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후 도시키 일본 전 총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강영임 기자]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사죄한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 전 총리가 별세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가이후 전 총리가 이달 9일 별세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향년 91세.

고인은 1989년 8월부터 1991년 11월까지 2년 3개월가량 일본 총리를 지냈다.

한반도에 대한 일제의 가해 행위에 관해 사과하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한 총리이기도 하다. 그는 1990년 5월 24일 일본을 방문 중인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나는 대통령 각하를 맞이한 이 기회에, 과거의 한 시기, 한반도의 여러분들이 우리나라의 행위에 의해 견디기 어려운 괴로움과 슬픔을 체험하신 것에 대해 겸허히 반성하며 솔직히 사죄(お?び)하는 마음을 표명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회담 후 이어진 궁중 만찬에서 아키히토(明仁) 당시 일왕이 "우리나라에 의해 초래된 이 불행했던 시기에 귀국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여 본인은 통석(痛惜·매우 슬퍼하고 애석하게 여김)의 염(念·생각)을 금할 수 없다"라고 말한 것과 더불어 한일 양국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이보다 앞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은 식민지 지배 등에 관해 '잘못'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한 걸음 나간 셈이었다.

가이후는 1931년생이며 쇼와(昭和·1926년 12월 25일∼1989년 1월 7일)시대에 태어난 일본의 첫 총리로 기록됐다.

그는 자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생활을 시작했으나 1994년에 자민당을 탈당했으며 2003년에 복당했다. 2009년 중의원 선거 낙선 후 정계를 은퇴할 때까지 16선 중의원 의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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