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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려하는 시민의식으로 보편적 복지국가 추구해야
  • 기자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승인시간승인 2014.10.12 14:20
[창간 기획-국격을 높이자 ⑨]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다양한 복지 제도 갖춘 나라
보편적 복지국가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비용 부담해야
증세, 사회보험, 본인 부담 등 다양한 재원 활용
  •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권혁주 교수 칼럼] 지난 60여년 동안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세계사적 쾌거를 이루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 공적연금 체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복지국가의 기본적 면모를 갖추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가 여전히 당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적 역량을 하나로 끌어 모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경제가 선진국 문턱에서 침체해 있는 것처럼 복지국가도 산적한 과제와 도전을 넘지 못하고 주춤한 상태로 머물러 있다. 선진 한국으로 발돋움하여 세계사적 조류를 주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모습의 복지국가를 추구해야 할까?

복지국가 위해 조세, 본인 부담 등 다양한 재원 활용해야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야의 대통령후보들은 하나같이 복지 확대를 통한 보편적 복지국가를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인구학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전환되고, 경제적 불안정이 더 높아진 경제체제로 변화함에 따라 복지 정책에 대한 수요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기존에 있던 제도와 더불어 노인장기요양보험, 아동돌봄 서비스 지원, 기초연금 등 다양한 제도를 새롭게 도입·시행하고 있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한국의 복지국가 규모는 여전히 작은 편이지만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여 주고 있다. 이렇게 계속 간다면 보편적 복지국가를 곧 달성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가장 시급한 과제가 재원 마련이다. 국민에게 다양한 복지를 충분히 제공하려면 당연히 돈이 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국민에게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면서도 증세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왔다. 그러나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대안인지 의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증세를 해서 복지를 제공할 수는 없다. 조세뿐 아니라 사회보험, 본인 공동부담,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재원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복지 제도 잘 갖춘 나라

국민들과 기업들도 납세자로서 복지비용에 대해 좀 더 포용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복지는 함께 사는 공동체에서 국민 서로가 배려하며, 결국 스스로를 보호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또한 복지는 국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생산성을 증가시켜 모두 더 잘 살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 등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들이 다양한 복지 제도를 잘 갖춘 나라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복지국가로부터 혜택을 받는 국민들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복지는 사회적 권리로서 당연히 받을 것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다면 우선 혜택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면 그런 사회에서 견뎌낼 복지 제도는 없다. 지난 5년 동안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지원을 받은 사람 가운데 3만 명이 부적격자이거나 부정수급자였다. 이들에게 잘못 지급된 돈 가운데 겨우 50% 정도만이 환수되었다. 아무리 행정능력을 개선하고 데이터를 축적해도 부적격자를 완벽하게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결국 나만의 작은 이해를 넘어 공동체를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있어야 복지국가가 유지될 수 있다.

몇 년 전 논쟁이 뜨거웠던 무상급식이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당시에 무상급식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무상으로 급식을 받는 아이들이 받았던 따돌림을 보편적 무상급식의 논거로 제시했다. 모두가 무상으로 급식을 받으면 따돌림이 없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근본적으로 복지 혜택을 받는 친구를 따돌릴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친구를 이해해야 한다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설득했어야 했다. 자립할 수 없는 가정의 아이들이 받는 복지 혜택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받을 수 있는 당연한 권리임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 누구나 그러한 상황에 처할 수 있고, 이 때 서로에 대한 배려를 통해 나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는 서로를 배려하는 시민의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선진 한국을 이끌어갈 원동력이다.

■권혁주 교수 프로필 서울대 정치학과- 옥스퍼드대학교 정치학박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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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4/10/12 14:20:16 수정시간 : 2020/02/07 16: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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