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칼럼]
국제빈곤퇴치기여금은 "세상을 바꾸는 천원"
2017년 만료되는 빈곤퇴치기금 법안 영구화 필요

심윤조 국회의원
[심윤조 의원 칼럼] 버스를 타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일, 고마운 사람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는 일,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에게 피로회복제 한 병을 사주는 일...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천원으로 할 수 있는 값진 일들이다. 하지만 천원으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단돈 천원으로 한 생명 살릴 수 있다

세네갈에서 설사병으로 사경을 헤매는 어린이에게 필요한 링거액 천원, 20년 동안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 탄자니아의 주혈흡충병을 치료할 구충제 두 알 천원, 말리의 어린이 다섯 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소아마비 백신 천원...단돈 천원으로 아프리카 이곳저곳에서 생명을 살리는 기적이 나타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기적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국제빈곤퇴치기여금을 통해서다. 참고로 주혈흡충병은 아프리카 지역의 대표적인 기생충 질환으로 물속에 사는 달팽이를 통해 전염되며, 20여년의 장기간에 걸쳐 간기능을 파괴하고, 배에 복수가 차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질병이다.

국제빈곤퇴치기여금,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국제선 항공권 1매에 1,000원씩 조성되는 재원으로 개발도상국의 빈곤 및 질병 퇴치를 위해서 사용되는 기여금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인천국제공항 등 전국의 공항을 통해 출국한 내·외국인이 2,000만 명에 이른다. 적게 잡아도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은 자신이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이다.

국제빈곤퇴치기여금 제도 2017년 만료… 시효 연장해야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자부심을 2017년 이후에는 느낄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국제빈곤퇴치기여금 제도가 2017년으로 종료 기한이 설정되어 있는 한시법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2012년, 마음을 같이하는 동료 의원들과 함께 그 해 종료 예정이었던 이 제도를 2017년까지 연장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나는 이 제도를 지속시켜야 한다는 마음 한 켠의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결국 지난 10월 31일 국제빈곤퇴치기여금을 기금으로 전환하여 영구화시키는 ‘국제빈곤퇴치기금법안’을 대표발의하게 되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정부 예산과는 별도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공적개발원조(ODA)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효과적인 사업들을 개발할 수 있으며 프랑스, 칠레 등 비슷한 제도들을 도입하고 있는 나라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생명을 살리는 천원의 기적이 계속될 수 있다.

1950년대 전쟁의 폐허 속에 있던 한국은 지금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에도 한국을 지원한 다른 국가의 누군가는 자신이 기부한 작은 돈이 한국에서 생명을 구하는데 쓰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만약 지금도 살아있다면, 한국의 발전 소식을 듣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사과 속의 씨앗은 셀 수 있어도, 씨앗 속의 사과는 셀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1950년대 받은 지원이 생명을 살리고, 지금의 한국을 일으키는 씨앗이 되었다면, 이제 우리의 ODA가 또 다른 한국을 일으키는 씨앗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국제빈곤퇴치기금법안이 통과되어 이러한 선순환의 고리가 지속되길 기대한다.

■심윤조 의원(60) 프로필

중앙고, 서울대 외교학과- 11회 외무고시 합격(1977)-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차관보, 주 포르투갈 대사, 주 오스트리아 대사- 국회의원(현, 서울 강남 갑, 새누리당)- 새누리당 재외국민위원장(현), 새누리당 제2정책조정위원장(현), 국회 외교통일위 새누리당 간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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