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토론-전작권 전환]
"이념보다 유사시 승리가 더 중요" vs "통일과 안보 위해 전작권 행사해야"

"전작권 전환은 시간이 아닌 여건의 문제" vs "사실상 전작권 전환 무기 연기"

윤상현(왼쪽) 의원과 김종대 편집장
※편집자 주= 한국과 미국 양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하기로 합의한 것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있습니다. 국제정치학박사이면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소속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전작권 전환 연기가 바람직한 결정이라는 내용을 담은 글을 보내왔습니다. 데일리한국은 건강하고 합리적인 토론을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의 글도 함께 게재합니다.

[윤상현 의원 칼럼] 군사용어인 지휘(指揮. Command)는 ‘지휘관의 권한으로 부대를 이끌어가는 일체의 행위’이다. 지휘권은 모든 군사자원을 사용하고 군사력을 운용하는 권한과 책임을 뜻한다. 작전(作戰. Operation)이란 ‘군사행동과 그에 필요한 전투수행 과정’으로서 군사 공격과 방어, 기동과 보급 등을 포함한다. 그리고 통제(統制. Control)란 ‘지휘관이 행사하는 권한으로 지휘보다 제한된 권한’이다. 작전지휘(Operational Command. OPCOM)는 작전 임무 수행을 위해 예하 부대를 편성하고 목표를 지정하고 명령·지시하는 권한이고, 작전통제(Operational Control. OPCON)는 작전계획에 명시된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지정된 부대에 대해 전술통제를 실시하는 권한이다. 군사 전문용어인 작전통제권은 ‘제한된 특정 영역에서의 작전 권한’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시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부여됐다고 해서 전시에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 전체가 미국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작전통제권은 제한된 영역에서의 작전 권한 의미

그리고 이러한 ‘제한된 권한’도 미국 측이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전시에 대비한 최고작전사령부이다. 평시, 즉 지금과 같은 정전(停戰)시에는 군 통수권자인 우리 대통령이 합참의장을 통하여 한국군 ‘작전지휘’를 한다. 전시에는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및 군사지휘기구가 각 국의 합참의장을 통해서 양국 간 협의기구인 한미군사위원회(MC. Military Committee)에서 협의하고 결정한 결과를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지시를 내려 작전통제권이 행사된다. 이 때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군뿐 아니라 주한미군과 미국 본토에서 증원되는 전력 전체에 대한 작전통제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미국의 증강 전력은 한국군의 전체 전력을 뛰어넘는 막강한 규모와 화력을 갖추게 된다. 이처럼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평시에는 한국이, 전시에는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이 한미연합지휘체계인 것이다.

군사 전문용어인 작전통제권의 ‘통제권’이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통제’라는 말이 가지는 ‘전체적인 지휘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군의 전체 지휘관계에서 일부 한정된 권한을 가리키는 것이다. 한국군에 대한 한미연합사령관의 전시작전통제권은 유사시에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한미 양국이 한미군사위원회에서 합의해 규정한 특정한 작전 임무에 대해서만 지정된 한국군 작전부대를 제한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군 부대의 편성과 유지, 군수와 관련된 사항에는 관여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전시작전통제권에서 ‘통제’라는 단어의 통상적 의미만을 일방적으로 부풀려 "군사주권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 공세를 위한 의도적인 곡해일 뿐이다.

