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실현 매물 따라 출렁...투자자들 '적정 주가' 예측 난관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지난달 상장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매일 큰 폭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향후 주가 향방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전통적인 금융주들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진단과 기존의 금융주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가능성을 가졌다는 전망으로 주가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투자자들도 카카오뱅크의 '제 자리'를 가늠하기 어렵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 토스뱅크 중에서 가장 먼저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국내 시중은행 상장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상장일이었던 지난달 6일 카카오뱅크는 시초가 대비 상한가를 기록하며 6만9800원에 장을 마쳤다. 시초가는 공모가(3만9000원) 대비 37.7% 높은 5만3700원으로 결정됐고 이후 상한가에 오르며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이날 시가총액은 33조1620억원을 기록하며 은행 대장주인 KB금융과 신한지주를 제쳤다.

이후 주가도 긍정적인 상향 흐름을 보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18일 장중 9만4400원까지 올랐고 종가 기준으로도 9만원을 웃돌았다. 한때 시총 기준으로 현대차를 제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8만원선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상장 전부터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만큼 대량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이에 앞서 구경회 SK증권 연구원도 카카오뱅크에 대해 "상장 첫 날 적정 가치에 도달해버렸다"고 평가했다. SK증권이 제시한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는 6만4000원이다. 다른 은행들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 5.5배를 적용한 것임에도 이미 상장일 종가는 목표주가를 뛰어넘었다는 설명이다.

주춤하던 주가는 카카오뱅크가 한국 증시 대표 벤치마크지수인 코스피200에 신규 편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시장의 예상대로 지난달 31일 한국거래소는 카카오뱅크가 특례편입기준을 충족한다며 KOSPI200, KOSPI200 금융, KRX은행업지수 등에 편입을 결정했다.

코스피200 지수는 코스피200 선물·옵션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각종 상장지수펀드(ETF)의 추종지수로 쓰이기 때문에 패시브 자금 유입에 따른 수혜가 기대할 수 있다.

지수 편입은 오는 10일 이뤄질 예정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번 특례편입에 따라 카카오뱅크에 2820억원의 패시브 자금 수요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호재를 제외하면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는 카카오뱅크에 목표가 10만원 이상을 제시했다. 중국 핀테크 기업을 비교 기업으로 두고 카카오뱅크를 "가장 완벽한 플랫폼 사업자가 시작한 풀뱅킹(Full-banking) 서비스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톡의 시장점유율은 100%에 육박한다. 카카오뱅크는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금융의 새로운 시도들을 선점해 가입자 수와 실 사용자 수에서 모든 뱅킹 앱을 압도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객과 은행이 1대1로 연결되는 선형 구조인 기존 은행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상품 혁신을 통해 한 고객을 중심으로 다른 고객에게 서비스가 확대되는 네트워크형 구조다"라며 "이같은 형태는 고객 간의 연결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의 비교기업으로는 텐센트의 인터넷은행 '위뱅크'(Webank)를 제안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빅테크들의 금융업 진출 경로 과정을 살펴보면 사실상 중국의 모델을 벤치마크 하고 있고, 실제 이들은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과 카카오페이 모두에 초기 지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는 14억 인구를 대상으로 금융 분야에서 해볼 수 있는 모든 시도를 실험했고, 그 결과 기존 대형은행과의 경쟁에서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모바일 메신저 기반의 금융 성공 모델과 2015년에 설립한 위뱅크의 경영 노하우 등이 카카오뱅크에게는 상당한 벤치마크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톱 핀테크가 모두 포진된 아시아·오세아니아 대륙의 디지털 은행 수는 약 51개인데, 이중 단 6%만 직접 상장돼 있다"며 "글로벌 펀드들이 카카오뱅크 상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카카오뱅크에 대해 현재 주가 수준이 다른 은행과 비교해 충분히 높은 수준이라며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9만4000원으로 잡았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우리의 목표주가는 시장 컨센서스보다 15~42% 높긴 하지만 동종 글로벌 결제업체나 디지털 금융, 디지털 뱅킹업체 2023년 예상 주가순이익비율(P/E)와 대체로 일치한다”며 “최대 26%의 상승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 경제활동인구의 36%를 고객으로 확보한 카카오뱅크가 혁신을 주도하고 모기지 등 상품 스펙트럼을 확대해 빠르게 주류로 진입,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것이다”라며 “앞으로도 소매대출과 핵심예금에서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며 카카오 생태계를 활용해 선순환 성장 속에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보고서는 “카카오뱅크는 2017년 출시 후 불과 18개월 만에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의 주가는 이같은 강점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규모가 전통 은행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성장세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가 급락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상장 초기이니 만큼 기관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지분을 대거 처분하는 일도 주가를 흔들리게 하고 있다. 지난 1일 우정사업본부의 1조원어치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 소식에 카카오뱅크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 2015년 10월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 공동 발기인으로 참여한 우정사업본부는 장 마감 직후 카카오뱅크 보유 주식의 90%를 처분하기 위한 블록딜 수요 예측에 돌입했다. 거래 대상은 카카오뱅크 1368만383주(지분율 2.9%)이며, 할인율은 종가 대비 9.9~13.9%다. 이날 종가(8만8800원)를 고려하면 주당 7만6450~8만원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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