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작업은 없애고 의사결정 속도는 높이고

사진=이랜드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이랜드그룹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하는 새로운 업무 플랫폼 ‘이네스(ENESS)’를 구축하며 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온라인 대전환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30일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이번에 도입된 이네스는 기존 웹 기반 전사적 자원관리 (ERP) 방식의 시스템을 모바일에 최적화해 만든 플랫폼이다.

직원은 물론이고, 협력업체까지 쉽게 활용이 가능하다. AI를 활용한 서비스로 직원 개개인의 AI 비서가 전날의 실적이나, 특별한 매출 추이를 파악해 핸드폰으로 알려준다.

사이즈별 매출 등 좀 더 디테일한 수치도 챗봇에게 물어보면 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서 업무는 줄고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네스 도입을 통해 전사 데이터를 수집해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직원과 협력사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핵심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서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받쳐줄 가장 중요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가 이네스를 도입한 이유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비즈니스 환경에 빠르게 대처할 디지털 기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스파(SPA) 브랜드 제조와 마트 산지 매입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며 소싱부터 판매까지 밸류체인 전반을 다루는 사업 특성 상 의사결정이 많고 업무가 복잡해지기 쉽다.

이에 서류 작업이나 보고, 협력업체와의 계약 등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업무들을 디지털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예를 들어 이랜드리테일의 할인형 마트 ‘킴스클럽’은 이네스를 활용해 산지-본사-매장을 연결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산지 직거래 속도를 높였다.

산지에 빠르게 주문을 넣을수록 신선한 상품을 확보할 수 있고 당일 수확한 상품을 매장에 입고할 수 있는데, 중간 벤더 없이 산지 직거래만 하는 킴스클럽 특성상 매일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상품 발주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게 핵심이었다.

기존에는 담당 MD가 매일 새벽 전국의 경매장 수산물 포획량과 시세를 취합해 정리하고, 이를 다시 전 지점의 관리자에게 보내고 매장별로 주문을 받아 다시 취합한 뒤, 산지로 주문을 넣는 등 문서작업이 많은 시간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네스 도입 이후 수산 MD가 전국 산지 시세를 이네스에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각 매장별로 점장이 필요한 상품을 간단히 이네스상에서 입력하면 이는 자동으로 취합돼 MD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다.

산지별 가격 비교도 간편해져 MD는 바로 주문을 넣을 수 있다. 평균 하루에 2시간이 걸리던 일이 10분으로 줄어 고객들은 당일 수확한 수산물을 언제나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패션 부문도 마찬가지다. 이네스 도입 후 잘 팔릴 상품 예측과 온-오프라인 재고 연동이 쉬워지며 결품률이 줄어들고 있다.

슈즈 스파 브랜드 ‘슈펜’은 최근 인플루언서 ‘밤비걸’과 협업한 신발이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슈펜의 MD는 협업 전 이네스가 제공하는 최근 3개년 베스트 상품 자료와 연령대별 베스트 상품 자료를 보고 ‘밤비걸’과 디자인적인 측면에 대해 논의한 뒤 플랫슈즈 4종을 출시했다.

그 결과 5일 만에 1만 족이 판매되며 리오더에 들어갔다.

또한 온라인 채널별, 상권별로 잘 팔리는 상품을 분석하고 입고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슈펜 관계자는 “이네스를 통해 외부 온라인몰 재고와 판매내역까지 연동해서 기존에 분석하던 것보다 약 10배는 빨라진 속도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게 가능해졌다”면서 “온라인 채널별로 상품 전략을 좀 더 디테일하게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임희조 이랜드 신사업전략 본부장, 권세훈 피에이치씨 총괄이사. 사진=이랜드 제공
이랜드는 올해 이네스라는 디지털 기반 위에 본격적인 사업구조 개편과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 강화 등을 진행해 그룹 차원의 온라인 대전환 움직임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이랜드는 지난 6일 글로벌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피에이치씨(PHC)와 손잡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는 △오프라인 ‘스마트케어존’ 구축 △헬스케어 서비스 확장 △데이터 제휴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전반에 걸쳐 협업을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했다.

다음달부터 이랜드리테일의 NC, 뉴코아, 2001아울렛, 킴스클럽 등 오프라인 유통점에 피에이치씨의 ‘스마트케어존’이 설치된다.

스마트케어존은 오프라인 건강 부스로 가벼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다. 스마트케어존에서는 부스와 앱을 통해 취합된 고객 건강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추천해주는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밀키트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온라인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의 건강까지 관리받는 차세대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를 위해 양사가 협력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피에이치씨와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이 양질의 서비스를 누리도록 저변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랜드는 양호석 전 SSG닷컴 CISO(정보보호최고책임자)를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선임하며 그룹 온라인 대전환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양호석 CTO는 네이버와 신세계 등에서 e커머스 인프라 총괄과 통합 빅테이터 플랫폼 구축을 주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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