군사 상황 무시하고 정파적 논리로 안보 문제 재단 안돼

연합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지휘체계의 단일화와 상호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에서 그 역할을 해 온 것이 한미연합사령부(CFC. ROK-US Combined Forces Command)이다. 한미연합사령부는 1978년 11월 7일 창설된 이래 지금까지 한국 방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오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연합작전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북한은 그동안 끊임없이 ‘한미연합사 해체’를 대남 선전공작의 중심 이슈로 삼아 왔다. 소위 ‘자주’를 핑계로 대북 억지력의 주축을 없애버리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를 포함한 전작권 전환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국내외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자주 국방’은 이념적 사고와 주장으로는 그 내용을 조금도 채울 수 없는 거대한 과업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군사 상황을 도외시한 채 편협한 정파적 논리로 국가안보 문제를 재단해서도 안 된다. 국방은 국가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무엇보다 ‘이념’이 아닌 ‘현실’의 문제이다. 지난 10월 23일 한미 양국이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에서 이전에 설정했던 전작권 전환 시기를 10년 정도 늦추고, 그 전환도 조건(condition)에 기초하여 논의해나가기로 합의한 것은 바로 이 문제를 ‘이념’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풀어가기로 한 것이다. 이제 전작권 전환 문제가 올바로 매듭지어진 만큼 과거와 같은 관성적인 정치 공세가 재개되어 소모적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시간의 문제가 아닌 여건의 문제

중요한 것은 전작권 그 자체가 아니라 유사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특히 개전 초기에 최대한 피해를 줄이고 조기에 승리하는 것이 한미연합작전계획의 핵심이다. 그래서 최강의 연합전력인 현재의 한미연합사령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전작권 전환 기준도 ‘정해진 시간표’가 아니라 ‘능력 조건’과 ‘안보 환경’이 되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시간의 문제’가 아닌 ‘여건의 문제’인 것이다. 과거 노무현정부에서의 ‘안보 실패’를 바로잡는데 이처럼 10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렸다. 국가정책이 한번 잘못 결정되면 얼마나 많은 국력이 소모되고, 국론이 분열되는 이롭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 사안을 통해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어쩔 수 없이 싸워야만 할 때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유사시에 우리가 믿고 함께 전장에 설 수 있는 이들이 누구인가? 우리 국민이 지난한 고난을 이겨내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건설할 때까지 이 나라의 한 모퉁이에서 북한군의 폭격 표적이 됨을 감수하며 이 나라를 함께 지켜온 이들이 누구인가?

6.25 전쟁 때 북한군에 맞서 미군과 함께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백선엽 장군이 미군의 측면을 보호하기 위하여 고지 탈환 작전을 감행하기에 앞서 부하들에게 말했다. “내 뒤를 따르라. 만일 내가 뒤돌아서면 나를 사살하라.” 그리고 함께 있던 미군 고문관에게 백 장군이 이렇게 말했다. “Let's go together!"(함께 갑시다!) 이 말이 바로 전시에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한미연합사령부의 구호이다. 한미동맹은 말이 아닌 희생과 헌신으로 쌓아온 역사이다.

■윤상현 의원 프로필

서울대 경제학과, 조지타운대 외교학석사,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학박사- 18·19대 국회의원(현, 인천 남구 을)- 한나라당 대변인-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국회 외교통일위 위원(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사무총장

[김종대 편집장 칼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기약 없이 연기되었다. 2020년대 중반에 가서 ▲한미연합방위 능력을 한국이 주도하고, ▲한국군이 북한 핵 미사일 공격에 대한 초기 대응 능력을 확보하며, ▲동북아 역내 안보 환경과 북한 핵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사실상 무기 연기

이 세 가지 조건은 너무도 포괄적인데다가 안보 문제의 완전 해결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전작권 전환을 무기한 연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대다수 언론의 분석이다. 군사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렇게 멀찍이 연기하고 계속 미국에 의존하면 한반도에서 안보불안이 완화될까?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통일대박’의 실현 가능성이 더 높아질까?

한국은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가 아니다. 올해 3월 말에 우리가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 유해를 중국에 송환하려다가 유엔사령부 승인사항이라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포로 및 유해 송환은 정전협정 당사자끼리 하는 것이니까 한국정부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국군 장성이 1990년대 중반부터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로 나가자 그 즉시 북한이 반발하여 정전위는 무력화되었다. 한국이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통일 주도하려면 전작권 행사할 수 있어야

