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선, 대선 승부는 현재의 40대가 결정
'보수로 기울어진 운동장'론 있으나 세대투표 셈범 복잡

정한울 정치학박사
7.30 재보궐 선거에서 당초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야당은 참패했다. 선거를 이끌었던 야당의 두 공동대표는 사퇴하고 야권은 패배 원인 진단으로 분주하다. 야당이 세월호 참사로 유리한 국면에서 치러진 재보선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로 공천 실패, 계파정치 폐해, 퇴색한 정권심판론 등 행위자 차원의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구조적, 환경적 요인으로서 다시 5060세대 파워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구 구성상 5060세대 비중이 높아지는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이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보수정당에게 유리한 선거구도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보수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론이다.

7·30 재보궐선거일인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사당1동 남사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간을 되돌려 18대 대선이 진행 중이던 2012년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 당시 거의 모든 언론은 18대 대선의 변수로 2030세대 투표율을 꼽았다. 5060세대 파워에 주목하는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필자는 대선 5개월 전에 한 월간지 기고를 통해 2002년 대선에서 유권자의 절반(48.3%)에 달했던 2030세대가 2012년 대선에서는 10%포인트 감소하고, 유권자의 30% 수준에 머물던 5060세대 규모는 10년 새 570만 표 늘어나 전체 유권자의 40% 수준으로 증가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5060세대가 10년 전인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 40%대의 지지를 보냈지만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사람은 20%대에 그치며 압도적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몰표를 준 보수화 경향도 간과할 수 없었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5060세대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5060세대 결정론은 2030세대의 높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가 승리하고 난 이후에서야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는 소위 보수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2017년 세대별 유권자 추정치를 보면 고령화 현상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대선 때 2030세대는 1,429만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34.7%에 불과한 반면, 5060대 세대는 1,858만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45.1%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은 끝난 게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지 않다. 이제 40대가 변수이다. 세대투표 이론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서 보수화되는 경향을 연령효과(aging effect)라고 한다. 정치성향이 형성되는 청년기의 태도가 시간이 흐르면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을 코호트 효과(cohort effect) 혹은 세대효과(generation effect)라고 한다. 과거의 40대는 시간이 흐르면서 보수 성향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급격히 강화되는 연령효과를 보여준 반면, 현재의 40대는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연령효과와 함께 청년기 투표 성향이 여전히 유지되는 코호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40대(현재의 50대)는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 지지가 반반으로 엇갈렸다. 이들 중 다수는 10년 후 2012년 선거에서 50대가 되면서 급격하게 박근혜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연령효과다. 반면 2012년 18대 대선에서의 40대는 그들이 30대일 때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돌풍과 탄핵촛불을 주도한 세대이다. 40대에 진입하면서 일부 보수화 경향을 보여주면서도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보다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더 지지하는 경향을 일관되게 보여 주었다. 40대가 2030세대와 함께 진보 우위의 투표행태를 보여줌으로써 매 선거에서 박빙의 대결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

그런 40대가 점차 50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들이 과거의 40대처럼 나이가 들면서 급격하게 보수 성향을 보여줄지, 노풍과 탄핵촛불을 이끈 세대로서의 진보적 정체성을 유지하게 될지 현 시점에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이들이 50대로 접어들면서 보수화되는 경향이 강화될 경우 '기울어진 운동장'론은 단순한 비유가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세대 성향을 유지하는 쪽으로 갈 경우 앞으로 50대는 진보세대로 불릴 수도 있겠다. 지난 18대 대선을 5060세대가 결정했다면, 19대 대선의 향방은 현재의 40대가 좌우할 것으로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한울 박사 프로필

1969년생(45세)-고려대 서어서문학과-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정치학박사(고려대)-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현) 주한미군사령관 민간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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