 보수적인 연령대였다. 50대는 5.90점으로 보수화 성격이 뚜렷했다(그림2). 2012년 대선에서 이념적인 대결 성격이 강해졌을 때 50대는 박근혜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내년 총선에서도 전국적인 선거 구도가 보수와 진보 간 대결 구도가 된다면 50대에서 보수 색깔이 더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합 지역인 수도권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은 이념 대결 구도를 더 선호할지 모르겠다. 새정치연합 후보를 비롯해 야권 후보들은 이념적인 투표 환경을 최대한 희석시킬 필요가 있다.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었던 50대 베이비붐 세대에게 이념보다는 명분을 공격적으로 내세워야 승산이 있다. 50대들의 선택이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명분을 의미한다. 리얼미터와 MBN의 총선 격전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구 수성갑의 여론이 눈길을 끈다. 새누리당 텃밭임에도 불구하고 50대에서 김부겸 후보(새정치민주연합)는 절반에 가까운 48.8%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에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는 35.8%에 그쳤다. 60대에서는 새누리당 김 후보가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은 지지율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베이비붐 세대 후보자(김부겸 1956년생)로서 동년배를 향한 이념적 접근이 아니라 ‘공감대 효과'(Empathy Effect)가 나타난 결과로도 분석된다. 새정치연합 후보라고 해서 유권자를 향해 이념적 접근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매우 유리한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 총선에서 노원갑에 출마한 김용민 후보는 이념적 선거 환경에서 성공적이지 못했다. 내년 총선에서의 공략법은 보수적 정치 성향이 강한 지역구 내 50대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있다. 본인의 이념적 위치와 50대 지역구 유권자의 이념적 평균치 간에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 대구 수성갑 유권자들이 김문수 후보와 김부겸 후보 사이의 이념적 차이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차이만큼 과연 크다고 생각할까. 절박한 마음으로 출신지로 내려갔지만 명분을 확보하지 못한 걸로 보이는 김문수 후보에게도 새누리당 카드보다는 50대를 향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일지 모르겠다.

50대 마음 사로잡기 위한 핵심 이슈 던져야

어쩌면 앞서 거론한 50대 공략법보다 마지막 카드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 50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핵심 이슈가 무엇인지를 끄집어내야 한다.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고 해서 그리고 새누리당을 선호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해서 보수적이고 이념적인 이슈로 밀어붙여서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이슈에 모든 걸 내걸어서도 안 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이슈는 50대에서 찬성 의견이 높지만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베이비붐 세대가 갈구하는 지역 이슈에 대한 사전 연구 없이 무턱대고 ‘한국사 교과서’ 이슈로 한몫 보려 했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찬반을 물은 결과, 전체 결과는 ‘국정화 찬성’이 41.7%였고 ‘반대’는 52.7%였다. 50대는 ‘교과서 국정화’ 찬성이 52.8%로 더 높았다. 그렇지만 반대 비율이 37.9%로 결코 낮지 않았다. 10명 중 4명 가까이는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여론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50대의 ‘교과서’에 대한 관심은 점차 낮아질 개연성이 높다. 60세 이상에선 국정화 찬성 의견이 67.5%였고 반대 응답은 22.1%에 불과했다. 50대와 60대 모두 국정화 찬성 의견이 높았지만 분명한 온도차가 있었다. 왜냐하면 50대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리서치앤리서치가 KBS의 의뢰로 지난 8월 10~1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50대 베이비붐 세대에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중복 응답), ‘물가 상승 억제’가 39.9%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재취업 기회 확대’가 34.3%로 뒤를 이었다(그림3). 그 외에도 노후연금 지원 확대, 노후 건강 지원 확대, 자영업자 보호 대책 마련, 전월세난으로 인한 주거 불안 해소, 자녀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등이 꼬리를 이었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교과서 문제에 대한 요청 사항은 없었다. 베이비붐 세대는 고달프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립하느라 힘들었고 살 만해지니 자식 등쌀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들을 위로해 주는 후보야말로 50대의 마음을 잡을 자격이 있다. 출마 지역 50대의 짐을 덜어줄 핵심 이슈를 찾아야 한다.

왜 공자는 나이 사십을 불혹(不惑)이라고 일컫고 나이 오십은 지천명(知天命)이라 했을? 공자의 가르침을 다 알 길은 없지만 여전히 40대는 불안하고 50대는 온갖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을 겪어 나름 보편적 진리를 터득하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현실 세상을 둘러보더라도 여전히 40대는 생활 문제로 숨가쁘다. 겨우 가족을 꾸리고 간신히 주거를 마련한 정도 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50대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얼마나 하늘의 뜻을 이해했을진 모르지만 40대가 겪는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극복했으리라.

'박심'(朴心)· '노심' (盧心) 마케팅 효과는 제한적

우리 사회에서 50대는 각별하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한국의 산업화 태동기에 온몸으로 고난을 이겨낸 자랑스러움도 함께 한다. 자부심은 물론이다. 그렇기에 한국 사회가 남긴 많은 과제와 숙제에 대해서도 자유롭지 못한 연령대이다. 많은 책임만큼이나 한국 정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987년 직선제 개헌의 중추 세력이었고, 90년대 후반의 정권 교체와 2000년대 초반 진보정권 탄생의 기폭제 역할을 한 세대였다. 민주화에 대한 경험만큼이나 정치적 권리의 상징인 투표에 대한 관심과 의지도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50대를 붙들지 않고 선거에서 이기길 기대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야권 후보일지라도 경합 지역의 50대 승부처에서 격차는 아주 크지 않아야 한다. 대충 눈대중으로 50대 표심을 분석했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 지역구의 50대 구성이 얼마나 되는지, 투표소마다 50대 유권자의 비중과 투표율이 얼마나 되는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보수 성향이 강한 현실적인 특성도 놓쳐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이념 전쟁으로 몰아가선 여야 모두 유리할 게 없다. 특히 수도권에선 말이다. 50대 베이비붐 세대의 고민과 고충을 온몸으로 안아줄 열린 태도는 기본이다. 지역구 내 50대 유권자들의 핵심 이슈가 무엇인지 생선살을 발라내듯 빈틈없이 훑어내야 한다. 내년 총선은 이전의 국회의원선거와는 접근 방식이 사뭇 달라야 한다. 여전히 유효하지만 '박심(朴心) 마케팅'(박근혜 대통령을 선거에 활용), '노심 (盧心) 마케팅'(노무현 전 대통령을 선거에 활용)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한 민주당 클린턴 후보의 선거 슬로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Stupid. It’s Economy)’였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들어가려고 출사표를 던지는 후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락의 관건은 베이비붐 세대가 결정한다, 문제는 50대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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