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여력 확대 경쟁력 제고·재무구조 개선…회사채 발행도 봇물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견다희 기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최근 증권사들이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이는 실탄 확보를 통해 운용여력을 확대해 경쟁력 제고와 함께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기 위한 전략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모회사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보통주 745만주를 발행, 4998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이번 증자는 중장기 성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지속 가능 기업을 목표로 디지털·IT·리스크 등 미들 오피스 인프라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증자는 이은형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한 지 한 달만에 추진되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당시 “초대형 IB로 다음 단계 도약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증자로 자본규모가 약 5조원으로 확대된다. 현재 자본규모가 5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5곳이다.

메리츠증권도 지난해 5월 메리츠금융지주를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이 4조1688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두 회사는 자기자본 요건 4조원을 넘기면서 종합투자관리계좌(IMA)와 부동산담보신탁업까지 인가받을 수 있다.

중소형사들도 유상증자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1월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 자기자본 1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IBK투자증권 자기자본은 7505억원이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6월 교보생명으로부터 2000억원, BNK투자증권도 지난해 말 2000억원의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규모를 늘렸다.

중소형사의 유상증자 행렬은 IB부문 수익을 극대화 시키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최근 증권사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IB부문이 가장 큰 수익원이었다. 기본적으로 자본이 늘어나면 IB분야에서 투자에 필요한 ‘실탄’이 많아져 수익성을 제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있다. 자본규모가 늘어나면 정부가 증권사의 자본 건전성을 점검하는 수치인 NCR(영업용 순자본비율)이 높아진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증권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유안타증권과 한화투자증권, 교보증권은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각각 1500억원, 3200억원,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증시 활황과 저금리,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신용등급이 상향된 것이 그 배경이다.

삼성증권은 기업어음(CP) 한도를 확대해 운용여력을 강화했다. 지난 23일 기업어음 한도를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렸다. 자기자본(5조3170억원)의 18.81%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초대형IB 신용공여한도 상향을 검토하는 등 자기자본 규모가 늘어나면 신규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서 “NCR 등 정량적 지표 개선이 신용도 산정에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시장금리 상승이 전망되지만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내년 중반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면서 “개인의 꾸준한 증시 자금유입으로 유지되는 높은 거래대금은 증권사 수익 개선으로 가시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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