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적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은 헌법상 대통령·공무원들의 의무
남북관계에서 시간은 우리에게 유리… 북한의 통일 전술 경계해야
북한인권법·애국법 등 제정하고 통일 문제에서 국론 분열 막아야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칼럼] 1945년 광복은 일제 하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기대하지 못했던 행운이었다. 일제의 수탈ㆍ차별과 전쟁의 참화, 빈곤의 대물림에서 해방된 것만 해도 대박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직접 획득한 전승이 아니라 연합국이 우리를 해방시킨 결과 우리 민족은 분단의 슬픔을 안게 되었다. 시민들은 곧 우리 정부가 수립되어 일본 군인을 쫓아낼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일본인은 9월 초순까지 한국을 통치하고 있었다. 미군이 진주하여 남한은 자유화되었으나, 북한은 8월 초에 소련군이 쳐들어온 것을 계기로 공산정권 수립에 혈안이 되었다.

한국의 정치인들과 학생들은 하루속히 독립하기를 원했고, 통일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미소공동위원회의 협상 결렬로 미국측은 통일 문제를 유엔에 상정하여 통일선거로 국회를 구성하고 정부를 수립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소련은 이 UN결의를 반대하여 통일 선거는 이뤄지지 못했다. 유엔소총회의 결의에 따라 가능한 지역에서 선거를 실시하여 1948년 5월 30일에 국회를 개원하였다. 7월 12일에 헌법을 제정한 뒤 8월 15일에 정부를 구성해 세계에 독립을 선포했다. 당시 많은 국가들이 대한민국을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하였다.

대한민국의 통일 정책은 선거가 보류된 북한에서 조속히 민주적 선거를 실시하여 국회에 공석으로 남겨둔 100석의 의석을 채워 통일하자는 것이었다. 북한의 김일성은 스탈린의 승인을 받아 1950년 6월 25일 기습 남침하여 평화통일에 대한 기대를 무산시켰다. 그 뒤 북한에서 탈출한 실향민들은 남한에서 매일처럼 가족의 상봉을 기대하면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외쳤던 것이다.

헌법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 추진' 의무 규정

현행 헌법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제4조)고 하고, 대통령에게는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제66조 3항)고 규정해 평화적 통일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통일 조항은 28년 전인 1987년 민주항쟁의 결과 만들어진 것이며, 전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국민적 지상명령이라고 하겠다.

이에 따라 역대 대통령은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북한의 반대로 통일의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전략 목적은 핵과 미사일 개발로 미군을 한국에서 몰아내고 적화통일을 하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규약과 북한 헌법) 북한은 이에따라 2015년을 '통일대전의 해'로 선포했다.

북한은 남남 갈등을 유발시키고 통일전쟁시 내부 혼란을 일으켜 '속도 전쟁'으로 남한을 점령해 조기에 정전협정을 맺는다는 통일전술을 구상하고 있다. 그들은 한미 군사훈련의 중지와 철군을 남북대화 전략의 목적으로 설정하고, 북한 정권의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그동안 탐색 작전으로 우리가 이산가족의 상봉에 목이 매여 있음을 알고 이를 미끼로 한미군사동맹에 금이 가게 하고,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 하고 있다. 나아가 5·24 조치를 해제하고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여 실리를 챙기려 하고 있다.

북한의 통일전선 종사자들이나 고위 간부들은 30~40년 동안 같은 일을 하고 있어서 2년도 안된 남한의 통일 관료들의 미숙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남한에 미끼만 주면 남남갈등이 심화되고 데모와 소요가 분출하여 내부 소모전 때문에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장해를 일으킬 것을 잘 알고, 그 전략을 계속 구사하고 있다.

남북관계에서 시간은 우리에게 유리… 북한의 전술 경계해야

최근 남북대화 요청에도 북한은 합동군사 작전의 취소를 요구하며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다. 남북관계에서 시간은 우리에게 유리하다. 북한에게 대화를 구걸할 것이 아니고 담담하게 우리의 정책을 펴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준비위원회 발족이나 드레스텐 구상을 그들은 '북한 흡수정책'이라고 주장하면서 결사반대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종주국인 중국이나 러시아 수장들과 협력해 유라시아 철도 등의 개통, 석유·가스관의 매설, 두만강 하구 개발 등 경제 문제에서 북한도 도우고 중·러 등과 상호 공조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정부도 대북·통일 정책에서는 헌법의 명제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정책을 계속 연구하고 추진해야 한다. 조급하게 남북 고위급회담이나 국회 회담에 매달려서는 안 될 것이다. 통일준비위원회의 추정이나 국민 여론은 20년 이후에나 통일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데 조급하게 서두르면 통일비용이 많이 들고 외교 마찰만 일으키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 관계는 북핵 억지 정책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기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과는 경제 문제 때문에 상호의존·선린 외교관계를 유지해야만 할 것이다. 일본은 아베정권의 우경화와 역사 인식 때문에 문제가 많으나 정상회담 등을 개최하여 선린관계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은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들이 추진해야 하는 의무이다. 지난 번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따르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는 정당은 해산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속 국회의원, 지방의원 및 소속 공무원도 다 면직시킬 수 있다. 우리 헌법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나 노조 가입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는데 공무원들이 전국노동조합연맹이나 전교조에 가입하여 반정부행위를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그들의 일탈 행위를 철저히 적발·단속해야 하겠다. 반국가단체로 처벌된 단체원들의 활동이 가입 시에만 처벌되고 계속 잔류하는 경우에는 시효가 지났다고 하여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은 해석 모순이다.

북한인권법·애국법 제정하고 통일 문제에서의 국론 분열 막아야

독일이나 미국처럼 집회·결사법이나 애국법을 제정하여 질서유지를 해야 한다. 범죄단체가입죄나 다중불해산죄도 엄격히 처벌하고, 내란의 죄·소요죄 등의 적용도 넓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전 중인 한국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위반 범죄나 간첩죄의 처벌이 쉬워지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것도 검토돼야 한다. 내란 행위 예방도 필수적이다.

2015년은 박근혜정부의 제3차 연도에 해당하는 시기이며, 큰 정치 행사가 없는 해이기에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체제 정비를 할 수 있는 황금기이다. 이 호기를 살려 평화적 통일에 입각해 국론 분열을 막고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제도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북한이 대화하는 척하면서 노리는 것은 남남 갈등이므로 정부는 남남 갈등 행위를 예방해야 한다. 모든 국민은 북한의 선동에 놀아나지 않도록 사회안전을 위하여 헌신해야 하며 남북통일 문제에서의 국론 통일을 위한 노력도 다해야 하겠다.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국론 통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적어도 정부와 교육기관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우리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의 한계가 되는 것을 국민에게 교육하여야 할 것이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는 정당ㆍ사회단체의 활동을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 국회는 미국과 같이 애국법을 제정하여 적어도 통일에 관한 국론 분열만은 철저히 막아야 할 것이다. 국회는 몇 년째 보류되고 있는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민주질서 위반자에 대한 처벌법도 통과시켜야 한다.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프로필
서울대 법대, 뮌헨대 유학(헌법학), 서울대 법학박사- 서울대 법대 교수- 한국공법학회 회장, 한국헌법연구소장- 탐라대 총장-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장- 서울대 명예교수(현)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