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순익 사상 최초로 4조원대 예상...배당 등 주주환원정책 관심 고조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올 가을은 은행주의 계절이 될 수 있을까. 한국은행이 지난 8월 26일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은행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게 시장 참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기준금리 인상기에 은행은 대출 이자가 상승하며 예대마진(대출 이자에서 예금 이자를 뺀 나머지)이 커져 수익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대표적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실제로 금리 인상이 발표됐던 주에만 전통적인 은행 대장주 KB금융의 주가는 7.04% 가량 급등했다. 지난달 말까지는 3분기 양호한 실적과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며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10월이 되면서 분위기는 반전했다. 지난 6일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09% 내린 5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하락이었다.

다만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7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시장 조정기에 방어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이자로 3조4552억에 달하는 업계 최대 순이익을 거둔 KB금융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릴 게 확실시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KB금융 순이익 증가율이 두자릿수라고 예상하고 있다. 올해 예상 순이익 규모는 사상 최초로 4조원대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KB금융의 2분기 연결 순이익은 1조2000억원으로 1분기에 이어 연속으로 1조2000억원대의 연결 순이익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충당금 비용에 의한 기저효과가 섞여 있긴 하지만 이자이익이 한 단계 증가하고, 비은행 부문이 추가 및 성장한 복합적 결과다”라며 “이자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5% 증가했고 충당금 비용은 26% 감소했다”고 말했다. 비은행 부문의 이익비중은 45%로 40%대 중반 이상의 수치를 유지했다.

2분기 그룹 순이자마진(NIM)은 1.82%로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은행 원화 대출이 전 분기 대비 1.7%. 그룹 대출채권이 3.2% 증가해 이자이익 차원에서는 양호한 실적이다.

그룹이자 이익은 4.4% 증가했고 상반기 영업이익경비율은 47%로 지난해 54.7%에서 크게 하락했다. 김 연구원은 “비용관리뿐만 아니라 핵심 이익 증가 영향도 컸다”며 “향후 정상적 수치는 50% 이하에서 하향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은행들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대출규제 정책으로 신규 대출을 늘리지 못해 금리 인상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명목 GDP 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대출성장률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계 대출 성장 억제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며 “가산금리 등 순이자마진(NIM) 측면에서 오히려 우호적이며 수익성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르면 10월 기준금리의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며 “금리 인상이 은행들의 펀더멘털(실적 기반) 개선으로 이어질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에 속도의 문제일 뿐 은행주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대출 규제 강화, 기준금리 인상 등 정부의 부채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시장 여건은 은행에 보다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은행주는 금리 인상 구간, 부채 구조조정 구간에서 안정적 이익을 달성하는 데다 높은 배당 투자도 기대돼 대표적 경기 방어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KB금융의 3분기 실적에 대해 전년 동기보다 4% 증가한 1조2100억원의 지배주주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만 3분기 순이익 증가율이 다소 낮다"며 "대출금리 인상에 비해 조달금리가 동반해 상승, 순이자마진 개선이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 영향을 받는 4분기에는 KB금융의 실적이 전분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출 한도 축소 과정에서 대출금리를 적극적으로 인상하고 있고 저원가성 예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당국이 구조조정에 대비해 IFRS9을 강화해 추가 충당금 적립을 요구할 개연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높은 자본비율을 바탕으로 배당 기대감도 높아졌다. 김은갑 연구원은 "KB금융은 올해 연결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5.1배, 중간배당은 주당배당금(DPS) 750원으로 발표했다"면서 "이익증가세와 배당 의지 등을 감안하면 향후 배당매력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금융위원회가 올초 정례회의에서 은행권의 배당성향(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을 20% 이내로 제한하라는 권고를 내리면서 원래 순이익의 26% 정도를 배당에 썼던 KB금융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줬다. 이 조치가 6월까지로 끝나면서 하반기 배당 기대도 커진 상황이다.

올해 연간 순이익이 사상최대일 것으로 예상되어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점증시키고 있다. KB금융은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창립 이래 최초로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주당 배당금은 750원이다. 회사는 하반기에 자사주 매입, 소각을 검토 중이라며 향후 대내외 경기여건, 금융당국과의 소통 등을 거쳐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분기 배당 가능성도 존재한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배당 지급 정책으로의 전환 시점은 올해가 아닌 내년으로 예상되며, 급진적인 배당성향 확대 가능성도 당장엔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높은 이익 안정성과 자본력, 그간 보여준 선도적인 자본 활용 행보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추가적인 주주환원정책 시행 여지는 열려있다"고 전했다.

한편 KB금융은 지난 8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은행 대장주’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을 통해 카카오뱅크에 투자해 1조원대의 수익을 거뒀다는 평가다. 국민은행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은 상장 당시 기준 3809만7959주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