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후 문재인 대표 재신임, 3~4개 세력의 신당 선언 등으로 야권 재편 돌입

새정치연합 내부의 안철수·김한길 등 비주류와 중도그룹 '통합행동' 등도 '꿈틀'

신당 세력들 결국 통합될 듯… 비노 세력까지 대통합해야 친노 세력과 대결 가능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데일리한국=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칼럼] 야권 재편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과연 그 끝은 어디일까? 추석 연휴 직전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 세력 내부의 주도권 경쟁이 시작되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4.29 재보선 패배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1~11차에 걸친 혁신안을 발표했다. 문 대표는 자신의 재신임까지 연계해 혁신안을 모두 중앙위원회에서 통과시키고 자신을 중심으로 당을 이끌어갈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 하지만 혁신안 통과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후폭풍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추석 전후 야권 재편 시작… 서너 갈래 신당 세력

당 바깥에서는 지난달 추석 직전에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당 창당 선언,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신당 창당 선언, 박주선 의원의 새정치연합 탈당, 원외 정당인 민주당의 '새로운 시작위원회' 의장으로 김민석 전 의원 임명 등 일련의 움직임이 있었다. 이로써 신당 추진 세력은 창당을 기정사실화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일단 3~4개 세력으로 각개약진하고 있는 신당 세력은 하나의 큰 세력을 만들어내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내부의 중도 그룹 움직임도 긴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박영선 의원, 김부겸 전 의원, 송영길 전 인천시장 등 8인은 ‘통합 행동’이라는 그룹을 형성하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또 다른 흐름으로는 김한길 전 대표의 행보가 바쁘다. 최근 김 전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와 회동하고 비주류 의원들과 연쇄 접촉을 갖는 게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 내부의 주류·비주류, 당 바깥의 신당 추진 움직임 등은 올해 연말까지 야권 재편의 중요한 핵심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각 세력들의 구상과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짚어보면 그 답이 나올 것이다.

문재인 대표 등 친노 주류의 마이웨이와 과제

우선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친노 핵심 세력들은 혁신위의 혁신안을 중앙위원회에서 통과시키고, 문 대표의 재신임까지 얻어놓은 뒤 문 대표를 중심으로 리더십과 기강 확립을 외치며 마이웨이를 하고 있다. 비노 의원들까지 포함한 특보단 구성과 중진 의원 중심의 대표자문단을 구성하여 당내 통합 행보를 할것으로 보인다. 또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위원장을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로 내정하고 밀어붙일 태세이다. 문 대표의 흔들림 없는 리더십으로 20대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두 가지 점은 설득하여야 할 것이다. (1) 20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2) 공천 과정에서 비노·비주류에 대해서도 공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이 설득되어진다면 문 대표 체제는 순항할 것이고 당 밖의 신당 추진 세력과의 총선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동요하는 당내의 여러 세력들과 핵심 지지층, 떠나버린 호남 민심은 쉽게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당 추진 세력들의 '신당 군불때기'와 장애물

다음으로 당 밖의 신당 추진 세력들은 추석 전에 '신당 군불때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수 있지만 신당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신당 추진 세력들이 야권 핵심 지지층과 호남 민심을 얻으려면 적어도 세가지 점은 반드시 해야 한다. (1) 현재 여러 세력으로 나누어서 진행되는 신당 추진 세력을 하나로 모아내는 것 (2) 새정치연합과는 다른 미래 비전과 정책·국가운영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는 것 (3)새정치연합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공감대를 넘어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여 추천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천정배 의원,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 신당 추진 세력들은 아직도 하나로 세력을 규합하기도 힘든 형국이다.

