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없이 화가 나고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때 ‘화병 나겠다’라는 표현을 쓴다. 화병이란 울화병의 줄임말로 주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듯하며, 뛰쳐나가고 싶고, 뜨거운 뭉치가 뱃속에서 올라오는 듯한 증세와 함께 불안, 절망, 우울, 분노가 함께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문화가 자리 잡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질환이다.

실제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지단 및 통계 편람에는 ‘한국의 문화와 관련 있는 분노 증후군’으로 등재되어 있다. 그러나 화병을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매우 적은 편이다. 화병의 증상과 특징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해 정확히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간단한 자가진단을 통해 화병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잠을 잘 자지 못하거나 자더라도 개운함이 느껴지지 않음 △신경이 늘 곤두서 있으며 사소한 말과 행동에도 쉽게 짜증이 치밀어 오름 △입맛이 없고 식사를 해도 소화가 잘 되지 않음 △이유 없이 눈물이 나거나 화가 나 주체를 할 수 없음 △목이나 가슴에 무언가 걸린 듯한 답답한 느낌이 있음 등의 증상 등이 있다면 화병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화병을 일으킨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고 억지로 참기 때문이다. 억울한 감정과 과도한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쌓아 두면 몸안에서 열의 성질로 변화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심장이 과열된 상태가 된다. 이로 인해 정서적으로는 울분이 치밀어 오르고 감정이 격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고 신체적으로는 가슴통증, 열감, 수면장애 등이 생긴다.

화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과열된 심장을 안정시키고 몸의 순환과 균형을 되찾는 통합적인 관점의 치료가 진행돼야 한다. 달아오른 엔진에 냉각수를 붓듯 심장을 가라앉히는 한편 에너지를 부여해 주면 화병 증상 완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된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오랜 시간 누적되어 온 화와 감정을 해소하면 보다 빠른 증상 완화는 물론 보다 활기찬 생활도 가능하다.

임형택 자하연한의원 원장은 “직장, 가정, 학교 등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적절히 해소되지 못하고 마음에 쌓이면 울화가 된다”면서, “화병 증상 발생 시, 참지 말고 전문가와 함께 적극 대처하도록 하고 화가 나는 상황에서는 참지 말고 대화를 해보고 리프레시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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