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 이후 최고가를 거듭 경신하고 있다. 지난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 거래일 대비 3.19% 오른 21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두 배로 결정된 뒤 상한가)’을 기록한 상장 당일 종가(16만9000원)와 상장 다음날 장중 최고가(19만원)를 모두 넘어선 주가다.

지난 3월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첫날 시초가를 공모가(6만5000원)의 두배인 13만원에 형성한 뒤 상한가로 직행했다. 그러나 이튿날 하락으로 돌아섰고 꾸준히 내림세를 탔다. 4월 초에는 11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상장 전 공모청약 증거금이 63조원대를 기록하며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3주 만에 상장일 종가 대비 30% 넘게 급락한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올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조금씩 반등세를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이 실적에 반영되며 설립 후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분기 영업이익이 53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1127억원으로 전년보다 422.4% 증가했고 순이익도 419억원을 달성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7월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고 이어 8월에는 미국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맺었다. 올해 초부터 AZ 백신의 접종률이 높아지며 관련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주가가 반등했다고는 하지만 이후로도 몇 달째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말 상장 첫날 종가인 16만9000원을 겨우 회복했다.

최근 2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다시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역시 호실적을 올린 것이 크게 작용했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77.2% 증가한 1446억원,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해 662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전체 매출은 257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배 이상 뛰었다.

게다가 하반기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이 늘어나고,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자체 개발 백신 임상도 속도를 내면서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미국 노바백스가 정부와 계약한 코로나19 백신 4000만회분에 대한 위탁 생산·판매 매출이 하반기부터 본격 발생하게 된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염병혁신연합(CEPI) 계약 수트 1개가 노바백스와 추가 계약하면서 연간 100배치(1배치=1회 생산량) 내외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글로벌 노바백스 백신 승인이 아직 안된 점은 완제품 매출 인식에 리스크 요인이다”며 “정부 공급에 필요한 식약처 승인의 독자적인 진행 여부도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절차가 미뤄지고 있지만 노바백스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하반기에는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하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다른 요인은 자체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코드명)’이다.

박 연구원은 "특히 내년 실적에 매우 중요한 코로나19 자체 백신 또한 하반기부터 증명될 예정이다"면서 "8월 내 국내 1상 데이터 공개, 3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여부 결정 등 임상 개발 모멘텀 존재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3상 IND를 제출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르면 다음 주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사 개발 백신 임상3상을 노바백스가 아닌 AZ 백신과 비교임상으로 진행하기로 확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FDA 승인이 늦어지고 있는 노바백스 백신 대신 AZ와의 비교 임상을 예고하면서 진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임상3상 IND 승인 이후 3상 비교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면 이 백신은 첫 국산 코로나19 백신으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전파력이 강한 '델타형'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심각한 상황도 SK바이오사이언스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진단키트 및 후발 백신 개발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 연구원은 "후발 백신 개발 기업들은 백신이 보급되며 임상환자 모집의 어려움을 우려했지만 변이로 인한 감염 확대로 환자 모집이 수월해져 임상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중증 예방 효능은 93%지만 백신 접종률이 낮다는 점이 문제”라며 “전세계에 백신이 보급될 때까지 변이와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 연구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에 대해서도 "하반기 생산량이 상반기보다 더 많아 실적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부스터 샷(추가 접종)이 승인된다면 코로나19 백신 CMO 수요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기업들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SK케미칼의 백신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SK케미칼 시절부터 자체 백신 개발 역랑을 가진 바이오기업으로 주목받았다.

2014년 국내 최초로 3가 세포배양 독감 백신 개발에 성공했고, 다음해 세계 최초로 4가 세포배양 독감 백신을 허가받았다. 또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와 국내 두 번째 수두 백신인 '스카이바리셀라' 등을 보유하고 있다. 경북 안동에 연간 백신 약 5억회분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백신공장 '엘 하우스(L House)'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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