역사적으로 제1 야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야당이 등장한 사례는 몇 차례 있었다. 1985년 12대 총선 당시에는 신민당이 민한당을 대체했고, 1996년 15대 총선 때에는 새정치국민회의가 민주당을 이기고 제1야당으로 등극했다. 지금과는 여러 상황이 다르지만 집권을 바라는 핵심 야권 지지층과 호남 민심은 큰 에너지로 들끓고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공감대는 넓게 퍼져 있다. 신당 세력들이 이러한 민심을 담아낼 구체적 행동과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 신당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민심은 그리 오래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김한길 등 새정치연합 비주류의 진로는?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를 비롯한 비노·비주류의 행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 주류 진영에 대하여 많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동안 조직적이지 못했다. 또 비노·비주류만의 단일한 비전과 목표 제시도 없이 산재돼 있는 의원들의 그룹일 뿐이었다. 당내에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모래알 조직이라고 비판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최근 김한길 전 대표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점이 있다. 안철수 전 대표와 회동, 비주류 의원들과의 만남들이 주목 된다. 비노·비주류 그룹이 국민들의 시선을 끌고 신뢰를 얻을수 있으려면 적어도 세 가지는 해야 한다. (1)친노·주류와는 다른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총선 및 대선 승리 방안 등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2)문 대표 등 주류 측을 흔들기만 한다는 이미지와 인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3) 당 밖의 신당 추진 세력들의 활동을 지렛대 삼아 당내에서 지분을 챙기려고 한다는 의혹을 벗어야 한다.

혁신위 활동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의 행보가 최근 돋보이고 있다. 낡은 진보 노선 타파, 부정부패와의 단절, 인재 영입 등 세 가지 방향 제시는 지극히 옳은 길이다. 이것들을 당내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된다면 안철수 전 대표 등 비노·비주류의 다음 선택은 무엇이 될 것인가? 이들의 선택이 야권 재편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새정치연합 중도중진그룹 '통합행동', 변수될까?

이와함께 얼마 전 새정치연합의 중도 중진 그룹이 결성한 ‘통합행동’ 이란 단체의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박영선 의원, 김부겸 전 의원, 송영길 전 인천시장 등이 참여하는 모임이다. 이 그룹의 주장은 새정치연합과 당 밖의 세력들이 모두 참여하는 통합 조기 전당대회 개최다. 이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문 대표의 재신임까지 마무리된 상황에서 문 대표가 받아줄 리 만무하고,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세력들이 아무런 변화도 없는 정당에 바로 들어와서 통합 전당대회에 참여할 가능성도 없다. 따라서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그룹은 당내에서 적어도 두 가지 점은 지적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1)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무조건 통합해야 한다는 논리를 뛰어넘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2)문대표가 이 그룹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의 해법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자칫 신당 추진 세력들의 움직임을 자신들의 당내 활동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으므로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게 해야 한다.

야권 재편 움직임 '태풍의 눈' 될 수 있을까?

야권 재편 움직임이 과연 태풍의 눈이 될 것인지, 새정치연합이 20대 총선에서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당 안팎 여러 세력들의 활동과 국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선 현재 서너 갈래로 각개약진하고 있는 신당 추진 세력들이 하나로 힘을 모아야만 내년 총선에서 변수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신당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신당 추진 세력들이 통합돼야 최소한의 명분을 갖출 수 있고, 어느 정도 새로운 인재를 확보해 의미 있는 신당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신당 세력들이 분열된다면 신당 움직임은 물거품으로 끝나게 되고, 신당 주도 세력들도 상당한 정치적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이들의 통합은 생존을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므로 결국 내년 총선 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들만 움직여서는 야권 핵심 지지층의 마음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새정치연합 내부의 서너 갈래 비노 그룹들과 당 바깥의 서너 갈래 신당 세력이 대통합해서 큰 틀의 새로운 정치세력 깃발을 내세워야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새정치연합 친노 주류세력과 경쟁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연말까지 새정치연합 친노 세력과 당 바깥의 신당 추진 세력들은 새정치연합 내부의 비주류 세력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가기 위한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의 주류-비주류, 당 바깥의 신당 세력 등 세 갈래 세력 간의 구심력·원심력 싸움과 야권 핵심 지지층을 포함한 유권자들의 민심, 여권 내부의 갈등 움직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둔 야권의 세력 구도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금년 말과 내년 초에는 총선 대결 구도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분명한 것은 ‘이대로 가자’는 세력과 ‘이대로는 안된다’는 세력이 존재하는 것이고, 핵심 지지층과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세력이 야권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프로필
중앙대 경제학과 - 국회 정책연구위원 -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 새정치전략연구소장(현)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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