게다가 작전통제권마저 행사할 수 없다면 언젠가 한반도에서 평화적 통일의 결정적 기회가 올 때 주변국으로부터 이 문제가 반드시 제기될 것이다. 우리가 중국의 역사 연구에 불과한 '동북공정'에도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음모 아닌가”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판이다. 하물며 중국이 “한국은 군사주권이 없는 자격 없는 나라”라며 통일을 방해할 경우 무슨 명분으로 맞설 것인가? 우리 안보·보수 세력들은 북한은 오래 가지 않아 붕괴될 것이며, 한국 주도로 북한을 흡수통일할 가능성을 점친다. 그렇다면 한시라도 서둘러 군사주권의 기틀을 만들어 우리가 통일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시켜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이상하게 그들의 국가전략은 거꾸로 간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의 운명은 여전히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정치의 양상으로 흐를 것이고, 그들의 선의에 우리의 생존을 맡겨야 한다. 게다가 북한 핵 위협 증가는 전작권 전환과 관계 없이 미국이 비확산·반확산 정책에 의해 최우선적으로 대비되는 사안이다. 어쩌면 북한 핵무기의 실전 배치가 기정사실화되면 미국이 더 적극적으로 군사력을 사용하여 북한에 강압적인 정책을 구사할 것이다. 그런데 마치 미국이 한국을 방기할지 모른다는 근거 없는 두려움 때문에 재래식 군사작전까지 미국에 의존하려는 국방정책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 언제는 한미동맹이 범지구적·동북아 차원에서 모두 공조하는 ‘전략동맹’이라고 자랑하지 않았던가?

미국은 한미동맹을 중국 견제를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속내를 여러 번 내비쳤다. 이번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선언에도 그러한 의도가 관철되어 있다. 그렇다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건 한국이 아쉬워서가 아니고 미국이 필요로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아쉬워서 미국에 전작권 전환 연기를 부탁하는 모습을 보여온 것은 매우 굴욕적인 행태였다. 게다가 전시에 미군이 한국군을 전략 단위가 아닌 작전 단위, 전술 단위까지 통제한다는 건 도대체 무슨 근거인가? 세계 6위권의 군사력을 보유한 한국군이 그처럼 나약한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막연하게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공포를 앞세우는 게 전작권에 대한 정부의 비이성적 접근 방식이다.

전작권 전환은 군사주권 문제

게다가 더 이상한 건 전작권 문제는 “군사주권의 문제가 아니다”는 주장이다. 전작권이 군사주권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주권인가? 이에 대해 한미연합사령부가 양국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연합기구이기 때문에 주권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그렇게 동등하다면 연합사령관은 왜 미국 합참과 태평양사령부의 지침을 받으면서 우리 합참의 작전지침을 받지 않는가? 연합사령관이 미국 의회에는 출석하고 감사도 받으면서 왜 한국 정부와 국회에 대해서만 성역인가? 우리가 보기에는 연합사령관은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예하 부대장으로서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장성처럼 보인다. 게다가 연합사의 정보, 작전, 기획을 모두 미군이 장악하고 있다. 이것이 동등하다고 주장한다면 기만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정식 군대도 아닌 자위대인데도 작전권을 행사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도 작전권은 독자적으로 행사하고, 나토 사령부에 파견된 부대만 미군 사령관에 배속되도록 하지 한국처럼 작전권을 통째로 넘겨주지 않는다.

이번 결정의 가장 부정적인 효과는 평시와 전시가 분리된 기형적이고 비효율적인 작전지휘 구조를 앞으로도 지속한다는 데 있다. 서해에서 북한의 국지 도발 때 우리가 위기관리에 실패한 이유가 무엇이었나? 전시와 평시가 분리된 지휘구조 속에서 우리 합동참모본부가 스스로 뭘 하는 기관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앞으로 지속시키겠다면 북한이 계속 한국군을 농락하는 걸 허용하게 되지는 않을까? 안보가 중요하다면 이 기회에 지난 20년 간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자. 그것이 장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군의 격에 맞는 용단이자 군인의 기본자세이다.

■김종대 편집장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 14·15·16대 국회 국방위 보좌관,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노무현정부), 국무총리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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