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후반기에도 무슨 무슨 날들이 참 많다. 18일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다.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이 계엄군에 맞서 끝까지 대항한 민주화운동도 벌써 34년 전의 일이다. 광주 민주화운동은 이미 역사가 된 사건이지만, 한 세대 이전의 일이니 이날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만 우리 역사에 이런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19일은 발명의 날. 발명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발명을 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부추기고 그들이 이룬 성과를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올해 5월 19일은 성년의 날이기도 했다. 성년의 날은 5월 세 번째 월요일로 정해져 있어 매년 날짜가 조금씩 달라진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경우는 성년의 날 행사가 거창한 모양이다.

20일 세계인의 날. 다양한 민족과 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제정된 날이다. 다문화라고 하면 경기도 안산시를 맨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안산의 ‘다문화특구’인 단원구 원곡동은 총 인구 1만7,000여 명의 72%인 1만2,000여 명이 외국인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단원고 학생들이 희생된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매년 안산시가 개최하던 ‘세계인의 날’ 행사도 열리지 않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21일 소만. 모내기 김매기 등 농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21일은 둘이서 하나가 되자는 부부의 날이기도 하다. 민간단체 부부의 날 위원회가 ‘건강한 부부와 행복한 가정은 밝고 희망찬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1995년부터 매년 5월 21일 행사를 개최한 것이 유래다. 누가 만든 건지 몰라도 부부생활 10계명이라는 것도 있던데, ‘두 사람이 동시에 화내지 마세요.’, ‘집에 불이 났을 때 이외에는 고함을 지르지 마세요.’ 이게 1, 2번으로 나온다. 말은 좋지만 살다 보면 불났을 때 말고도 고함지를 일이 참 많은데 이 10계명을 지키는 게 과연 가능할까?

22일은 가정위탁의 날. 그런데 가정위탁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부모의 사망, 이혼, 실직, 가출, 학대 등으로 친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을 복지시설에 보내지 않고 일반 가정에 맡겨 양육시키는 제도다. 2003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니 벌써 11년이 넘었다. 1만 1,000여 가구가 참여하고 있지만 입양과 달리 위탁가정 부모는 법적 보호자가 될 수 없어 아이 여권이나 통장 하나도 만들기가 힘들다고 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양육수당도 한 달 12만 원에 불과하다.

22일은 유엔이 정한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날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이 이날 무슨 활동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생물종이 다양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어디 자연계의 생물만 그런가? 사람들도 인종별로 다양하게, 서로 인정하고 화합하며 살아야 인류와 지구가 잘 보전되고 발전할 수 있다. 20일 세계인의 날을 이날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것은 무리일까 싶지만, 취지는 비슷한 거라고 믿고 싶다.

23일은 5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날이었다. 토요일이었던 그날의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1592년에는 임진왜란이 터졌다. 동아시아 3국에 큰 영향을 미친 7년 전쟁의 시작이었다. 23일은 세계 거북의 날(World Turtle Day)이기도 하다. 미국의 ‘거북 구조’ 민간단체가 2000년에 거북 보호행사를 벌인 게 시작이다. 참고로 덧붙이면 ‘거북이’가 아니라 ‘거북’이라고 써야 맞는다. 그런데 이 맞춤법을 따져서 제대로 쓰는 게 참 거북하다.

이제 5월이 다 가고 있다. 25일은 방재의 날이면서 실종아동의 날이었다. 실종아동이라고 말하면 1991년에 개구리를 잡는다며 집을 나갔던 대구의 다섯 소년이 생각난다. ‘개구리 소년’이라고 불리는 초등학생들은 11년이 지난 2002년 9월 26일 등산객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됐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사건은 2006년 공소시효(15년)가 만료돼 영구 미제로 남아 있다. 범인을 잡아도 처벌할 수 없다.

5월의 마지막 날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담배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1987년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했다. 그런데, 이날은 바다의 날이다. 바다에 관련된 산업의 중요성을 높이고, 종사자들의 자긍심을 북돋우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한국인들은 바다를 보기가 무섭고 미안하기만 한데, 5월은 끝내 바다의 날로 마감된다.

기자소개 임철순 논설고문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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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4/05/29 09:14:29 수정시간 : 2020/02/07 16: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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